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관리에서 과태료로 인한 현장의 고충은 한두 번 이슈화 된 것이 아니지만, 장기수선과 관련된 과태료는 특히 원성이 높다. 장기수선계획의 미수립, 정기검토 미실시, 검토사항 미기록 및 미보관의 경우에는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 수립되거나 조정된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교체나 보수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1000만원, 관리비·사용료와 장기수선충당금의 ‘용도외 사용’에 해당되면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중에서도 특히, 수선유지비와 장기수선충당금의 구분 혼란에서 발생하는 ‘용도외 사용’은 공동주택관리법 제90조에 의하면 부정행위에 해당하여, 과태료 부과 외에 관리회사에 최대 6개월의 영업정지라는 행정처분도 가능할 정도로 그 적용이 매우 엄격한데, 그 취지를 이해해 보자면 무엇보다도 수선유지공사와 장기수선공사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일상적인 관리비로 집행되는 수선비, 시설유지비 등은 상대적으로 금액이 적고 매년 발생하므로 관리가 비교적 쉬운 반면 장기수선공사는 보통 5년 이상의 주기로 발생하고 금액도 크고, 장기수선충당금 적립규모에 따라 공사재원 부족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어 자세한 사전계획과 검토가 필요하기에 둘을 구분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구분의 취지는 타당하지만 현실적으로 구분이 어렵다는 것이다. 총론으로는 명확히 구분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대단히 모호하여 일률적으로 기준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어느 크기까지가 돌이고 어느 크기부터 바위인지 구분한다거나, 혹은 어디까지가 강이고 어디부터가 바다인가 하는 문제와 같은 것이다. 경계선이나 경계 지점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호한 경계의 대표적인 사례는 부분 수선과 교체이다. 어느 정도가 수선유지이고 어느 이상을 넘으면 장기수선인지 판단이 어렵다. 다른 사례는 부대작업이다. 외벽 재도장은 장기수선이지만, 재도장의 사전 필수 작업인 균열보수공사는 장기수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 3월 경기 남양주시의 모아파트는 남양주시로부터 지난해 10월 업무전반에 대해 실시한 감사결과를 통보 받았는데, 장기수선공사를 수선유지비로 집행하였다고 41건을 지적받았고 이중 최종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된 것이 13건이나 될 정도로 많은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일반수선과 장기수선의 구분과 가장 유사한 사례는 일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치료를 받는 통원치료와 입원실을 예약하고 집중적으로 치료를 받는 입원치료의 구분일 것이다. 기준은 분명히 있지만 병의 유형뿐 아니라, 진행 정도, 개인별 기초체력 차이, 경제적 부담능력 차이 등에 따라 의사와 환자가 합의하여 결정하는 것이지 법률의 구체적인 조항에 따라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수선유지비용과 장기수선비용의 이런 혼선 때문에 사업장에서 주요 시설의 교체나 보수가 필요할 때마다 지자체 담당 주무관에게 질의를 해보지만 명확한 답을 얻기가 쉽지 않다. 사정이 이럴진데 사익을 취하지 않은 소액의 금액에도 용도외 사용은 배임, 횡령에 해당한다며 1000만원이라는 과도한 과태료와 영업정지라는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은 분명 과잉금지의 원칙에서 한 참 벗어난 것이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