맨션종합조사에서 엿보는 일본의 공동주택 관리 현황 3

- 일본 -

장기수선충당금
장기수선충당금은 공동주택 유지관리의 계획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서 집계되는 ㎡ 당 평균 장기수선충당금 금액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124원이다. 한편 한국도시연구소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장기수선계획에 5년마다 실시하도록 하고 있는 외벽 재도장공사의 ㎡ 당 단가는 지난해 평균 약 2687원(분석대상은 서울시 1918개 단지)으로 나타나있다. 주택법 시행령 별표에 제시돼 있는 147개의 공종 중에서 다양한 공사를 계획해야 하는 공동주택의 장기수선충당금이 넉넉해 보이지는 않는다.
장기수선충당금의 인상도 쉽지 않다. 매월 공동관리를 위해 사용된 비용을 정산하지만 아직 이뤄지지도 않은 공사를 위해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에 대한 이해와 합의가 부족하다. 높은 임차비율로 소유자가 거주하지 않는 것과 재건축 연한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어서 건물의 수명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도 이유라고 생각된다.

장기수선충당금의 무게감
맨션종합조사에 나타난 장기수선충당금(일본에서는 수선적립금이라 함)은 ㎡ 당 평균149엔(한국 기준 1441원)이 미래에 필요한 대규모 수선을 위해 적립되고 있었으며, 월 금액으로는 지난 1999년에 7378엔(약 7만1300원)에서 지난 2013년에는 1만783엔(약 10만4300원)으로 46%가 증가했다. 특히 지난 1969년에 준공된 맨션과 지난 2010년 이후에 준공된 맨션의 ㎡ 당 적립금액이 각각 253엔과 132엔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의 검색을 통해 지난 1980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5년의 노후도를 가진 공동주택의 장기수선충당금이 ㎡ 당 83원으로 전체 평균보다 오히려 낮게 나타난 것과 매우 다른 양상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세대당 월평균 관리비는 10만661엔(10만3300원, 세대 개별 사용료는 제외)으로 장기수선충당금이 관리비와 비슷한 수준으로 걷힌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 당 평균 공용관리비 884원 대비 장충금이 14%인 점과 분명히 차이가 있다.
장기수선충당금 적립금액의 타당성에 대한 응답에서도 재미있는 결과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적립액이 타당하다고 응답한 구분소유자가 77.6%였고 다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16%로 많았다는 점이다. 관리비만큼의 금액을 미래의 비용으로 적립하는 것도 모자라 부족하니 더 걷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동주택 관리의 부정적 측면에만 쏠리는 국민의 관심사, 매스컴의 연이은 자극적인 보도가 오히려 거주하는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관심사를 가지기에 저해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물론 영주의식이 높아 주인의식이 비교적 높은 점, 낮은 임차비율, 단지의 규모가 작은 점 등 우리나라의 주거특성과 달라서 그럴 수 있겠지만 주거환경을 개선하고자 준비하는 것에 대한 합의의 형성이 잘 이뤄지는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장기수선계획과의 관계
적절한 장기수선충당금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지출될 비용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장기수선계획에 근거한 비용을 산정한다 할지라도 계획기간이 짧게 설정된다면 통상 25년마다 실시되는 배관의 교체에 대한 비용이 누락돼 상대적으로 필요비용이 적게 산정된다. 그래서 계획기간 또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일본정부에서는 지난 2008년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장기수선계획 기간을 신축 맨션의 경우 30년, 기축 맨션의 경우 25년으로 설정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맨션종합조사에서 계획기간을 25년 이상으로 설정해 장기수선충당금을 산정하는 단지를 조사한 결과, 10년 전과 5년 전의 조사에서 각각 19.7%와 36.6%였던 것이 46%로 증가했다. 가이드라인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장기수선충당금은 약 80%의 응답 단지에서 장기수선계획을 바탕으로 산출한다고 해 장기수선계획이 제대로 역할하고 있음이 엿보인다.

정책은 거들뿐
장기수선계획을 작성해 충당금을 적립하는 것은 관리조합의 몫이다. 하지만 장기수선계획은 세밀하고 전문적으로 작성돼야 하기에 장기수선계획의 작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정책적으로 반영됐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국토교통성의 「장기수선계획 표준양식 및 작성 가이드라인」이다. 장기수선계획 가이드라인은 관리조합이 장기수선계획을 작성해 장래에 필요한 비용을 추산해서 책정함과 더불어 장기적인 계획을 미리 구분소유자와 합의해둠으로써 계획수선공사를 원활하게 실시하도록 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장기수선계획을 작성할 때나 조정할 때 전문가에 의한 조사와 진단을 수반해 불필요한 공사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고 지금 건물의 상황에 걸맞은 공사를 가늠하도록 가이드 하는 것도 장기수선계획의 실질적인 수립과 실천을 위한 것이겠다. 다시 말하면 관리조합이 장기수선계획에 대한 모범답안이 아니라 ‘어떻게 작성할 것인가’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장기수선계획은 법적 구속력이 막강하다. 정부의 행정을 위한 장기수선계획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장기수선계획, 비용 적립의 가이드라인이 되는 장기수선계획을 마련하도록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관리(주) 주거문화연구소 김정인 박사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