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새해 벽두에 아파트 관리업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다. 2022년 7월 경기도 양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소 직원이 안전모를 쓰지 않고 사다리 작업을 하던 중 추락사하였는데, 안전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고 현장에 피해자의 피를 묻힌 안전모를 몰래 갖다 둔 사건으로, 해당 관리소장은 구속되었고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등 기타 관계자들은 불구속 기소되었다.

그리고, 작년 10월에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 역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사다리 작업 중 추락한 사고로 관리소장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선고가 있었다.

이렇듯, 안전모를 쓰지 않고 하는 사다리 작업은 매우 위험하다. 본지는 지난 6월 12일자 제1441호 사설 ‘사다리 작업 사고를 경계하자’에서 아파트관리업무에서 사다리 작업은 중대재해 위험이 대단히 높은 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다양한 작업을 위해 사용하다 보니 위험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였고, 특히 안전모 착용의 생활화를 제안하였다.

사다리작업에서 안전모는 생명의 모자이다. 안전모를 착용했더라면 귀중한 생명이 그렇게 허망하게 희생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파트 관리현장에서 안전모 착용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불편하고, 머리 스타일 망가지고, 심지어 주민들이 싫어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승용차 안전벨트가 생활화 되었지만 그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86년에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운전자의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 하였으나, 그 후로도 오랫동안 일반 도로에서는 불편하다는 이유로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다, 5년 전 2018년 9월 모든 도로에서 승용차 안전벨트 의무화를 기점으로 불편하던 안전벨트 착용이 습관화 되더니, 어느새 안전벨트를 안 매면 오히려 불안하고 옆 사람들이 왜 안매냐고 말하는 시대가 되었다. 안전모는 안전벨트와 같이 습관화되거나 문화가 될 수 없는 것일까?

작년 6월 2일 ‘생명을 지키는 작은 습관, 자전거 안전모 쓰기’ 캠페인 행사가 행정안전부 주최로 여의도에서 있었다. 주최측에 의하면 “안전모 착용은 자전거를 탈 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안전수칙이고 교통사고 발생 시 사망률을 90% 이상 줄여준다”며, 아직도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자전거 안전모에 대한 인식 확산이 행사의 목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호주의 사례를 보면 아웃도어 활동이 활발한 나라답게 길거리가 자전거로 넘쳐나지만, 오토바이도 아닌 자전거에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안전모에 양 팔꿈치, 무릎 보호대까지 착용하는 사회문화로 정착된 지가 30년이 넘는다.

승용차 안전벨트와 마찬가지로 안전모도 불편해도 착용해야 한다는 의식적 노력으로 일단 시작만 한다면, 습관화를 거쳐 안쓰면 오히려 불안하거나 불편해지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문화’로 얼마든지 정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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