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이지집합건물회계컨설팅 백선애 대표

얼마 전 대한주택관리사협회와 주거복지문화운동본부 주최로 공동주택 관리 종사자 양성평등에 관련된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설문조사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과 패널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예전의 일들 그리고 현재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생각나서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필자는 2004년에 처음 아파트에 입사했고 그 당시에는 아파트에 근무하는 연령대가 거의 20~30대였다. 근간 연령대가 높아져 40~50대의 경리들의 포진하고 있어 필자가 ‘예전 경리들이 아파트와 함께 늙어가고 있나 보다’ 라는 농담을 하곤 한다. 당시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여성들의 지위가 낮았고 성인지 감수성(양성평등의 시각에서 일상생활에서 성별 차이로 인한 차별과 불균형을 감지해내는 민감성)이 낮은 시절이었다.

일례로 예전에는 아파트뿐 아니라 많은 직군에서 여성 직원들에게 호칭을 이름이나 직급이 아닌 미스 김, 미스 백 등의 호칭을 사용했고, 남자 직원들이 사무실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일도 있었으며, 여직원에게 아침에 출근해서 사무실을 정리하거나, 상사 책상을 닦는 업무 등을 당연하게 지시하고, 커피는 여직원이 타는 것으로 생각하고, 회식을 할 때 남성직원들은 노래방에서 블루스를 추자고 요청하고, 술은 여자가 따라야 맛이지라는 말을 하곤 했다. 외모에 대한 평가 역시 자주 하는 편이었고, ‘어제밤에 뭘했길래 그렇게 피곤해 하느냐?’는 라는 식의 성적인 농담도 자주 던지곤 했다.

물론 근간에는 이런 일들이 많이 줄고 있고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과 사회적인 인식변화를 통해 성인지 감수성이 향상된 상태이긴 하지만,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이지집합건물회계컨설팅 네이버 카페나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재까지도 몇몇 이들은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상태로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자면 근무시간에 관리소장이 포르노를 사무실에서 시청한 사례, 아침 회의 시 여직원이 참석하지 않는데 참석자들에게 커피 등을 주기 위해서 일찍 출근하도록 요청하는 사례, 관리소장이 야한 영상을 직원 단톡방에 올린 사례, 경리를 성희롱해 실제로 입주자대표회장이 실형을 산 사례, 면접 시 “나이가 많은데 결혼을 왜 하지 않았냐?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질문이나 “이혼은 왜 했느냐?” 라는 사적인 질문을 하는 사례 등을 볼 수 있다.

이런 성적인 차별을 당하는 것은 비단 경리직원뿐이 아니라 관리소장에 대해서도 발생하는데 특히 여성 주택관리사에 대해서 대형 위탁사에서 여성 관리소장을 채용하지 않는 사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여성 관리소장의 채용을 거부하는 사례, 기전직원이 여성 관리소장이 있는 곳은 입사하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사례 등이 있으며, 입주자대표가 여성 관리소장에게 단둘이 저녁을 함께 먹자고 한다거나, 남성 관리소장에게 부녀회 등에서 함께 노래방을 가자고 하는 등의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전직원이 세대 방문 시 속옷차림으로 문을 여는 입주민, 의자 위에서 작업을 하는데 허벅지를 만지는 입주민, 커뮤니티 여직원이 점심시간에 운동을 하니 “니가 누구를 꼬시려고 가슴을 흔들면서 운동을 하느냐?”라며 멱살을 잡은 입주민의 사례 등 정말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례들이 있다.

무심코 던지는 돌에 개구리가 맞아죽는다는 말이 있다. 나쁜 의미가 아니거나 큰 의미가 없이 하는 말이라도 정상적인 범위 내 사람들이 느끼기에 불쾌하다면 그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직종 간, 직책 간, 입주민과 직원들 간의 배려와 소통을 통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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