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이지집합건물회계컨설팅 백선애 대표

필자는 다른 일을 하다 20년 전 처음 아파트 서무직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첫 근무지는 지하실을 관리사무소로 사용하는 아주 오래된 아파트였다. 가끔 쥐들과 눈이 마주치기도 했고 심지어 화장실도 없어 100m 앞 상가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기전 및 미화 직원들 역시 다른 동의 지하실을 사용했고 경비원들은 간이로 지은 좁고 열악한 양철 경비초소를 사용하고 있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환경이었다. 그 열악한 근무환경을 가진 아파트는 아이러니하게도 1994년 당시 30평대가 자그마치 13억 정도였다.

두 번째로 일하게 된 관리실은 정말 기쁘게도 별도의 건물에 위치해 있고 심지어 화장실도 있었다. 단 입주민들이 가끔 와서 난동을 피우기 때문에 내부에 말과 행동이 모두 녹화되는 CCTV가 직원들을 바라보고 설치돼 있어 불편함이 있었다. 이 아파트 역시 기전실이나 미화실은 각각 지하에 설치돼 있었다.

세 번째로 근무한 곳은 주상복합이었는데 관리소는 지하 3층에 있었다. 다행히 지은 지 오래되지 않았고 기전실에는 많은 CCTV 등 기계가 있었다. 통로 한쪽에 간이침대를 놓고 잠을 청하는 구조였고, 들어오는 입구에 데스크를 놔 그곳에서 직원들이 근무했다.

네 번째 근무지는 일반 아파트였지만 별도의 건물에 관리소와 기전직원들이 함께 있는 구조였다. 기전직원들이 숙박을 할 수 있도록 방을 별도로 구비해 놨다. 또 취사공간과 샤워 시설까지 있어 좋은 구조라고 기억된다. 다섯 번째는 신축 아파트로 건축 시 관리사무소 공간을 별도로 설치했으나 기전실은 별도 공간을 지정하지 않아 기계들이 있는 곳을 개조해 사용했다. 여섯 번째는 보안설비 시스템을 사용하는 곳이어서 경비초소가 입구에 하나만 있는 형태로 보안직원들이 하나의 보안초소에서 근무하고 야간 휴게시간에는 그 뒤에 경로당의 한쪽을 빌려 잠을 잤다.

정리해보자면 관리사무소의 위치는 ▲오래된 아파트 경우 건설 시 관리사무소를 고려하지 않아 빈 지하실 등을 이용 ▲노인정과 함께 별도의 건물에 위치 ▲주상복합이나 상가의 경우 지하층 이용 ▲지하주차장 내에 건설(특히 상가) ▲미분양인 경우 상가의 한 호를 사용(유료, 무료) ▲커뮤니티 센터 내에 별도의 시설을 짓는 경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장 좋은 경우는 별도의 시설에 깨끗한 관리사무소에서 업무를 보는 것이다. 최근에는 커뮤니티 센터에 관리사무소를 배치하는 경우가 많으나 아직도 지하주차장에서 매연을 맡으며 업무를 보거나 햇빛이 들지 않는 지하에서 업무를 보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

기전직의 경우 각 동 지하에 CCTV나 기계들이 있는 공간을 대기 공간으로 사용하고, 화장실, 샤워실 등의 편의시설이 돼 있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경비원들은 휴게시간에 별도의 장소를 마련해 분리해 휴게해야 하나, 실제 초소에서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고 초소 역시 협소하고 택배 등으로 휴게시간마저 자리를 비우지 못하고 쪽잠을 청하는 경우도 많다. 미화원 역시 주로 지하 등에 휴게실이 있는 곳이 많다.

공동주택관리법이 점점 강화되는 등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아파트에서 각각의 직종별로 필요한 편의시설이나 필수시설이 여전히 많지 않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직원들이 근무하는 곳에 냉난방 시설 및 휴게공간과 취식 공간, 화장실, 샤워실 등의 필수시설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법 제정, 지자체의 경제적인 지원 등과 함께 입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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