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층간소음 갈등, 정부와 현장 대응은?

[아파트관리신문=김선형 기자] 이달 8일 경기 수원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40대 주민이 이웃을 흉기로 살해했다. 범인은 범행 이후 “소음 문제로 옆집 사람을 죽였다”며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 올 3월에는 충북 청주시 모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휘발유와 손도끼를 가지고 평소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어오던 윗집에 방화를 시도했으며 2018년에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소재 모 아파트 입주민이 층간소음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며 경비원의 머리를 발로 차는 등 폭행해 숨지게 했다. 

살인뿐만 아니라 방화 등 대형 참사로도 이어질 수 있는 층간소음 갈등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층간소음 신고 건수는 2012년 이웃사이센터가 열린 이후 2018년 2만8231건, 2019년 2만6257건 등 2만건대를 유지하다가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2020년 4만2250건, 2021년 4만6596건 등으로 폭증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층간소음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사후확인제와 관리위원회
국토교통부는 새로 짓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기존 아파트에 대해서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이하 층관위) 설치 의무화로 대처하고 있다.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는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됐다. 2022년 8월 4일 이후 사업 승인을 받은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완공 뒤 무작위로 추출된 세대를 대상으로 정부가 지정한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성능등급 인정기관’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검사 결과 기준에 미달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시공사에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을 ‘권고’할 수 있다. 

층관위는 관리사무소장, 동대표, 임차인을 포함한 입주민등으로 구성된 주민 자치 조직이다. 단지 내에서 갈등의 중재 및 조정, 민원 상담 절차 안내, 예방 교육 등의 활동을 한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 500세대 이상 아파트에 층관위 설치를 의무화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 관리규약준칙에 명시된 내용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법률에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관련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그러나 현장 반응은 회의적이다.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는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지자체가 ‘지시’가 아닌 ‘권고’밖에 할 수 없는 한계가 있고 층관위는 선뜻 나서서 하려는 사람이 없으며 위원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특별하게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소재 모 아파트 관리소장은 “처음 민원이 들어오면 해당 라인만 층간소음 안내방송을 틀고 그래도 안 되면 관리소장이 직접 방문해서 정중하게 이야기 한다”며 “만약 그 이후에도 민원이 계속되면 정부에서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등을 소개한다. 통상적으로 중재를 하고 결정이 나는데 3개월, 길게는 8개월 정도 걸린다. 여기서도 결론이 안 나면 뾰족한 수를 찾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층관위가 구성된 아파트는 그렇지 않은 아파트에 비해 층간소음 민원이 약 70% 정도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정부에서 운영하는 이웃사이센터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층간소음위원회 등은 상담 신청을 하면 길게는 몇 달씩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층관위가 설치된 아파트는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는 입주민이 지금 당장 전화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바로 옆에 있다. 이런 특징이 입주민이 폭행 등의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막아준다”며 층관위 설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관리주체 차원에서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또 무엇이 있을까.  

궁극적으로는 교육·공동체활성화에 힘써야
전문가들은 결론적으로 단지 내 공동체 활성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당장은 층간소음 문제와 관련이 없고 효과가 미미해 보이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입주민들 사이의 교류가 공동주택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남양주 별내동 소재 모 아파트 관리소장은 “층간소음은 초기에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중재가 정말 힘들다”며 “아이들을 대상으로 층간소음 교육을 실시하고 과자 등 선물과 함께 층간소음 방지 슬리퍼를 쥐어주곤 했다. 지금 당장 눈에 띄는 효과는 없더라도 장차 그 아이들이 자라서 공동주택 입주민이 되면 그때는 지금보다 서로 더 이해하고 소통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모 아파트 관리소장은 “고가의 아파트도 결코 층간소음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며 “층간소음에 대한 민원으로 중재에 나섰는데 알고보니 아랫집 입주민이 윗집 입주민 자녀와 지인이어서 원만하게 해결된 사례가 있었다. 공동체 행사 등을 통해 입주민들이 서로 얼굴을 알고 친분이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 확연히 체감될 정도로 민원도 줄었다”고 말했다.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의 소리를 소음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시골에서 개가 짖는 소리는 정겹게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소리도 아파트에 들어가면 소음이 된다”며 “이웃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그 소리와 연관된 불쾌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분노를 느끼지만, 이웃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려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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