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관리법 제29조에는 공동주택을 건설·공급하는 사업주체가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여 사용검사권자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사용검사권자는 공동주택 관리주체에게 이를 인계하도록 하고 있다. 법의 조문을 따지기 전에 신축 공동주택의 설계, 재료 등의 특성을 잘아는 사업주체가 초기의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물론 실제적으로는 시공을 담당하는 건설회사에 위임을 하여 작성할 것으로 우리는 믿어 왔다.

그런데 본지 취재 결과 사업주체는 물론 시공을 담당한 건설회사조차 신축 공동주택의 장기수선계획을 직접 수립하지 않고, 준공 서류 등을 대행하는 등록대행업자에게 관행적으로 맡긴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사실상 전문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등록대행업자가 신축 공동주택의 초기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행사(사업주체)의 의뢰를 받은 시공사가 새로 지어지는 공동주택의 특성에 맞추어 자체 설계와 견적 역량을 통해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를 더 전문성이 있는 업체에게 외주를 주어서 작성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일례로 일본은 시행사가 시공사인 건설회사에게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게 하든가 맨션을 관리하게 될 관리회사에게 필요한 자료를 넘겨 장기수선계획 작성을 맡기는 것이 관행으로 확인되었다. 이 경우는 건설사의 설계 및 견적 역량에 관리회사의 관리 노하우가 접목되어 더 실용적인 장기수선계획 수립이 기대되는 효과도 있다 할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 등록대행업자에게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여 준공 서류에 첨부하도록 맡기면서도 그에 필요한 기술이나 자재, 수량에 대한 정보는 공유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등록대행업자의 장기수선계획 수립 능력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과연 우리나라 신축 아파트의 장기수선계획수립이 얼마나 엉터리일까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실제 일선에서는 조건이 전혀 다른 아파트에서 수립된 초기 장기수선계획이 완전히 똑같은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보면 신축 공동주택에 대한 지자체의 사용검사권자가 장기수선계획수립의 적정성은 따지지 않고 제출 받은 장기수선계획을 그냥 관리주체에게 넘기는 것으로 추측된다. 본지의 질의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답변을 들어보면 이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같이 시장의 자율 기능에 장기수선계획의 수립이나 조정을 맡기고 정부나 지자체는 다양한 지원 제도나 인증제도를 통해 장기수선계획 수립 및 관리가 잘 이행되도록 지원역할을 담당한다면 이러한 행정기관의 태도는 그나마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러나 공동주택관리 현장에서 정부나 지자체가 법과 조사를 통해 조금이라도 정부가 세운 원칙에 어긋나면 1,000만원에 이르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엉터리로 작성되고 있는 신축 공동주택의 장기수선계획 수립에 대해 정부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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