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아파트 관리품질 등급제 확대’ 문제 없나

올해 1000세대 이상으로 확대
경비원 고용관련 평가 추가

업계, “단편적 평가” 지적
“공통 관리매뉴얼 제시해야”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아파트 관리품질 등급제’에 대해 업계의 불만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등급을 매기기 위한 평가가 다소 전문적이지 않고 표면적인 평가에만 그쳐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아파트 관리품질 등급제를 지난해 1500세대 이상에서 올해부터는 1000세대 이상 단지로 확대 시행하며, 평가단도 확대·보강하고 경비노동자 고용유지 등에 관한 평가항목도 추가했다고 지난달 19일 밝혔다.

아파트 관리품질 등급제는 아파트 단지별 관리 실태를 평가해 3등급(우수·보통·기준미달)으로 나눠 등급을 확정하고 우수단지 공개 및 인증패와 인증서를 수여하는 것으로, 아파트 관리의 전문성·투명성을 높이고 아파트 관리품질 증진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서울시가 지자체 중 처음 도입했다. 2016년 첫해 1500세대 이상 95개 단지 평가를 실시해 우수 17개 단지, 보통 71개 단지, 기준미달 7개 단지를 선정한 바 있다.

서울시는 평가대상인 의무관리대상 아파트 총 2222개 단지를 모두 평가할 수 없는 만큼 우선 2018년까지 1000세대 이상 332개 단지에 대한 평가 완료를 목표로 지난해 95개 단지 평가에 이어, 올해는 118개 단지를 대상으로 4~10월 기간 평가를 실시하고, 내년에 잔여 119개 단지에 대해 평가를 완료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늘어나는 평가대상 단지수의 효율적 평가 운영을 위해 시민단체, 건축사·기술사, 공인회계사 등 각 분야 전문가 14명을 추가로 ‘아파트 관리품질 평가단’으로 위촉, 총 40명의 평가단으로 확대·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관리품질 등급제의 평가 분야는 ▲일반관리 ▲건축 ▲기술 ▲회계 ▲공동체생활 등 5개 분야 149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2016년 평가시 제시된 현장 의견을 반영해 항목별 평가내용을 일부 수정했다.

특히 올해는 아파트 단지 공동체의 상생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현재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아파트 경비노동자에 대한 고용유지 및 인식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가점제 평가항목을 추가해 시행할 예정이다.

평가 결과는 118개 단지 평가 완료 후 연말 공개된다. 우수등급 단지는 서울시 공동주택 통합정보마당 등에 공개하고 우수단지 증서와 인증패를 수여하며, 보통·기준미달 등급 단지는 해당 단지에만 통보해 자체적인 관리 개선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아파트 관리품질 등급제’를 통해 맑은아파트 만들기 문화가 더욱 확산되길 기대하고 있다.

정유승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아파트 관리품질 등급제는 관리주체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시키고 입주민들의 관심도 제고와 참여 확산을 유도해 아파트 관리의 투명성 및 효율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제도”라며 “2년차에 접어든 만큼 ‘맑은 아파트 만들기’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제도로 안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기대와 달리, 서울시의 관리품질 등급제에 대해 업계에서는 ‘아파트 관리’라는 특수하고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 건축, 회계 등 거시적 범위의 전문가들이 각 아파트의 속속들이 사정을 모른 채 표면적, 전반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율산개발 김경렬 사장은 “관리품질 등급제를 실무적인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지도 차원의 좋은 기회로 평가하는 진취적 성향의 관리소장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며 “열심히 하고 있고 자기 마음대로 관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아파트 관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속사정은 잘 살피지 않은 채 평가문항과 법만 보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 불신하고 자존심 상해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김경렬 사장은 이어 “지금까지 지자체 등의 관리점검이 그래왔듯 잘못된 부분의 개선방향을 알려주거나 상위등급을 위한 상세한 조건 등을 알려주지 않고 단편적 매뉴얼을 통해 단순한 평가만 한 채 끝나버린다면 맑은 아파트를 만들고 아파트 관리품질 증진에 기여한다는 관리품질 등급제의 원래 취지에 맞지 않고, 많은 소장들이 등급제 신청을 기피하게 될 것”이라며 “관리품질 등급제를 위한 공통의 관리매뉴얼을 먼저 제시한 뒤 그에 맞게 업무를 정리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잘 하고 있는 부분과 고쳐야 할 부분을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 이종진 회장은 “요소마다 점수를 매기는 객관적인 평가로, 좀 더 세밀하고 질적인 평가가 되지 못하고 있어 하나마나한 형식적인 제도”라며 “민간 분양 아파트에 대한 지원이나 입주민 의견 반영은 잘 하지 않고 행정적으로 비용낭비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가 공동주택 관리 관계자들과 함께 맑은 아파트 만들기를 위한 가치를 공유하고자 한다면 업계의 목소리에도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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