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입주민들의 동의 없이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만으로 관리규약에 어긋나는 용도의 잡수입 사용을 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판사 김은구)은 아파트 잡수입을 관리규약상 목적 외에 임의로 사용한 혐의(업무상횡령)로 기소된 경북 경산시 A아파트 전 관리소장 B씨에 대해 최근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아파트 관리규약은 잡수입에 대해 2010년 7월경부터는 그해 관리비 예산총액의 2% 범위에서 예비비로 하고, 남은 돈은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충당하도록 했다. 또 2013년 6월경부터는 관리규약 개정에 따라 잡수입을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자치 활동 촉진을 위해 우선 지출할 수 있고, 남은 돈은 예비비로 적립하도록 했다.

그런데 B씨는 A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던 2010년 7월 말경부터 2016년 2월경까지 매월 입주자대표회장으로부터 재활용품인 헌 옷 수거 대가로 받은 8만원을 예비비나 장충금으로 쌓지 않고 대표회의 의결도 거치지 않은 채 관리사무소 직원 식비, 음료 구입비 등으로 사용했다. 그렇게 B씨가 관리규약에 따른 명목이 아닌 식비 등 관리사무소 운영비 명목으로 마음대로 소비한 잡수입은 총 552만원에 이른다.

또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입주민 C씨가 B씨의 잡수입 유용을 문제삼자, 예전 대표회의 회의록에 ‘헌 옷 수거비는 관리사무소 경비로 사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덧붙여 써넣었다”고 진술했다.

B씨 측은 “B씨는 헌 옷 수거 대가로 받은 돈을 관리사무소 운영비로 사용했으므로 불법영득의사가 없다”며 “B씨가 그런 용도로 사용하는데 대표회의의 허락이 있었으므로 횡령이 아니거나, 피해자(입주민)의 승낙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맡은 돈의 용도가 엄격히 제한돼 있다면 그에 어긋나게 사용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불법영득의사의 발현으로 횡령이 된다”고 설명한 뒤, “피고인 B씨가 ‘관리사무소 운영’을 위해 썼다고 주장하는 명목은 식비 등으로, 아파트 관리규약으로 정한 잡수입 용도로 볼 수 없을 뿐더러, 식사 등을 제공받는 사람 개개인의 편익을 넘어 아파트 입주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됐다고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임원을 지냈던 D, E, F씨는 이 법정에서 헌 옷 수거 대가를 피고인 B씨가 현금으로 받아 사용하도록 허락하는 의결이 있었다고 진술하나, 나중에 덧붙여 적었다고 시인한 기재 외에 대표회의 회의록 내용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점에 비춰 그들의 진술은 믿을 수 없다”며 “입주민들로부터 포괄적 동의를 받지 않은 이상, 대표회의 의결만으로 관리규약에 어긋나고 입주민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용도로 잡수입을 처분할 수도 없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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