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

아파트는 여럿이 함께 사는 공간이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주의력이 떨어지다 보니 놀이시설 안전사고의 위험은 배가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단지 내 놀이시설은 일반 시설물보다 고도의 주의를 기울여 관리해야 할 것이나 안타깝게도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입주민 A는 더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 트램펄린 운동기구를 집 밖으로 내놓기로 결정하고 경비원과 함께 트램펄린을 아파트 내 놀이터 구석에 옮겨 뒀다. 어린아이 B는 놀이터에서 위 트램펄린을 타다가 철재 다리 부분이 파손되는 바람에 얼굴을 철재 프레임에 부딪쳐 치아 파절 등 상해를 입었다. B의 부모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면서 A와 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이들이 각 체결한 보험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A는 가족 일상생활 중 배상책임 보험 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내용은 일상생활 중 우연한 사고로 피해자에게 신체장애 또는 재물 손해를 일으켜 법률상 배상책임을 져야할 때 그 손해를 1억 한도 내에서 보상한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 입대의 역시 소유 또는 사용, 관리하는 시설 및 그 시설의 용도에 따른 업무 수행으로 생긴 우연한 사고로 신체장애 또는 재물 손해를 일으켜 법률상 배상 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는 손해를 1억 한도 내에서 보상하는 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법원은 이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A와 경비원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에 위 트램펄린을 놓아두면 아이들이 올라가 뛰거나 밟는 등 다칠 수 있는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봤다. 아무 조치 없이 이를 방치한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으니 A, 보험사, 시설 관리자인 위 아파트 입대의, 그의 보험사 모두 공동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구체적인 손해배상금액은 기왕 치료비 약 120만원, 향후 치료비 430만원, 피해자의 소득과 가동 기간, 후유 장해에 따른 노동 상실률을 감안해 보통 인부 노임 단가를 적용한 일실 수입 약 330만원, 위자료 300만원을 인정했다. 물론 사고가 일어나게 된 경위, 사고 전후의 정황 등에 비춰 미성년 자녀의 부모로서 자녀에게 안전교육을 제대로 시켰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한 잘못이 인정돼 이들의 손해배상책임을 80%로 제한했다.

사고를 예방할 기회는 많았다. A가 더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 트램펄린을 내다 버릴 거였다면 적절한 비용을 들여 절차에 따라 폐기하면 됐다. 만일 재활용할 의사였다면 수선할 곳은 없는지, 아이들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인지 등을 살폈어야 한다. 특히 단지 내 놀이터에 둘 거라면 시설을 관리하는 입대의나 관리주체가 관련 규정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설치하고 관리했어야 한다.

문제는 트램펄린이 폐기절차에 따라 폐기되지도, 설치 절차에 따라 놀이시설로 재활용되지도 않은 채 방치된 것이다. 사고는 놀이터에 위 트램펄린이 놓여진 지 12일 만에 발생했다. 원래 뛰고 노는 기구인 트램펄린이 놀이터에 놓여 있다면 사용해도 되는 놀이시설물로 여기는 게 당연하다. 어린이라면 누구든 달려들어 뛰어놀 수 있다. 버젓이 놀이터에 놓인 트램펄린의 철재 다리가 그리 쉽게 부러지리라 어린이들이 예상할 수 있겠는가?

이 끔찍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기회를 놓친 어른들의 무심함이 무척 아쉽다. 이 무심함이 곧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 위반, 즉 과실이다. 인적,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단지 내 안전사고의 위험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는 없다 하더라도,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사고의 위험은 반드시 줄어든다. 사고가 발생한 후 그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문제가 된다는 두려움보다는 부주의로 인한 사고의 끔찍함을 떠올린다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좀 더 면밀하게 주의를 기울여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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