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승강기 문 강제개방 시
추락방지 미조치

경비원에 승객구조지시
했다고 볼 수 없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무죄’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아파트 승강기에 갇힌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승강기 문을 강제 개방하는 과정에서 경비원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법원이 추락방지 조치를 하지 않은 기전기사와 체계적인 교육, 매뉴얼을 제공하지 않은 관리소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 책임을 물었다.

대법원 제2부는 최근 경기 군포시 A아파트 기전기사 B씨와 관리소장 C씨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상고심에서 “피고인 B씨에 금고 8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피고인 C씨에 금고 4월,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40시간을 명한다”는 2심 판결을 인정, C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아파트 기술직원 B씨는 2015년 12월 25층 2호 승강기 내부에 사람이 갇혔다는 관리소 직원의 전화를 받은 후 기계실에 보관 중이던 승강기 도어 해체 비상열쇠를 갖고 경비원 D씨와 함께 25층으로 갔다. B씨는 비상열쇠를 이용해 승강기 문을 강제로 개방하던 중 승강기가 정상적으로 작동돼 갇혀 있던 승객이 하차했고 승강기는 아래로 내려갔으나 25층 승강기 문이 자동으로 닫히지 않았다. B씨와 경비원 D씨는 열려진 승강기 도어에 다가가 승강기 위치를 확인하게 됐고 그러는 과정에서 D씨가 몸의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1층에서 올라오던 승강기 위로 추락해 대동맥, 간, 척추 등 다발성 손상으로 즉시 사망에 이르게 됐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피고인 B·C씨는 업무상 과실로 경비원 C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동시에 C씨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위반했다”며 B씨에 금고 6월, C씨에 금고 8월과 함께 각 8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다만, D씨에게도 사고 발생에 상당한 과실이 있고 B씨는 최근 10년간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으며 C씨는 초범인 점을 참작해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2심 재판부도 B·C씨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B씨가 승강기 고장으로 승강기 내부에 승객이 갇혀있다는 신고를 받고 사고 현장으로 갔고 승강기 관리업체 직원이 오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즉각적인 구조의 필요가 있어 즉시 승강기 문을 개방해야 하는 상황이었더라도 승강기 문을 개방함에 있어서는 승강기가 이동했을 경우에 대비해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B씨는 만연히 승강기 문을 개방한 채 승강기가 이동해 승강기 문 너머가 빈 공간임을 확인한 후에도 D씨에게 ‘안 보이네요’라고 말했을 뿐 뒤로 물러설 것을 요구하는 등 추락방지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조차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고인 C씨는 승강기 관리주체로서 승강기를 안전하게 유지·관리해야 하고 승강기 안전관리자를 지휘·감독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이 아파트에서는 이 사건 이전에도 몇 차례 승강기 고장 사고가 발생했고 승강기 고장 시 승객 구조 작업은 작업 중 구조자나 승객이 추락할 위험이 있으므로 전문가에 의해 행해져야 하나 피고인 C씨는 원심법정에서 ‘승강기 사고가 발생한 경우 승객 구조를 전문가가 해야 한다는 점을 알지 못해 관행적으로 관리사무소 기전기사가 구조해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아파트에서는 관리사무소 기전기사들이 사실상 승객 구조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음에도 기전기사들은 선임기사들로부터 승강기 문을 개방하는 방법만을 배웠을 뿐 안전과 관련된 체계적인 교육이나 매뉴얼을 제공받지 못했다”며 “이 아파트 승강기 안전관리 업무가 소홀히 이뤄지고 있었음에도 피고인 C씨가 이를 지휘·감독한 사정이 보이지 않으므로 기술직원 E씨가 승강기 안전관리자로 선임돼 있었더라도 피고인 C씨가 승강기 관리주체로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관리소장 C씨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사가 주장하는 C씨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 안전난간, 안전방망 등을 설치하거나 안전대를 착용토록 하는 등 추락방지 조치를 하고 승강기 설치·조립·수리·점검 작업 시 작업을 지휘하는 자를 선임해 안전대 등 보호구 착용상황을 감시하는 일을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 C씨가 승강기 수리·점검·구조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경비원 D씨에게 승객구조업무를 지시했다거나 D씨가 승강기 사고 현장으로 출동해 승객구조업무에 동참한 사정을 알면서 방치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인 C씨가 승강기 사고 시 승객구조업무를 담당하는 기전기사를 비롯한 소속 직원들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조치의무 또는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것과 달리 D씨에 대해 그러한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B씨는 승강기 내 승객에 대한 구조 작업의 일환으로 승강기 문을 개방한 것일 뿐 승강기 개문이 승강기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려는 수리 작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 C씨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상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C씨는 상고를 제기했으나 대법원도 2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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