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끊이지 않는 관리현장 업무 갈등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계약 단계부터 업무범위 등에 대해 명확하게 협의를 하고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아파트관리신문DB]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계약 단계부터 업무범위 등에 대해 명확하게 협의를 하고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아파트관리신문DB]

[아파트관리신문=김선형 기자] 공동주택 관리소장과 경비원의 소속 업체가 다를 경우 관리소장은 경비원에게 업무 지시를 할 수 있을까? 정답은 “딱 잘라 말할 수 없다”다.

최근 경비 노동자들의 업무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권리의식이 향상되면서 경비원의 업무범위뿐 아니라 업무지휘권에 대한 갈등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대치동에서 발생한 한 경비원의 안타까운 죽음의 배경에도 업무지시 및 인사권 등에 관한 관리소장과 경비원 사이의 충돌이 있었다.

파견이냐 도급이냐에 따라 갈려
일반적으로 근로자에 대한 명령 및 지휘권은 계약의 형태가 파견이냐 도급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파견의 경우 근로자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권한은 사용사업주(입주자대표회의 혹은 위탁관리업체 등)에 있으며 도급의 경우는 수급업체(경비업체)에 있다. 공동주택의 경우 경비업체는 일반적으로 입대의 또는 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는다. 이 경우 직접적인 업무지시 권한은 경비업체에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남우근 노무사는 “대부분 경비노동자들의 경우 엄밀히 이야기하면 외관상 도급계약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파견 근로자처럼 근무하는 등 불법파견의 요소가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도급인 공동주택 현장
결국 관리소장은 경비원의 인사에 직접 개입할 수 없으며 직접 업무도 지시할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인사와 업무 지시는 특정인을 경비대장, 경비반장 등의 직책에서 물러나게 한다든지, 아파트 후문에서 배치된 경비원을 정문으로 이동배치하는 일 등을 말한다. 만약 이런 부분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다면 관리소장은 현장 경비원들에게 직접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경비업체에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근무하는 관리소장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서초구 소재 모 아파트를 관리 중인 한 관리소장은 관련 법규정 등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관리업무라는 것이 항상 정해진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고 예상치 못한 민원에 기동성 있게 대처해야 하는 일들도 있는데 그것이 명칭이 업무 지시, 요청, 협조 무엇이 됐든 업체를 거쳐서 해야 하는 거라면 제대로 민원 응대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업무에 관해 계약서에 명시 필요
이와 관련해 이기남 미래주거문화연구소장은 “모든 직접적인 업무지시 자체가 원천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관리소장은 경비업체와 맺은 계약의 범위 안에서 경비원들의 업무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때문에 관리주체와 경비업체가 처음 계약을 맺을 때 이 부분에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비원이 담당할 수 있는 업무에 대해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 경우에도 법령에서 금지하고 있는 업무 등을 지시할 수는 없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경비업체와 관리주체 사이의 경비도급용역계약서를 살펴보면 경비원의 업무범위가 명시돼 있고 가장 마지막에 ‘경비업법이 허용하는 업무 범위 내에서 <갑>이 요구하는 지시사항’ 등의 문구가 삽입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은 사람의 문제다
다만 법적으로 관리소장의 직접 업무지시가 금지돼 있더라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경비업체 입장에서는 재계약 등 문제로 관리주체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다. 경비원이 관리소장의 직접 업무지시 등을 거절하더라도 돌고 돌아 그 일을 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별다른 문제없이 관련자들이 상생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큰 사건이 터지기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한 경비업체 관계자는 “결국은 사람의 문제다”라고 답했다.

종국에는 그 일을 본인이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경비원들도 알고 있지만, 관리소장의 모욕적인 발언이나 거친 언사에 부딪힐 경우 경비원들의 감정이 폭발하게 되고 그러면서 원칙을 따지기 시작하면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현실에 맞춰 법규나 제도의 적절한 개선은 꼭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당장 당면한 현실에서 관리소장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경비원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똑같은 사안인데도 깊어진 갈등이 폭발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관리소장의 거친 태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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