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손상 쉬운 곳에 장기간 방치, 경제적 가치 인정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아파트관리신문=조혜정 기자] 아파트 지하실에 있던 옷이 담긴 비닐봉지 144개를 경비원이 재활용수거업자에게 처분하자 소유권 표시 없이 방치했던 입주민이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항소심에서도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제3-1민사부(재판장 석준협 부장판사)는 서울 강남구 A아파트에서 옷이 담긴 비닐봉지 144개를 지하실에 둔 입주민 B씨가 이를 처분한 경비원 C씨와 관리업체 D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1심 판결을 인정, B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B씨는 언제인지 알 수 없던 때부터 A아파트 지하실에 옷이 담긴 비닐봉지 144개를 소유권 표시 등 특별한 표식 없이 두고 있었다. 

경비원 C씨는 2019년 8월경부터 9월 24일까지 몇 차례에 걸쳐 5만원을 받고 재활용수거업자에게 이 사건 옷들을 처분했으며, 재활용수거업자는 다른 재활용수거업자에게 이 사건 옷들을 ‘넝마’라며 처분했다. 그 후 옷이 담긴 144개 비닐봉지들 중 32개는 B씨에게 반환됐다. 

B씨는 “C씨가 이 옷들을 절취했다”고 주장하며 “C씨에게 고의가 없더라도,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이 분명한 물건을 소유자를 찾아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행위는 경비원으로서 임무를 위반했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더불어 B씨는 “감정인의 시가감정결과에 의하면 반환된 32개의 비닐봉지에 든 의류들의 추산 도매시가는 2902만7192원이므로 이 사건 의류들 전체의 도매시가는 1억159만5172원”이라고 주장했으며, 항소심에서 301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감정인에게 32개의 비닐봉지에 든 의류들의 부착된 라벨 등을 통해 그 제작시기를 확인한 후 현재 시가를 감정할 것을 명했다. 

감정인이 32개의 비닐봉지에 든 총 2967점의 의류들 중 불과 17점만을 표본으로 삼아 감정가를 산정한 것과 관련해 재판부는 “표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선정 기준도 불분명하며, 의류는 한 철만 지나도 헐값에 처분된다는 점이 익히 열려져 있는데 2021년에 판매되는 신제품의 가격과 동등한 것으로 비교해 평가한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의류들이 언제 제작됐는지조차 알 수 없고 ▲습기 등에 의해 쉽게 손상될 수 있는 아파트 지하실에 장기간 방치된 점 ▲구김이 심하고 그중 일부에는 얼룩 등 오염까지 발생한 점 ▲유행에 민감한 의류산업의 특성 등을 종합했다.

그 결과 재판부는 “이 사건 의류들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 항소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