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장 직인 필수이나 회장 인감은 선택
복수인감의 경우 회장 거부 시 직원 임금 체불 문제 발생
회장 혼자 통장 변경 가능해 횡령 위험도 존재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관리비 통장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23조 제7항에 따라 관리사무소장의 직인을 등록토록 하고 있으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인감은 원할 시 복수로 등록할 수 있을 뿐 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 아파트들이 관리비 계좌에 소장과 회장 도장을 복수로 등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위탁관리가 사실상 관리업체에 관리비 통제 권한이 거의 없고 입대의 주도로 이뤄지는 현실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이 때문에 해임되거나 임기가 만료된 회장이 인감을 볼모로 삼아 직원 임금 등 지급을 미루며 직위 인수인계를 거부하는 등의 문제가 종종 발생해 해결방안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 A아파트는 지난 2021년 6월 동대표 및 입주자대표회장으로 선출된 B씨가 그해 7월부터 관리업체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관리직원들의 급여와 각종 공사비 등 지급을 거부해 2년간 미집행된 관리비가 20억원이 넘었다. 때문에 아파트 관리업체가 대신 직원들에게 임금과 퇴직금 등을 지급하고 입대의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 지난해 11월 법원으로부터 “입대의는 관리주체에 총 7억5449만여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음에도 B씨의 거부로 계속해서 지급이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서울 노원구 A아파트 관리소장이 노원세무서 앞에서 입주자대표회의 사업자등록증 대표자 변경 거부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A아파트 관리사무소]
서울 노원구 A아파트 관리소장이 노원세무서 앞에서 입주자대표회의 사업자등록증 대표자 변경 거부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A아파트 관리사무소]

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관리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10월 B씨에 대한 해임투표를 진행하고 새로운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했지만 B씨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며 회장 인감을 내놓지 않았다. 때문에 관리비 통장의 인감 변경을 할 수 없어 관리비 미집행이 지속됐다.

새 입대의 회장은 인감 변경을 위해 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증 대표자 변경을 하려고 했지만 세무서에서는 B씨가 법원에 해임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회장 지위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표자 변경을 해주지 않았다. 이처럼 세무서에서는 법적인 책임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정상적인 절차로 선출된 새 입대의 회장이 있어도 소송 등이 진행 중인 아파트에 대해서는 사업자 대표 변경을 꺼리고 있는 추세다.

또 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증 대표자 변경을 하기 위해서는 전임자 사임계와 사인 등이 필요한데 전임 입대의 회장이 이를 거부할 경우에도 대표자 변경이 힘들다.

A아파트 인근의 C아파트도 최근 회장의 거부로 직원 임금 체불이 지속되는 등 인감을 둘러싼 입대의 회장의 횡포는 관리현장의 심각한 문제로 손꼽힌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관리비 통장의 도장이 회장과 소장 복수로 등록돼 있더라도 은행에서는 통장의 주인을 입주자대표회의로 보고 입대의 회장이 혼자 인감을 들고와 단독 인감 등록 등 통장 변경을 요청해도 아무 의심 없이 이를 진행해준다. 공동주택관리법령에서는 엄연히 관리비 통장의 관리소장 직인 등록을 필수로 하고 있음에도 회장 단독 인감으로 변경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회장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관리비 횡령이 가능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2020년 10월에는 입대의 회장이 독단적으로 여러 차례 관리비 통장 재발급과 회장 단독 인감 변경 등을 시도하자 이를 막으려던 고 이경숙 관리소장이 회장에 의해 살해당한 일이 있기도 했다.

한 관리업계 관계자는 “회장의 관리비 통장 인감 변경으로 인한 직원 임금 체불과 횡령 위험 등을 막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이 협조를 통해 관리비 통장의 관리소장 직인 등록 필수 지침 등을 세워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회장 인감 인수인계와 관련해서는 경기도 관리규약준칙 등에서 임기가 만료된 회장에 대해 7일 이내에 후임 회장에게 회장 인감과 관리비예치금 내역 등을 인계토록 하고 있으며 인감의 경우 특히 ‘지체없이 인계해야 한다’는 문구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준칙과 이에 따른 관리규약은 처벌이 따르는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소송으로 가지 않는 한 제재가 힘든 측면이 있다.

한편 위탁관리의 경우 본래 관리직원들의 급여는 관리주체인 위탁관리업체를 통해 지급돼야 하는 것으로, 입대의 승인을 통해 관리비 통장에서 지급되도록 하고 있는 현실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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