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20

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드는 11월 하순쯤이면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도 이파리를 떨군 채 덩그러니 서 있는 나목(裸木)들을 볼 수 있다. 화려했던 단풍을 아쉽게 떠나보내는 복자기나무와 대왕참나무, 칠엽수, 단풍나무, 느티나무도 있지만 열매나 과실을 매달고 있어 입주민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한 감나무와 대추나무, 산수유나무, 모과나무, 마가목, 산사나무, 꽃사과나무도 있다.

이른 봄 고고한 자태를 뽐내던 매화는 얼마 지나지 않아 초록의 매실을 선물하지만, 나머지 열매들은 여름 뙤약볕에 자라고 가을바람에 영글어 풍성한 결실을 선사한다. 꽃이 아름다운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과실들도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꽃 못지않게 예쁘다.

사과 농장은 아니지만 농장처럼 우리가 관리하는 단지에도 사과와 꼭 닮은 녀석이 가지마다 다닥다닥 붙어있다면 얼마나 이쁠까? 요즘 아파트 단지 조경의 추세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그림일 것이다. 예전에야 감, 모과, 대추 정도가 고작이었다면 최근 들어 마가목이나, 산사나무, 꽃사과나무도 즐겨 심고 있어 좀 더 다채롭고 화려하게 채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꽃사과
꽃사과

아파트 단지에 심긴 유실수(有實樹)는 입주민들이 두고 보면서 즐기는 데 쓰이는 관상용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물론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과실을 따 먹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가지만 앙상한 나무들이 지키고 있는 삭막한 회색빛 콘크리트 숲에 알록달록 과실을 겨우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파트는 휴식의 공간이자 재충전의 장소이며 치유의 숲이기 때문이다.

꽃사과(-沙果, Crab apple)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잎이 지는 키 작은 나무다. 봄이 되면 붉은색 꽃망울이 수줍은 듯 살포시 나왔다가 흰색 꽃을 피우는 모습이 아름답다. 여기에다 가을이면 빨갛게 익는 앙증맞은 애기 사과가 보는 이들에게 비타민 C를 듬뿍 나눠주고 있으니 조경수로 손색없다.

꽃이 예뻐 관상용으로 사랑받는 꽃사과나무는 ‘꽃아그배나무’, ‘서부해당화’, ‘야광나무’, 한자로는 산사(山査)로도 불리는 비슷한 재배종들이 많아 구별이 쉽지 않은 가족들이다. 꽃사과들이 다양하게 개량되면서 꽃이 크고 작은 것, 열매도 작거나 큰 것, 꽃 색도 흰색이나 분홍, 빨강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정원에서 독립수로 심지만 경계수로도 훌륭하다.

수피
수피

※ 관리 포인트
- 꽃사과나무는 물 빠짐은 잘 되고 영양분이 많은 땅에서 잘 자란다.
-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심어야 튼튼하게 자라고 많은 과실이 달린다.
- 자라는 속도가 빠르며, 열매는 한데 묻어뒀다가 이듬해 봄에 심으면 싹이 잘 난다.
- 적절한 가지치기는 나무 모양을 예쁘게 만들고, 나무에 햇빛이 골고루 들도록 해 건강한 나무를 만든다.
- 꽃사과 과실을 얻기 위해서는 가루받이가 필요하므로 2그루 이상을 심는 것이 바람직하다.
- 공해(公害)엔 약하지만, 추위에 강해 어디서든 가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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