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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층간소음, 아무리 조심해도 안 되는 이유 따로 있었다감사원,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 발표
승인 2019.05.16 18:01|(1244호)
서지영 기자 sjy27@aptn.co.kr

바닥구조 사전인정제도
허점 드러나…전 과정에 문제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내 이웃 간 주요 갈등요소로 지적되는 층간소음 문제가 바닥구조 제품 자체의 성능 문제 때문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나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밝혀져 국토교통부가 관련 조치 계획을 발표하는 등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공동주택 거주 가구가 일반가구 중 60%에 달하는 등 갈수록 공동주택 거주비율이 높아지면서 이웃 간 층간소음에 따른 갈등도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지난 4일에도 세종시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 A씨가 층간소음 유발을 주장하며 아랫집 주민 B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중태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승강기 앞에서 B씨가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가 이날 밤 10시 30분쯤 B씨가 승강기에서 내리자 곧바로 준비해 둔 과도로 B씨를 10여 차례 찌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와 함께 사는 직장 동료로부터 평소 층간소음을 낸 적이 없다는 진술을 받았으며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공동주택 입주민들은 이 같은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 공동체 생활수칙 및 갈등 예방 교육 등을 받으며 생활 속에서 스스로 조심하는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층간소음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원인이 따로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2일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아파트에 들어가는 바닥구조의 층간소음성능 인정시험, 제품생산, 시공관리 등 사전 인정제도 운영 과정에서의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사전 인정받은 제품이 아닌 저품질 제품이 납품되거나 인정시험이 조작되는 경우 등이 적발돼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전인정 성능과 실측 달라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분쟁과 갈등이 매년 약 2만건 가량 발생하는 등 사회문제가 되고 있음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 최소성능기준(경량충격음 58데시벨, 중량충격음 50데시벨)을 마련하고, 2004년 바닥구조에 대한 사전인정제도를 도입했으며, 2013년에는 바닥슬래브 두께를 대폭 늘리는(180㎜→210㎜ 이상) 등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해왔다.

바닥구조 사전인정제도는 층간소음기준 충족여부를 사전에 인정받고, 인정받은 바닥구조대로 시공하면 완공 후에는 층간소음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가 도입된 지 15년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도 층간소음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어 감사원은 아파트 층간소음의 실태와 원인을 밝히고 개선대책을 마련하고자 이번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은 먼저 사전에 인정받은 바닥구조로 시공한 아파트가 층간소음기준을 만족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감사기간 중 층간소음 측정이 가능했던 수도권 소재의 지난해 말 입주예정 아파트 중 공사금액 및 세대 수가 큰 현장 위주로 28개 현장을 표본으로 선정하고 측정을 실시했다.

측정 결과 성능기준에 미달한 현장을 중심으로 사전인정부터 시공 및 사후평가에 이르는 층간소음 저감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보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국토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국가기술표준원 등 5개 기관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다.

LH‧SH공사가 시공한 22개 공공아파트 126세대와 민간회사가 시공한 6개 민간아파트 65세대 등 총 191세대를 대상으로 층간소음을 측정한 결과, 사전인정한 차단성능과 실제 층간소음 간 차이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96%에 이르는 184세대가 사전 인정받은 성능등급(1~3등급)보다 실측등급(2~등급 외)이 하락했다. 공공은 126세대 중 119세대(94%), 민간은 65세대 전체가 그러했다.

또한 114세대(60%)는 최소성능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공공 64세대, 민간 47세대)

인정 구조 95% 신뢰 어려워

층간소음 저감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원인은 사전인정‧시공‧사후평가 등 제도운영 전 과정에 걸친 문제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전인정 분야에서는 LH공사, 건설기술연구원 등 층간소음 차단구조를 신청받아 사전 인정업무를 수행하는 인정기관은 도면보다 두껍게 제작된 시험체로 인정시험을 하거나 조작된 완충재 품질성적서를 적정한 것으로 봐 바닥구조를 인정한 문제 등이 드러났다.

또한 사실상 현장시공이 어려운 마감모르타르 배합을 인정조건으로 제시하거나 시험에서 확인했던 성능보다 저품질의 완충재가 시공될 수 있도록 성능인정서를 발급한 경우도 있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인정한 바닥구조 154개 중 95%인 146개는 당초 인정했던 차단성능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시공분야에서는 LH‧SH공사의 126개 현장 중 111개 현장(88%)이 시방서 등과 다르게 바닥구조를 시공한 것이 확인됐다.

66개(52%) 현장은 사전에 견본세대에서 소음성능을 확인하고, 완충재의 품질성능을 확인한 후 본시공에 착공하도록 한 시공절차 위반 사실이 있었다. 또 88개(67%) 현장은 바닥구조의 마감모르타르 강도, 슬래브 평탄도 등을 공사 시방서나 국토부가 정한 품질기준에 못 미치게 시공하고 있었다.

특히 감사원은 LH 현장소장 및 공사 감독관이 퇴직 직원의 부탁을 받고 현장조건에 맞는 성능인정서가 없는 바닥구조 제품을 시공해 층간소음 최소성능기준에도 미달한 사례를 적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후평가 면에서는 준공시점에 지자체 요구 등으로 층간소음 차단성능을 측정하는 공인측정기관이 최소성능기준에 맞추기 위해 측정위치를 임의 변경하거나 데이터를 조작해 성적서를 부당 발급하거나, 인정받은 바닥구조 생산업체가 인정시험 때보다 저품질의 완충재를 시공현장에 납품한 사실 등이 적발됐다.

감사원은 적발된 문제들에 대해 총 19건(문책 1건, 주의요구 7건, 통보 11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통보했다.

또한 사전인정, 시공, 사후평가 과정에서 위법‧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한 시공사, 시험기관, 측정기관 등에 대해 벌점 부과, 영업정지, 인정취소 등 조치를 하도록 요구하고, LH에 대해서는 입주민 피해대책을 조속히 마련토록 촉구했다.

아울러 이번에 확인된 각종 문제의 근본 원인이 사후 확인절차의 부재에 있다는 판단 하에, 시공 후에도 층간소음 차단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토록 국토부 등에 제도개선을 통보했다.

이에 국토부는 2일 감사원의 지적을 수용, 관련 조치를 신속히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동주택에 사는 입주민들은 “그동안 시공상의 문제는 살피지 않고 입주민들의 노력만 요구해온 것이냐”, “그동안의 소음 피해, 이미 잘못된 시공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라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속 시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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