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아파트관리신문=김선형 기자] 한 아파트에서 3개월 혹은 6개월 단위로 계약을 반복하면서 8년 이상 근무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같은 근로계약을 갱신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방법원(판사 이순형)은 서울시 모 아파트에서 경비반장으로 근무한 A씨와 B씨가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및 임금 등 청구 소송에서 입대의 손을 들어줬다. 

A씨와 B씨는 2011년경부터 서울의 모 아파트에서 입대의와 계약기간을 3개월 또는 6개월로 하는 계약을 반복했으나 2020년 9월경에 입대의로부터 계약기간 만료 통보를 받았다. 통보를 받았을 당시 A씨는 만 74세, B씨는 만 76세였다. 

A씨와 B씨는 “기간제 근로자로서 기간을 수개월로 한 단기 근로계약을 8년 이상 계속 체결해 근무함으로써 갱신기대권을 취득했으므로 입대의의 근로계약기간 만료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돼 무효”라며 근로자 지위 확인을 구하고 “최저임금 상승과 상관없이 임금 총액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근로계약상 휴게시간을 늘리고 휴게시간에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며 약 5000만원의 시간외근로수당을 입대의에 청구했다. 

재판부는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4호는 고령자고용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하고 있는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2년을 초과해 기가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로 정하고 있다”며 “정년을 경과한 고령자가 근무하는 실태 및 계약이 갱신되어 온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근로자지위확인 청구와 관련해서는 ▲A씨와 B씨가 최초 근로계약을 체결한 2011년 당시 이미 정년을 경과한 상태에서 입대의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고 계약기간 만료 통보 당시 각각 만 74세와 만 76세였던 점 ▲계약서에 계약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이 없고 관련된 명문 규정이 포함된 단체 협약, 취업 규칙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는 점 ▲계약기간 만료 시마다 새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기존 근로계약을 갱신해 왔다는 사실만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을 갱신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입대의 회장 및 관리소장과의 면담자료에 따르면 A씨와 B씨가 ‘이 나이까지 근무시켜 준 것도 고맙다’, ‘일을 하지 않고 쉬니 좋다’ 등의 이유를 들어 복직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사실이 확인되는 점 ▲변론기간 중 경비일지와 경비반장 순찰일지 원본을 외부로 반출함으로써 입대의와의 신뢰관계를 중대하게 훼손해 앞으로 경비반장으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A씨와 B씨의 근로자 지위를 부정했다. 

또한 5000만원의 시간외근로수당 청구에 대해서는 “이미 정해진 근로시간 또는 휴게시간을 계절적 요인이나 입대의의 경영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A씨와 B씨 및 입대의 사이의 계약이 무효라고 인정되지 않는 한 A씨와 B씨가 휴게시간에 쉬지 않고 일을 했다 하더라도 그 근로가 시간외근로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보다 더 근로한 사실 또는 실제로 휴게한 시간이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게시간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증거로써 증명될 필요가 있다”라면서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대부분의 업무를 정해진 근로시간 내에 수행하고 휴게시간 전의 근무시간을 이용해 교대로 저녁식사를 하는 등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활용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재량권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을 뿐”이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A씨와 B씨가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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