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 신안한일아파트 권성균 주택관리사

아파트에서 누수 관리만큼 여러 이해관계로 해결하기 쉽지 않은 게 없는 것 같다. 누수의 원인이 전용부분인지 공용부분인지 구분이 모호할 때가 많고 전용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세대 간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용부분이 확실하면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받고 비용을 들여 누수탐지부터 요청하면 되는데 공용부분이라는 확신도 없는데 공사업자부터 불러 일을 시키는 것은 추후 비용 귀속 문제 때문에 먼저 나서 주장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많다 보니 관리규약을 개정하면서 누수의 원인이 공용부분인지 전용부분인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 관리비에서 30만원 이내의 비용이면 선집행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올려봤으나 처음부터 명확하게 하고 탐지하라는 동대표들의 의견 때문에 부결되기도 했다. 몇 년 동안 골치 아팠던 세대 누수에 대해 원인도 찾고 보험처리까지 한 사례를 이전 아파트에서 두 번 경험했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 장마철이 얼마 남지 않아 타산지석으로 삼길 권한다.

우선 재작년 여름 어느 동 16층 뒷 베란다에 놓아둔 세탁기 콘센트에 물이 들어가 전기를 사용할 수 없다고 관리사무소에서 봐 달라는 연락이 왔다. 비만 오면 샌다는 것이었다. 이 콘센트는 베란다 작은방 쪽 벽 80㎝ 정도 높이에 있었다. 콘센트가 있는 곳은 공동구로 보이는 배관이 지나가는 가로세로 40㎝ 정도 되는 벽에서 튀어나온 기둥 같은 공동구였다. 위층에서 새는지 몰라 17층에도 가보니 그곳도 아래층 작은방과 같은 위치 천장 모서리에서 작게 물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같은 위치에 누수가 발생하고 있으니 19층 건물이라 처음에는 옥상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 공동구에 붙은 작은방은 공동구 가까이로 천장에서 물이 새어 나와 벽지가 새까맣게 변한 곳이 군데군데 보였고 창틀 바닥 모서리 장판을 들어 올리니 벌써 오래된듯한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입주민 말로는 3년 전에도 이야기를 했는데 관리사무소에서 해결해주지 못했다고 말한다.

특히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콘센트에 물이 묻어 나는 게 보인다고도 했다. 다들 전문가는 아니니 별다른 해결책은 내지 못하고 계속 알아보자는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 있었다. 공동구는 우수관과 베란다 세탁물이 내려가는 하수배관이 내려가고 있어 옥상에 있는 소방수조함에 연결해 물을 옥상 하수구로 한참을 부어봤지만 별다른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지역 누수전문업체를 불렀다. 외벽에서 물이 타고 들어 올 수도 있고, 작은방 옆에 붙어 있는 화장실 천장에서 타고 들어 올 수 있다고도 했으나 위층 화장실에 가보니 물이 새거나 바닥파손 등의 문제는 없었다. 우선은 공사업자의 말대로 외벽에서 물이 시멘트를 뚫고 들어오는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 당시 외벽 재도장공사를 조만간 할 계획이니 외벽에서 물이 샌다면 재도장 공사를 하면 괜찮지 않을까? 만약 또 샌다면 그때 또 알아보자고 했다. 재도장공사는 재작년 가을에 하지 못하고 지난해 5월에 시작해 8월에 끝났다. 그 사이 여름에 비가 오니 다시 그 입주민에게 연락이 와 또 물이 샌다고 한다. 비가 샌다고 처음 연락받은 지 딱 1년이 되는 시점이었다. 크랙 보수도 하고 재도장공사도 하고 난 다음이었다. 외벽에서 물이 세대 내 시멘트를 타고 들어오는 누수는 아닌 것이 판명된 셈이다. 수소문을 통해 이번에 제대로 된 장비를 가지고 있다는 업체를 불렀다. 옥상에서 카메라를 넣어 내시경검사를 하겠다고 했다. 소방물을 붇고 내시경 카메라를 넣어 살펴보니 18층 우수관 이음쇄 부분에서 물이 새는 것을 발견했다. 비만 오면 옥상에서 우수관으로 물이 흘렀고 우수관을 타고 내려오던 물이 18층 우수관에서 물이 바깥으로 나와 공동구 벽을 타고 내려가다가 콘센트에 물이 들어가고 또 나머지는 17층, 16층 작은방 천장 쪽으로 흘러 들어가 벽지를 훼손한 것이었다. 물이 새는 모습을 20초간 동영상을 찍어 보내왔기에 동대표 회장에게도 보내고 공사실시를 허락받았다. 몇 년간 몰랐던 누수 원인이 밝혀진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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