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 생활과학연구소 권명희 연구원

커뮤니티는 지역성의 관점으로 보면 지리적 영역특성과 근린관계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지역적인 범주를 한정해 특정장소를 공유하게 하는 물리적 환경을 기반으로 한 친숙함, 사람들간의 공동체의식, 사회·문화·심리차원으로서의 근린관계성을 근거로 나타난다.

공동주택에서 커뮤니티는 공동주택 단지라는 한정된 영역을 기반으로 거주하면서 일상적인 접촉과 이웃관계를 통해 친숙함을 갖게 돼 공유공간을 함께 사용·관리하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단지에 소속감과 애착심을 갖게 되는 거주자 집단의 심리적 공동의식이다.

다시 말하자면, 공동주택에서는 단지라는 지역성을 기반으로 거주자의 다양한 활동과 심리특성 같은 근린관계성을 통해 커뮤니티 문제에 대해 접근이 가능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커뮤니티란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이 함께 구축됐을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으로 서로 상보적인 역할을 통해 안정된 커뮤니티를 형성할 것이다. 거주지에서 커뮤니티 형성의 좋은 점은 첨단과학기술이 주는 생활의 편리함보다 더욱 중요한 심리적 차원의 만족을 얻게 돼 주거만족도가 높아지며, 궁극적으로는 거주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긍정적 차원과 연결되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심리적 차원의 커뮤니티가 형성되도록 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커뮤니티 디자인 과정에서는 서로 물어주고, 의견을 존중하고, 동의를 구하는 등 굳이 의도되지 않더라도 명령이나 통보가 아닌 상호 이해를 지향하는 소통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버마스라는 학자에 의하면 우리는 소통을 할 때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지속적으로 이해가능성, 진리성, 정당성, 진실성 등의 네 가지에 대해 “당신의 말이 타당한가”에 대해 따져 묻는다고 말한다. 예를 들자면 우리는 상대방의 말이 이해가 안될 때 “무슨 말이야? 의미를 잘 모르겠어”라고, 그리고 사실인지 아닌지 의심이 될 때 “그 말이 맞아?”, 그 상황에 적당한지 아닌지 확신이 안 설 때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필요해?”, 진실성이 의심될 때 “그 말이 진실인지? 거짓말 아니지?”라고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는 것이다. 이 네 가지가 모두 타당하다고 여겨질 때 서로간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고 타당성에 수긍하는 소통이 지속되며 불화의 씨가 남지 않을 것이다.

커뮤니티 디자인이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 가능하다고 하지만 소통에는 예의가 있고 말하는 요령이 필요하듯이 원활한 커뮤니티 디자인 과정을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아무리 주민 의견조사를 하고 포스터를 붙이고 회의를 가져도 거주자들은 “나는 처음 들었는데, 나한테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라고 하기 십상이다. 주민들의 관심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프로그램 디자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단지 정보에 대한 것만이 아니며 사람들에게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거나 주민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공유감을 만들어 내도록 잘 들어주는 것이다. 또한 들을 때도 말만을 듣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 들으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정보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기 않은 태도다.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주체는 주민의 의견을 들을 때, 사람의 신뢰성과 성실성에 대한 평가를 듣는 이의 기본적 태도로 주민의 의도와 맥락적 의미를 인식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등 소통의 힘으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디자인해야 할 것이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울산대 생활과학연구소 권명희 연구원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