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마다 제각각
경기도가 서울의 4배

과태료 처분사항 안내서와 과태료 사전통지에 대한 불수용 안내서 [자료제공=남양주 A아파트]
과태료 처분사항 안내서와 과태료 사전통지에 대한 불수용 안내서 [자료제공=남양주 A아파트]

[아파트관리신문=김선형 기자] 전국에서 아파트가 가장 많은 경기도 지역에서 “무엇을 위한 과태료고, 누굴 위한 과태료냐”라는 목소리들이 나오는 이유가 통계로 밝혀졌다.

한국주택관리연구원의 강은택 위원이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주택관리사의 날 기념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 단지는 최근 3년간(2019~2021) 5.9% 증가한 반면, 감사실시 단지 수는 같은 기간 28% 증가했다. 늘어나는 감사실시 단지 수만큼 행정처분 건수도 많아졌다. 2019년 800건이던 행정처분 건수는 2021년에는 1172건을 기록했다. 행정처분 중에는 과태료와 시정명령이 비중이 높았는데 2020년 기준으로 서울시와 경기도의 과태료 처분 비중을 비교해 보면 각각 11.6%와 41.1%로 경기도의 과태료 처분 비중이 4배 가까이 높았다. 

“정작 입주민에게 피해 준 것은 과태료”

경기 남양주시 소재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최근 지자체로부터 도시가스 계량기 교체에 따른 원격검침 교체 비용 집행 부적정을 이유로 1000만원의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았다.

구체적인 위반 사항은 2가지였다. 입대의가 공동주택 장기수선계획의 조정 없이 도시가스 디지털 계량 설비 즉 원격검침시스템 교체를 2020년에 집행했고 이를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집행해야 했으나 관리비로 부적정하게 부과했다는 것이다. 

아파트에서는 ▲아파트 장기수선계획서에 홈네트워크기기는 2030년 전면 교체로, 단지공용시스템 장비는 2020년 전면 교체로 규정하고 있으며 2016년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기술기준에 따르면 원격검침시스템은 단지공용시스템으로 구분하고 있는 점 ▲착오로 인해 관리비로 부과된 약 2000만원의 교체공사비는 바로 한 달 뒤의 관리비에서 차감한 점 등을 주장하며 소명 의견을 제출했다. 

그러나 지자체는 2016년 국토교통부 고시 기술기준은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위임된 사항이 아닌 주택법 등에 따른 기술적 사항에 관해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며 소명 불수용을 통보하고 과태료 1000만원을 확정했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국토교통부 고시가 기준이 될 수 없다면 무엇이 기준이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장충금이 착오로 인해 관리비로 부과된 것은 즉시 수정하고 바로 한 달 뒤의 관리비에서 차감했다. 기한에 따라 교체돼야 했을 도시가스 계량 설비가 교체됐고 장기수선충당금 역시 착오를 바로잡아 제대로 집행했다. 아파트 단지에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피해가 발생한 것이 없는데 지금 시점에서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은 1000만원의 과태료뿐”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번 사안은 입주민이 국토부에 민원 사항을 적시해 요청했고 관련 내용이 국토부에서 지자체로 내려온 사안이다. 이틀간 현장에서 적시된 민원 사안에 대해 들여다 봤다”며 “명백한 위반 사항이 확인됐고 금액 역시 약 2000만원으로 적은 금액이 아니었기 때문에 규정에 따른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해당 아파트는 이의신청을 하고 법원의 판단을 구할 예정이다. 

입주민 보호 아닌 과태료 부과 자체가 목적

지자체의 과태료 부과 처분이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이의신청을 하고 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 있다. 실제로 법원에서 판단이 뒤집히는 경우도 많다. 모 아파트 입대의는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공사를 시행하기로 의결했는데 계약 당시 장충금 잔액이 공사예정금액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입주민 동의를 거쳐 공사금액을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자 관할 지자체는 “장충금 부족 시에는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하거나 요율을 조정해 추가로 징수해야 한다”며 입대의에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입대의는 이의신청을 했고 법원은 입대의가 범한 절차상의 하자가 가볍다고 봐 처벌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인천지법 2019. 11. 18. 결정 2018라5049판결). 

이에 몇몇 지자체 공무원들은 이런 사례를 예로 들며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하고 “이의신청을 통해 재판으로 가면 과태료 처분이 취소될 것”이라며 지자체에 대한 항의나 소명을 중단하고 절차에 따라 법원의 판단을 받을 것을 권하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결국 일선 공무원들도 과태료 제도가 입주민들의 권익 보호보다는 종종 과태료 부과 자체가 목적으로 운영되기도 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다.

과태료 부과 앞서 지도감독 활성화 필요

공무원은 민원을 접수하고 조사를 한 뒤 과태료를 부과하고 이의신청 등의 절차가 있음을 안내하고 나면 해당 사건에서 몸을 뺄 수 있을지 몰라도 과태료 처분을 받은 아파트 구성원들은 그렇지 못하다. 공동주택 관련 다양한 소송을 맡은 바 있으며 현재 아파트 입대의 회장직도 수행하고 있는 최승관 변호사는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고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누가 과태료를 낼 것인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둘러싼 법률 분쟁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강은택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연구위원도 “과태료 부과에 따른 책임이 관리사무소장에게 집중되고 부실 관리 등의 책임을 물어 사퇴 압박 등이 가해질 뿐 아니라 이어지는 법률적 분쟁에 따라 경제적 손실 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행 공동주택 과태료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법령에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내용에 대하여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아니하고 행정지도 등을 할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을 추가해 과태료 부과 이전 지도감독의 활성화 ▲객관적인 검증과 판단이 가능한 공동주택 과태료 부과심의위원회 설치 등의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강 위원은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제2항은 입주민이 전제 입주자등의 10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지자체장에게 감사를 요청할 수 있게 돼 있다”면서 “지금처럼 입주민이 단독으로 민원을 넣는다고 해서 곧바로 감사로 이어지는 방식은 지양돼야 하고 지자체의 포괄적 감사권만을 규정하고 있는 공동주택관리법 제94조 제4항은 전면적인 개정이 검토돼야 한다. 감정평가사법, 공인중개사법의 경우에도 자의적 또는 상시적인 감사 관련 조문은 없다”고 주장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94조 제4항은 ‘지자체장은 감사 요청이 없더라도 공동주택 관리의 효율화와 입주자등의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제2항의 감사 대상이 되는 업무에 대해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일부 입주민들이 민원을 마치 무기처럼 휘두를 수 있게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과태료 공동주택 부과 실태와 이에 대한 여러 목소리에 대해 유혜령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장은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제기되고 있는 과태료에 대한 여러 문제점은 관련 단체와 계속 소통하면서 여러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살피고 있다”며 “적절한 과태료의 수준이라든지 과태료 체계 등에 대해서는 타 업종의 규정도 참조하고 단체들이 제시하는 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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