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19

숲속 정자에 가을이 깊어지니(林亭秋已晩)
시인의 생각에 한이 없어라(騷客意無窮)
멀리 강물은 하늘에 닿아 푸르고(遠水連天碧)
서리 맞은 단풍은 햇빛을 받아 붉구나(霜楓向日紅)

(이후 생략)

‘어머! 벌써 단풍이네~’ 입주민들은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단지에 심긴 나무에서 단풍을 만난다. 가을이다. 단풍에 대한 느낌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꿈 많은 소녀의 책갈피에 끼워진 단풍도 있을 테고, 비에 젖은 후줄근한 단풍잎도 있으며, 청소부의 빗자루에 쓸리는 도시의 단풍도 있다.

추측건대 그런 단풍잎에서는 어디선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소년을 향한 사랑의 메시지가 담겨있을 테고, 고개 숙인 장년의 서글픔이, 그리고 노년의 아픔 또한 고스란히 담겨있을 것이다.

홍단풍과 청단풍
홍단풍과 청단풍

단풍나뭇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인 단풍나무(Maple)는 여러 원예품종이 만들어졌다. 잎이 봄부터 가을까지 붉은 홍(紅)단풍, 늘 푸른 청(靑)단풍, 가지가 아래로 처지는 수양(垂楊, 공작(孔雀))단풍, 잎이 가늘게 갈라지는 세열(細裂)단풍, 나뭇잎이 작디작은 아기단풍 그리고 섬단풍, 당단풍, 내장단풍, 털단풍 등이 그의 형제들이다. 그 밖에도 중국단풍과 미국에서 들어온 은단풍, 네군도단풍도 주변에서 만날 수 있다.

잎으로 본 단풍나무 종류: ①단풍나무 ②당단풍 ③중국단풍 ④수양(공작)단풍
잎으로 본 단풍나무 종류: ①단풍나무 ②당단풍 ③중국단풍 ④수양(공작)단풍

단풍나무는 특히 가을 정원의 주연이다. 나무의 전체적인 모양이나 잎이 모두 아름다운 단풍나무이기에 가로수, 공원수, 정원수, 분재 등에 많이 이용됨은 물론, 목재는 색상도 다양하고 조직이 치밀해 가구재로 널리 활용된다.

또한 건축재, 악기재, 조각재 등으로도 사용된다. 커다란 나무는 단지에 홀로 심어도 좋고, 무리 지어 심어도 좋아 정원 어디서든 잘 어울린다.

가을이 돼 기온이 떨어지게 되면 낙엽이 지는 나무의 색소들은 잎 속에서 유지하고 있던 균형을 잃게 되는데, 오렌지색이나 붉은색은 카로티노이드(carotinoid), 노란색은 크산토필(xanthophyll), 짙은 붉은색과 보라색, 하늘색 등은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 대표적인 색소다. 이것이 바로 우리 눈을 즐겁게 하는 알록달록 단풍인 것이다.

단풍의 명소로 잘 알려진 내장산에는 최고 수령 약 300년을 자랑하는 천연기념물 제563호가 금선계곡에서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데, 내장산의 단풍나무 중 단연 으뜸인 노거수(老巨樹)다.

꽃소식은 멀리 남녘에서부터 파도처럼 북으로 밀려 올라오지만, 단풍은 설악산에서부터 백두대간의 산등성이를 타고 남으로 내려간다. 깊어가는 가을, 여기 단풍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율곡의 시를 한 수 읊어본다. 임진강이 휘돌아 흐르는 언덕에 세워진 화석정(花石亭)에서 선생이 여덟 살 때 지었다는 팔세부시(八歲賦詩)다.

단풍나무 열매
단풍나무 열매
떨어져 꽃이 된 단풍잎
떨어져 꽃이 된 단풍잎

※ 관리 포인트
- 자라는 속도가 빠르며, 열매는 한데 묻어두었다가 이듬해 봄에 심으면 싹이 잘 난다.
- 볕이 잘 드는 곳이나 그렇지 않은 곳을 가리지 않으며, 습기가 약간 있는 비옥한 사질양토에서 잘 자란다.
- 추위, 병충해(病蟲害), 공해(公害)에 잘 견디는 편이며, 가지치기도 잘 이겨내며, 옮겨심기해도 잘 자란다.
- 검은 진이 나오는 병에는 봄에 보르도액을 뿌려 두면 효과가 있다.
- 진딧물에는 스미치온을, 개각충에는 데나뽕을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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