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션종합조사에서 엿보는 일본의 공동주택 관리 현황 2

- 일본 -

일본인들이 주택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일본의 건축가 우에다 아쓰시(上田篤)는 ‘현대 주택 스고로쿠(주사위놀이판의 일종)’를 만들어 일본인들이 ‘교외의 정원 딸린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는데, 시간이 흘러 사회적으로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대두되고 다양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최종 목적지는 단독주택만이 아니라 고령자를 위한 주택, 도심의 초고층 맨션, 농촌회귀 등의 다양한 형태로 대변됐다.

‘토지문제에 관한 국민의 의식조사(국토교통성)’에서도 앞으로의 주택형태에 대해서 단독주택을 희망한다는 의견은 지난 1995년에 90.2%였지만 지난 2013년에는 69.1%로 크게 감소했고 맨션에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응답자는 지난 1995년 4.1%에서 지난 2013년 10.3%로 증가했다. 맨션에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응답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단독주택이던 맨션이던 상관없다는 응답이 19.8%로 나타나(1995년 4.8%) 단독주택에 편향된 일본국민의 의식은 변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단독주택의 압도적인 인기가 분양맨션으로 분산된 계기는 무엇일까.

중요한 하나의 요인으로 지진에 대한 불안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국토교통성에서 지난 2013년에 실시한 ‘주생활 종합조사’에 따르면 주택이나 주거환경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은 첫 번째가 지진 발생 시 주택의 안전성이었고 다음으로 치안, 범죄발생을 방지하는 환경이었다. 주택의 크기나 실내 배치, 생활편의시설, 통근, 통학의 편리성 등 입지적 요소는 그 다음 순위였다.

일본은 크고 작은 지진이 빈발하는데 특히 대도시의 도심에서 발생한 지난 1995년의 한신·아와지 대지진은 약 5만 명의 사상자를 내고 25만동의 주택이 전부 파괴 혹은 반파되는 등 막대한 국가적 피해를 가져왔다.

대지진 후 목조주택 등의 전통적인 일본의 가옥에 대한 피해는 컸지만 맨션을 비롯한 고층 빌딩의 건축물 피해, 사상자 피해는 비교적 적어 지진에 대한 맨션의 안전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건축물의 내진기준은 지난 1981년 건축기준법의 개정으로 새로워졌지만 이전에 건설된 건축물의 경우 새로운 기준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진의 피해가 컸다고 판단해 ‘건축물의 내진 개수 촉진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서는 내진개수를 위한 구분소유자의 의결요건을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맨션종합조사는 기존의 내진기준을 적용하는 388개소의 맨션 중 내진진단을 실시한 관리조합이 33.2%, 실시하지 않은 조합이 58%로 나타났다. 내진진단을 실시하지 않은 이유로는 예산이 부족하거나(44.4%), 조합원의 반대(6.7%)가 있었으며 어디에 진단을 의뢰하면 좋을지 모르는 경우(1.3%)도 있었다.

내진 개수가 의무는 아니기 때문에 합의형성을 필요로 하는 관리행위를 실시하는 데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규모재해에 대한 준비를 하는 등의 대응마련을 하고 있는 관리조합이 전 회차 조사에 비해 증가한 점에서 비용부담, 합의형성의 어려움이 있을지언정 재해에 대한 불안감의 존재와 사전대응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한편 건물의 안전과 관련해서 대규모 수선공사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11년마다 대규모의 수선공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대규모 수선공사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장기수선계획에 근거해 비용을 적립해 실시한다. 장기수선계획은 법적으로 작성의무가 없지만 작성률이 지난 1987년 65.5%에서 89%로 증가했다.

여기서 장기수선계획의 작성주체에 주목해봤다. 57.4%의 관리조합이 위탁관리계약에 근거해, 즉 위탁관리계약에 포함시켜 관리회사가 정기적으로 작성하고 있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22.2%는 별도의 위탁발주를 통해서 작성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타났다. 별도의 위탁발주처로는 관리회사(38.7%), 설계사무소(32%), 공사회사(9.6%), 맨션관리업협회(3.3%)가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어떤 형태로든 장기수선계획은 비용을 들여서 작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단지마다 가진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건물의 안전을 담보하는 수선공사를 계획함에 있어서 천편일률적인 기준에 대입시키기보다는 해당 단지의 정확한 현황파악이 우선시돼야 하기에 비용을 들여 ‘우리 단지에 특화한’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우리나라는 노후 건축물의 계획적인 유지관리를 위해서 장기수선계획을 작성해야 하는 의무조항이 있어 표면적으로 장기수선계획 작성률의 높은 성과를 자부할 수 있다. 이 정도면 건축물의 안전에 대한 걱정은 없어야 마땅하다. 일본에서는 맨션의 대규모 수선공사 현장을 종종 목격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광경을 보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수선계획이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잘 알기가 힘들다.

장기수선계획이 법에 제시된 양식을 따라 천편일률적으로 작성되고 있지는 않은지, 계획을 실천함에 있어서 걸림돌은 없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관리(주) 주거문화연구소 김정인 박사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