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법령으로 엄격하게 관리
일본은 사적자치 강조하며 지원

일본 미쓰이 부동산이 준공한 '파크 홈즈 도요스 더 레지던스' 맨션. 일본에서는 제대로 수립된 장기수선계획도 맨션의 자산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일본 미쓰이 부동산이 준공한 '파크 홈즈 도요스 더 레지던스' 맨션. 일본에서는 제대로 수립된 장기수선계획도 맨션의 자산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아파트관리신문=김선형 기자] 장기수선계획 제도는 한국과 일본에 모두 있다. 목적은 건물의 장수명화다. 그러나 이를 풀어내는 방법은 다르다. 한국은 법규정을 통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일본은 사적자치를 강조한다. 관리조합(한국의 입주자대표회의)의 자율에 맡길 뿐 강제하는 규정이 없다. 

한국의 장기수선충당금 관련 과태료는 1000만원이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별표9는 대부분의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1차, 2차, 3차 위반에 따라 과태료를 차등 부과하고 있는데 장기수선계획 관련 과태료는 단 1회 위반을 하더라도 1000만원이다.

장기수선충당금 사용 기준이 건물 내부, 외부, 승강기 및 홈네트워크 등 73개 세부 항목이 존재할 정도로 세세하다 보니 입대의나 관리주체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도 발생한다. 

지난해 초 경기 남양주시 소재의 한 아파트 입대의는 장충금 부적정 집행으로 1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도시가스 디지털 계량 설비 교체 과정에서 이 설비를 홈네트워크 설비로 봐야 하는지 단지공용시스템으로 봐야 하는지가 문제가 됐다. 아파트에서는 2016년 국토교통부 고시 기술기준 등을 찾아서 제출하고 문제가 제기된 후 곧바로 시정하고 관리비 환급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적극 소명했으나 지자체는 과태료 1000만원을 확정했다. 이 외에도 배수로 덮개 교체 과정에서 44만원을 잘못 지출했다며 장충금 부적정 사용으로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장충금 관련 사소한 위반으로 막대한 과태료가 부과되는 사례를 현장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반면 일본은 장기수선계획을 강제하는 제도가 없다. 아무 문제 없이 잘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1992년 일본 정부가 맨션(한국의 아파트에 해당)에 대한 행정감찰 실시 결과 장기수선계획을 책정하지 않거나 수선적립금 산출 기준이 불명확한 곳이 다수 발견됐다. 이에 일본은 맨션관리센터(현 맨션적정화추진센터)에서 관리조합에 대해 장기수선계획 작성 및 수선충당금 산출 서비스 제공 등 지원이 이뤄지도록 했다. 또한 정부의 표준관리규약에 장기수선계획 작성 조항을 추가해 관리조합에서 종합적인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장려했다. 법적 제재 없이 권고와 지원만으로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에 의하면 1987년 65.5% 수준이던 맨션의 장기수선계획 수립률은 2018년 90.9%까지 올랐다.

한국의 신축 아파트는 법령에 따라 사업주체가 최초 장기수선계획을 작성한 후 관리주체에 전달한다. 일본은 관행적으로 분양회사 혹은 건물관리를 담당하게 될 관리회사가 구체적인 자료를 받아 국토교통성의 장기수선계획 작성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작성한다. 한국의 장기수선계획 조정은  법으로 3년이라 정해두었다. 3년 안에 장기수선계획을 바꾸기 위해서는 전체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일본은 자율적이기 때문에 맨션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3~5년 주기로 조정한다.

건물 수선 비용의 부담 주체도 다르다. 한국의 장기수선충당금은 소유자가 부담한다. 임차인은 퇴거 시에 그동안 납부했던 장충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수선유지비는 임차인이 납부해야 한다. 또한 법에서는 장충금을 사용해야 할 공사와 수선유지비를 사용할 수 있는 공사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어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반면 일본은 수선적립금은 물론 관리비에 포함되는 일상적인 수선비도 모두 소유자가 부담한다.

또한 일본에서는 2022년 4월부터 ‘맨션 관리 계획 인증 제도’가 실시됐다. 지자체가 ‘이 맨션은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증을 해 주는 제도다. ▲장기수선계획이 잘 수립돼 있는지 ▲수립된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장충금이 충실히 적립되고 있는지 ▲관리조합 총회 등이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는지 등을 평가한다. 장기수선계획의 경우는 ‘30년 이상, 혹은 장기수선계획 기간 내에 2회의 이상의 대규모 수선 계획을 포함할 것’이라는 조건을 요구한다. 인증을 받은 맨션은 입주 희망자가 해당 맨션 구입 시 금리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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