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

[아파트관리신문=김선형 기자]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말에 속아 현금을 인출한 후 그 지시에 따라 TV 아래에 현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고스란히 도둑 맞고 이에 대해 경비 소홀을 이유로 위탁관리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입주민이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임민성 판사)는 서울 마포구 소재 주상복합빌딩에 거주하는 입주민 A씨가 “경비 소홀로 인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으니 피해 금액 7000만원에 대해 배상하라”며 위탁관리업체와 입대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며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019년 7월 26일 A씨는 금융기관 및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 범죄조직은 A씨에게 “개인정보가 유출돼 누군가가 A씨의 명의로 우체국에 카드를 만들어 쓰고 있으니 계좌의 돈을 모두 인출해 안전한 TV 밑에 보관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속은 A씨는 인근 은행에서 7000만원을 인출해 범죄조직의 지시대로 자택의 TV 아래에 돈을 보관했다. 범죄조직은 다시 A씨에게 “형사가 지금 사는 곳 1층으로 갈 테니 형사를 만나 개인정보 유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고 나갈 때는 현관문을 열어놓고 나가라”고 지시했고 A씨는 이에 따랐다. 

A씨가 집을 나간 것을 확인한 범죄조직은 열려 있는 현관문을 통해 손쉽게 집에 침입해 TV 아래에 보관돼 있던 현금 700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A씨는 이후 “아파트 관리업무를 맡은 위탁관리업체가 거동 수상자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원이 자신의 돈을 훔쳐 달아나게 했다”며 “위탁관리업체 또는 관리주체인 입대의는 범죄 피해금액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방재센터에 있는 1명의 경비원이 아파트에 설치된 모든 CCTV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업무범위 또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아니라 상황발생 후 녹화 확인 업무로 한정돼 있는 점, 상주하는 10명의 경비인력이 연면적이 약 30만㎡에 이르는 아파트 내 거동 수상자나 비상계단을 이용하는 사람을 수시로 감시하는 업무까지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한 업무 수행을 요구하는 것이고 수탁 범위 내라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위탁관리업체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입대의의 책임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공동주택법에 따르면 입대의는 자치의결기구이고 관리주체는 주택관리업자 등을 말하는 것으로 아파트의 관리주체는 위탁관리업체”라며 “아파트의 경비나 관리에 관해 위탁관리업체의 잘못으로 입주자 등이 손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입대의가 직접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하며 A씨의 청구를 배척했다. 

A씨의 돈을 훔친 범죄조직원은 범행 약 5달 후 다른 유사 범죄와 함께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 절도 및 주거침입으로 기소돼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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