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희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광주시회 사무국장

공동주택의 관리와 관련한 감독 권한과 책임이 시·군·구에 있으니 해당 부서 공무원들은 갈수록 더 다양해지고 집요한 입주민들의 민원에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공무원 세계에서는 알음알이 공동주택 관련 부서가 기피 부서가 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관리주체는 관리주체대로 ‘걸핏하면 과태료’라고 하소연을 하기 일쑤고 반대로 일부 입주민이나 동대표는 관리주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공동주택관리법을 위반했다며 ‘과태료 처분’을 하라고 공무원들을 들볶는 것이 흔한 일이 됐다.

며칠 전 모 아파트 입주민이 민원서류를 잔뜩 들고 협회를 찾아왔다. 처음에는 의결도 없이 공사 사업자를 선정하고 수의계약을 했다고 하더니 시간 전후 관계를 따져 의결이 있었음을 확인해주니 나중에는 비교 견적서를 받은 날이 훗날이므로 사문서위조라고 했다.

이런 민원은 협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고 권한이 없으니 관할 구청으로 가시라 안내 했지만 이미 구청에서는 위법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되돌려 보낸 사안이었다.

그 입주민은 대뜸 “공무원들이 다 썩어서 믿을 수가 없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서류를 보낼 것이며 여기저기 물어보다 협회 사무국을 찾아왔다고 했다. 찾아온 성의도 있고 해 일련의 사건을 요약하며 이야기를 듣고 종합해 봤다. 관리사무소장의 일 처리에 미흡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큰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입주민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차원에서 마무리하고 돌려 보냈다.

공무원들은 이런 집요한 민원에 부딪히면 어떻게 해결할까? 회피하는 것이 가장 쉬울 것이다. 오히려 상반되는 대응을 하면 더 강하고 집요하게 압박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출구를 공동주택관리법 제63조 제2항과 같은 법 제102조 제3항 제22호에서 찾는다.

공동주택관리법 제63조 제2항에 ‘관리주체는 공동주택을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동법 제102조 제3항 제22호에서는 이것을 ‘위반해 관리한 자’에 대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규정한다.

이 규정으로 인해 공동주택 관리를 하는 관리주체가 어려움에 처하는 것은 물론이다. 무분별하리만치 다양하고 사소한 부분까지도 과태료 처분을 받는 문제뿐 아니라 일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관리주체는 독자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건건이 관청에 물어보고 처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생각된다.

지난해 어느 행정청에서 과태료 처분한 내용들을 입수해 훑어봤다. 그 이유를 살펴보고 너무도 어이가 없어 벌어진 입을 한참 동안 다물지 못했다. 아니,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앞으로 관리사무소장으로서 소신 있게 일할 수나 있을까?

과태료는 형벌이라 할 수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를 빗대어 거론할 수는 없지만 공동주택관리법 제63조 제2항의 위반으로 과태료를 처분토록 한 것은 너무도 포괄적이고 범위가 넓어서 최소한의 금도, ‘신의와 성실’ 혹은 ‘똘레랑스(관용)’ 없이 권리 남용으로 흐를 위험이 대단히 높다.

따라서 공동주택관리법 제102조 제3항 제22호는 삭제돼야 하고 과태료 부과의 판단은 일선 공무원에게 책임을 지우기보다 ‘과태료 심의위원회’와 같은 협의체에서 결정토록 해 공무원들의 부담을 줄이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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