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경비원 혹사 보도
관리사무소장 “사실관계 오인”

인천 남동구의 해당 아파트 관련 언론사 보도화면. 방문증 발급기에 ‘작동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공지가 붙어 있는 것을 언론사 보도화면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언론사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인천 남동구의 해당 아파트 관련 언론사 보도화면. 방문증 발급기에 ‘작동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공지가 붙어 있는 것을 언론사 보도화면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언론사 유튜브 화면 갈무리]

[아파트관리신문=김선형 기자]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30일 ‘폭염 속 경비원 세워둔 대형 아파트’라는 내용의 기사가 주요 언론을 통해 일제히 보도됐다. 제대로 작동하는 외부차량 방문증 발급기가 있는데 애꿎은 경비노동자만 땡볕 아래에서 무의미하게 혹사당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해당 아파트의 관리소장은 “사실관계가 잘못됐을 뿐 아니라 입주민 등을 악마처럼 묘사한 일방적 보도”라며 강하게 억울함을 표했다.

언론보도 자료사진 내용과
기사 내용부터 안 맞아

멀쩡히 작동한다는 방문증 발급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기자가 해당 아파트 단지를 방문했던 6일에는 완전히 고장나 있었다. 직접 아파트 단지를 찾아 확인할 것도 없이 관련 언론보도에 나온 자료사진이나 동영상 속 화면만 봐도 방문증 발급기는 전혀 멀쩡해 보이지 않았다.

사용한 지 오래돼 여기저기 녹이 슬어 있고, 사고 등으로 부품이라도 깨졌는지 청테이프가 둘둘 말려 있었다. 또한 방문증 발급기에는 ‘작동이 잘 안 되고 있으니 호출 버튼을 누르지 마시고 동·호수를 정확하게 알려 주십시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부착돼 있는 것을 언론보도 영상과 사진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관리사무소장 A씨는 “기계가 낡아서 차량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자동차가 서로 바짝 붙어서 진입할 경우 1대의 차량으로 인식해서 제대로 외부인 주차 차량 등을 단속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고장이나 교체를 진행하려고 관리규약에 따른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아파트에서 방문증 발급기 설치 회사에 보낸 공문. 차량번호 인식 지연에 대한 점검과 정비 등을 요청하고 있다. [자료제공=아파트관리사무소]
해당 아파트에서 방문증 발급기 설치 회사에 보낸 공문. 차량번호 인식 지연에 대한 점검과 정비 등을 요청하고 있다. [자료제공=아파트관리사무소]

 

대단지 아파트라 무단주차 기승
단지 내 주차 후 출근 얌체족도

해당 아파트는 5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다. 아파트 북문을 나서면 20여m 남짓 떨어진 곳에 바로 지하철역이 있고 남문 밖에는 대형 병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덕분에 출퇴근 시간이 되면 아파트는 외부인들의 막무가내 주차로 몸살을 앓았다.

A소장은 “언론보도 후 인터넷 댓글이나 커뮤니티 등에서 출근 시간에 외부 차량이 들어올 일이 뭐가 있냐며 명백한 경비원 괴롭히기라는 의견이 눈에 띄었다. 우리 단지의 특수한 사정을 모르면 일방적인 보도를 보고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북문과 지하철역이 가깝다 보니 출근 시간이 되면 입주민이 아닌 외부인들이 단지 내에 허락도 없이 차를 세우고 출근을 하고 퇴근 시간에는 지하철을 타고 와서 단지 내에 주차된 차를 찾아서 퇴근한다. 남쪽에 있는 대형 병원 방문객들도 우리 단지에 차를 세우고 일을 본다. 그래서 정작 입주민이 주차를 할 자리가 부족해지다 보니 우리 아파트 단지 주차장이 이 구역 ‘공용주차장’이냐며 대책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밝혔다.

고육지책으로 시작한 수동 발급
겨울에는 안전 이유로 중단

경비원을 통한 출퇴근 시간 방문증 발급 업무는 지난해 10월경부터 시작됐다. 기계가 점점 낡아가고 있는 문제도 있고 아무래도 기계보다는 사람이 직접 서서 확인하면 거짓말로 동과 호를 둘러대고 단지 내로 진입하는 외부 차량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A소장은 “단지 특성상 오전 7시부터 9시와 오후 6시부터 8시인 출퇴근 시간에 외부인 무단주차가 가장 많았고 그래서 같은 시간대에 수동으로 방문증 발급을 시작하자 외부인 무단주차 상황이 많이 개선돼 입주민 만족도도 높았다”며 “겨울에 해가 짧아지면서 출퇴근 시간이 너무 춥고 어두워지자 안전 등을 이유로 한 경비업체 측의 건의가 있어 방문증 수동 발급을 중지했다가 날이 풀리고 나서 다시 재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추위와 안전 문제 등으로 방문증 수동 발급 작업 중단한 사실이 인수인계서에도 명시돼 있다. [자료제공=아파트관리사무소]
지난해 12월 추위와 안전 문제 등으로 방문증 수동 발급 작업 중단한 사실이 인수인계서에도 명시돼 있다. [자료제공=아파트관리사무소]

 

사실관계 과장해서 악마화, 억울

해당 아파트의 방문증 발급기는 현재 완전히 고장이 난 상태다. 지난해부터 차량 인식이 잘 안되거나 차단기가 갑자기 쓰러지는 등 지속적인 문제가 있었다. 발급기를 설치한 업체에 점검과 정비를 요구하며 문의하니 ‘데이터 리셋’등의 방법을 사용해 보라고 했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얼마간 정상 작동하다가도 이내 다시 문제를 일으켰다. 교체를 추진하고 있으나 장기수선계획 조정 및 비용이 만만치 않아 업체를 선정하는 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A소장은 “설비 문제로 인해 불편을 겪은 단지의 모든 구성원들에게는 죄송함을 느낀다”며 “그러나 주어진 환경 안에서 모두가 납득할만한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 일을 마치 경비노동자들이 편하게 지내는 것을 두고볼 수 없어서 무의미한 일을 만들어 괴롭히기 위해 한 것처럼 단지 구성원들을 악마화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언론사에서 취재가 왔을 때 이런 상황에 대해 소명했고 언론사 기자도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상황이 납득이 간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나온 보도는 우리 단지의 상황과 명확한 사실관계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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