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경비노동자 한목소리
경기도, 1년 이상 고용 권장
주택관리사 고용 보장 필요도 

지난달 24일 열린 전국 경비노동자 한마당에는 전국에서 약 400명의 경비노동자들이 모여 처우개선과 고용보장 등을 주장했다. [김선형 기자]
지난달 24일 열린 전국 경비노동자 한마당에는 전국에서 약 400명의 경비노동자들이 모여 처우개선과 고용보장 등을 주장했다. [김선형 기자]

[아파트관리신문=김선형 기자] 지난달 24일 서울을 비롯해 광주, 대구, 대전 등 전국에서 약 400명의 경비노동자들이 경기 안양시로 모여 ‘전국 경비노동자 한마당’ 행사를 개최했다. 그동안 각 지역별로 경비노동자들이 모인 적은 있지만 전국의 경비노동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사업단 정찬호 공동대표는 “경비노동자에 대한 부당처우와 고용불안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경비노동자들이 지역별로 노동조합, 자조모임 등 다양한 형태로 모이기 시작했고, 조직의 규모가 점점 확장됨에 그동안의 지역 행사에서 벗어나 전국 단위 행사를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충남 공동주택 경비노동자 협의회 홍창선 공동대표는 ‘초단기 계약이 우리를 멍들게 한다’는 발표를 통해 “짧은 기간의 고용계약을 맺어놓고 불편부당 처우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면 따진다고 치부해 찍히고 갑의 마음에 거슬리면 재계약을 거절하는 문제로 인해 실직되기 때문에 더러워도 비굴함을 참고 견딜 수밖에 없어 자존감마저 무너지는 억울한 처지가 돼가고 있다”며 “전국 경비노동자가 하나로 뭉쳐 초단기 계약의 고용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운동에 동참하자”고 독려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4일 뒤인 8월 28일, 경기도는 개정된 제19차 경기도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발표했다. 새로운 관리규약 준칙에는 공동주택 경비 용역업체 등과 용역계약서를 작성할 때 용역의 안정적 수행과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고려해 ‘근로계약을 1년 이상의 기간으로 체결하도록 협조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이 외에도 도는 단기 근로계약을 개선한 단지에는 아파트 경비·미화노동자 휴게시설 개선지원사업과 공동주택 보조금 지원사업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시·군과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리소장 등도 단기계약 시달려

초단기 근로계약 문제는 경비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관리사무소장을 비롯해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노동자들도 초단기 근로계약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8월 한 관리사무소장이 대법원으로부터 ‘수차례 단기계약 이후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취지의 판결을 받아냈다.<본지 2023년 1월 16일 제1421호 1면 참조> 이 관리사무소장은 제4회 주택관리사시험에 합격하고 약 22년간 업계에 종사한 베테랑이었으나 2018년 모 회사에 입사해 퇴직 통보를 받을 때까지 1년 6개월 동안 2~3달 기간으로 6차례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런 현실과 관련해 주택관리사들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기도에서 새로운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이 시행된 지난달 28일 대한주택관리사협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한 회원이 글을 올렸다. 이 회원은 “경기도 개정준칙 시행 소식을 접하고 바로 경기도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현장에서는 경비원뿐만 아니라 관리사무소직원에 대한 단기계약이 더욱 성행하고 있으니 이에 대해서도 살펴달라고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 회원의 전화를 받은 경기도 담당자는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듯이 대답하며 도의원에게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회원은 “적극적인 자세가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관협 이선미 회장은 “경비노동자뿐 아니라 주택관리사들 역시 단기계약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관리규약 준칙에 최소한 위수탁관리계약 기간이라도 주택관리사들의 계속 근로가 보장받을 수 있는 명시적 규정이 들어갈 수 있도록 꾸준히 주장해 왔다”며 “그러나 국토교통부나 국회의원들이 ‘당사자 사이의 계약이기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해 회원들이 일치단결된 모습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리현장에서 단기 근로계약이 맺어지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관리비 절감이 주요 이유 중 하나를 차지한다.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 K-apt에 따르면 2022년 전국 평균 관리비는 ㎡당 2553원이다. 이 중 공용관리비는 1176원인데, 그 중 인건비는 443원이고 경비비는 354원, 청소비는 217원이다. 경비비는 용역업체를 이용할 경우 용역금액이고 직접 운영할 경우 인건비와 피복비 등의 비용이 포함된다. 청소비도 마찬가지다. 결국 공용관리비 대부분은 인건비와 경비비, 청소비다. 각종 공동주택 의무화 법안들로 관리비 상승 압박을 받는 아파트 입장에서는 인건비 등을 손보기 쉽도록 계약기간을 짧게 잡고자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현태봉 경비노동자는 “초단기계약의 문제는 각 아파트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 행정기관의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며 ▲일자리 안정자금, 고령자 고용 지원금 등 업체에 대한 지원 규모 확대와 지원 조건 완화 ▲주무관청과 각 지자체의 아파트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을 주장했다.

한국주택관리협회 조만현 회장은 “초단기 계약 등이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1년을 근무하면서 3~4차례식 계약을 반복하는 쪼개기 계약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산업군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에 당연히 근절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노동자와 사용자가 직무 적합성 등에 대해 서로 알아보는 시용 기간이나 수습 기간 등의 제도는 서비스업이라는 산업 특성에 비춰 필요한 제도이고 오해도 불식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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