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분리납부 가능
구체적 대안 없이 떠넘겨

[아파트관리신문=김선형 기자] 월 2500원인 TV수신료 분리 납부와 관련해 수차례 졸속 추진이라는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의 권고 한 달여만에 전격 공포·시행되면서 결국 공동주택에서의 TV수신료 징수는 관리주체의 몫으로 떠넘겨졌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 및 징수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재가한 11일 “관리비 고지서로 전기요금과 수신료가 합산 청구되는 집합건물(아파트 등) 개별세대는 관리주체(관리사무소 등)에게 TV수신료와 관리비의 분리 납부를 신청해야 한다”며 “집합건물 관리주체에게 각 개별세대의 전기요금과 TV수신료를 분리 고지 및 징수하도록 안내하고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며, 관리주체가 TV수신료를 별도로 수납하는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면 아파트 등의 개별세대들도 TV수신료의 분리 납부가 가능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아파트에서의 TV수신료 분리 납부 방안은 알아서 마련하라고 공언한 셈이다.

주관협, “TV수신료는 사용료 아냐
징수할 수 있는 권한·의무 없어”

그러나 앞서 10일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TV수신료는 사용료가 아니라는 것이 협회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총 주택의 63.5%(통계청,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를 차지하는 아파트는 한전과 전기계약을 맺고 관리사무소가 전기요금을 대납한 뒤 가구별로 요금을 다시 청구해 왔다. TV수신료는 그동안 이 전기요금에 합산돼 있었다. TV수신료가 전기, 수도, 난방과 같은 사용료가 아니라는 의미는 TV수신료가 사용료인 전기요금에서 분리될 경우 관리사무소는 TV수신료를 징수해야 할 권한이나 의무가 없다는 뜻이 된다.

김기철 주관협 정책팀장은 “TV수신료는 그동안 전기요금에 포함됐을 뿐이지 사용료로 볼 수 없다”며 “전기요금의 경우 각 단지들이 한전과 계약을 맺고 계약에 따라 요금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고, 전기요금에서 분리된 TV수신료는 이에 대한 명확한 징수 대행 규정이 없다. 명확한 계약이나 규정과 그에 따른 권한이나 의무가 없는데도 징수 대행을 할 경우 오히려 법적인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터넷뱅킹 등 다양한 자동이체 방법들이 존재하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보면 징수 대행의 필요성도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급작스러운 추진에
현장은 혼란과 우려

경기 화성시의 A 관리소장은 “관리주체가 자체적으로 무슨 방안을 마련하라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사전에 어떤 안내도 없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넘기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당혹스러울 뿐이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 서초구의 B 관리소장은 “자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하라고 하는데 일단 어떤 것부터 검토를 해야 하는 건지 감이 안 잡힌다. 정부에서도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일단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정부의 추후 발표를 기다려 볼 생각이다”고 전했다.

용인 기흥구의 C 관리소장은 “잘못된 징수나 TV수신료 관련 민원을 관리사무소에서 담당하게 돼 일이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당장 시행되는데 관련 민원을 처리하려고 해도 관리사무소도 체계적인 안내를 받은 것이 전혀 없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미 주관협에는 “TV수신료 징수 대행에 대해 관리사무소가 권한이나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에 대한 방법을 자체적으로 만들라는 것이 타당한 것이냐”는 민원들이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징수 방법이 달라질 뿐
수신료 납부 의무는 유지

정부는 이날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TV수신료가 전기요금과 분리돼 청구될 것이라고 안내하면서도 ▲TV수상기를 가지고 있는 국민은 수신료 납부 의무가 있다는 점 ▲TV를 가지고 있는데 수신료를 내지 않을 경우 방송법에 따라 미납 수신료의 3%만큼 가산금이 부과된다는 점 ▲KBS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미납된 수신료에 대해 국세체납에 준해 강제집행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분명하게 밝혔다.

아울러 지금은 아직 TV수신료 분리 징수 관련 인프라와 수납시스템 등이 구축돼 있지 않아 3달은 지나야 완전한 TV수신료 분리 징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가장 값싸고 손쉬운 방법이었던 전기요금과의 통합고지 방식이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한전과 KBS 사이의 수신료 징수 수수료에 대한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시스템 구축 기간은 더욱 길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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