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주거서비스 상생포럼: 한일 국제세미나

첨단 기술에 집중하는 한국
공동체 활성화로 접근하는 일본
토론 통해 서로의 접점 찾아

[아파트관리신문=김선형 기자] ‘신도시’는 자연적으로 성장한 도시가 아니라 특정 목적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건설한 도시를 말한다. 한국사에 최초로 등장한 신도시는 백제 온조왕이 건설한 위례성이며 발해의 상경용천부, 조선의 한양, 일제 시대의 영등포, 1960년대의 여의도와 강남도 신도시로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분당, 일산 등 소위 ‘1기 신도시’는 1990년대 서울 근교 경기도 지역의 택지 건립 계획에 따라 개발이 시작됐다. 

그러나 한국의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1기 신도시도 준공 후 30년이 지났기에 도시 노후화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한국의 전문가들과 우리보다 앞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일본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끝장 토론을 벌였다. 

한국주거학회는 3일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호텔에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 아키큐플러스, 생활환경디자인연구소, 한국주거복지포럼 등의 단체와 공동으로 제9회 주거서비스 상생포럼 한일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일본의 센리, 타마, 센보쿠, 히바리가오카 등 신도시의 노후주거지 재구조화 현황과 시사점을 집중 논의하고 이를 토대로 국내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이를 위해 주서령 한국주거학회장,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한만희 아름다운주택포럼 공동상임대표, 강순주 한국주거서비스소사이어티 공동상임대표, 채창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본부장, 정동선 시흥도시공사장, 노병용 우리관리 회장 등과 마츠모토 마스미 도쿄도립대학 조교수, 소타니 히로유키 센리뉴타운 정보관, 모리타 요시로 도쿄공예대학 교수 카타야마 유리코 오사키후 주택공급공사 매니저 등 한일 양국의 각계 전문가들이 모였다. 

토론회에는 발표자 및 토론자만 해도 40명이 참여했으며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달 3일 제9회 주거서비스 상생포럼에 참석한 한·일 양측 전문가들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김선형 기자]
이달 3일 제9회 주거서비스 상생포럼에 참석한 한·일 양측 전문가들이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김선형 기자]

주거지 재구조화라는 같은 목표 그러나 상반된 양국의 접근 

토론회 시작 전 축사를 전하는 노병용 우리관리 회장
토론회 시작 전 축사를 전하는 노병용 우리관리 회장

본 토론에 앞서 노병용 우리관리 회장은 주거서비스 상생포럼이 제9회를 맞아 국제세미나로 열리게 된 것을 축하하면서 “아파트관리는 시설관리가 본질이지만 필연적으로 입주민관리도 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도 2~3년 후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건물뿐만 아니라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도 노후화돼가는 문제에 대응함에 있어, 사람들을 대하는 현장에 수많은 상주관리 인력을 두고있는 관리회사의 존재에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 활용해 주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노후 주거지의 재구조화’를 테마로 한 1부 토론회에서는 카타야마 유리코 오사카후 주택공급공사 매니저와 조용경 아키큐플러스 대표, 채창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본부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카타야마 유리코 오사카후 주택공급공사 단지 매니저
카타야마 유리코 오사카후 주택공급공사 단지 매니저

카타야마 유리코 매니저는 센보쿠 신도시 내 차야마다이 단지의 재생 사례를 소개하며 “다양한 강점을 가진 사업 파트너와 협동하고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단지와 관련된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했을 뿐 아니라 지역 내 이동식 과일가게, 골목 보건실, 언덕 위의 반찬가게, DIY 공방 등 지금까지 없었던 아이디어로 도전했던 것이 성공적인 단지 재생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조용경 아키큐플러스 대표는 한국 노후주택의 현황과 주거재생 현황을 설명하며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주거재생에 대해 공급자들은 이를 추후에 환산받을 수 없는 비용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기업의 비재무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ESG 관점에서 가치평가를 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창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본부장은 에너지, 방범, 이동편의, 복지, 공동체 등 다방면에 걸친 스마트 주거 기술들을 소개하며 “단순히 거주하는 공간이 아닌 생산과 소비가 일어나는 공간으로서의 주거에 대한 기술적·제도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발표 이후 토론자로 나선 박미선 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은 “같은 신도시 재생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일본에서는 기존 주택을 활용하면서 사람 중심으로 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도시를 재생하려 하고 한국에서는 첨단 기술을 통한 물리적 접근을 하는 차이점을 보인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며 “이 두 접근방식의 접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고 전했다. 

오사카후 주택공급공사가 공동체 활성화 활동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DIY 공방’ 활동. [자료제공=DIY의 집, RE EDIT편집부]
오사카후 주택공급공사가 공동체 활성화 활동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DIY 공방’ 활동. [자료제공=DIY의 집, RE EDIT편집부]

주거지 재정비와 활성화, 입주민 의사가 가장 중요
‘주거지 재정비와 활성화’가 테마인 2부에서는 김용선 관서학원대학 부교수, 마츠모토 마스미 도쿄도립대학 조교수, 남원석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자로 나섰다. 

김용 교수는 일본 신도시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함께 현재 이뤄지고 있는 신도시 재정비에 대해 소개하면서 “거주자의 고령화 정도와 건물의 노후화 정도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가 단지 재생 방향을 결정한다”며 “다양한 재생 방법을 검토하면서 건물뿐만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한 지역 공동체와 이를 유지하는 경영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츠모토 마스미 동경도립대학 도시환경학부 조교수
마츠모토 마스미 동경도립대학 도시환경학부 조교수

마츠모토 마스조교수는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타마 신도시의 현황을 소개했다. 1990년대 한국에서 신도시 개발이 시작되면서 참조한 곳이 일본의 타마 신도시다. 타마 신도시는 도쿄도의 하치오지시, 타마시, 이나기시, 마치다시 등의 여러 자치구에 걸친 대규모 주택 개발 사업으로 1966년부터 사업에 착수해 1971년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도쿄 중심지로부터 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타마 구릉에 위치하는데 이는 서울 강남에서 동탄 신도시 사이의 거리와 비슷한 거리다. 

1980년대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일본의 신도시는 일본의 경제 침체와 함께 저출산이 이어지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타마 신도시 역시 도쿄의 주거비용이 낮아지자 젊은층이 대거 이탈하면서 고령층만 남아 건물과 구성원이 함께 노후화되는 문제를 겪었다. 

한국의 1기 수도권 신도시들은 타마 신도시 모델에서 많은 부분을 참조했기 때문에 타마 신도시가 겪었던 문제는 한국에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특히 일본의 전문가들은 “다양한 연령층이 10~40년에 걸쳐 입주한 일본과 달리 비슷한 세대가 5~7년 사이 동시에 입주한 한국은 고령화 문제가 더욱 압축적으로 터져 나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마츠모토 마스미 조교수는 “타마 신도시에서는 노후 단지에 외장 단열재 보강, 내진 개수 등은 물론 민간기업인 무인양품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젊은 세대 유인, 공공시설 리뉴얼 및 재건축 등 다양하고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이런 활동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계속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원석 연구원은 공공임대주택 재고 및 입주자 현황과 새로운 건물 공급 위주의 재생 시도 사례들을 소개하며 “현재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노후 공공임대주택 재생을 중앙정부 정책으로 공식화하고 예산을 배정하고 그 과정에서 물리적 재생과 사회적 재생을 종합하는 방식으로서 재생사업을 재구조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발표 이후 토론자로 나선 조승연 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타마 신도시의 경우 재정비 사업을 하면서 여러 비영리단체들도 함께 참여해 적극적으로 입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사업에 반영하고자 하는 반면 한국의 경우는 특히 공공부문에서 있어 재정비를 하면서 입주민의 의견 수렴 과정이 많이 부족하다”며 “입주민들의 경우 본인이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고자 하는 의견도 상당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의견들이 사업에 반영되지 않고 재건축이나 철거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꾸준한 소통과 민관협력 그리고 적절한 법제화가 필수
‘지역 활성화 및 관리 체계’를 테마로 열린 3부 토론에서는 일본 최초의 신도시인 센리 뉴타운에서 약 60년을 거주하고 현재 센리 뉴타운 정보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소타니 히로유키씨와 모리타 요시로 도쿄공예대학 교수, 최령 전 서울시유니버설디자인센터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소타니 히로유키 센리 신도시 정보관원
소타니 히로유키 센리 신도시 정보관원

소타니 히로유키 정보관원은 단지 재생 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정보관 활동과 시민 참여형 마을 정비 활동을 소개하면서 “마을 재생 사업은 그 주체가 공공이든 민간이든 책임과 확신을 가지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리타 요시로 동경공예대학 교수
모리타 요시로 동경공예대학 교수

모리타 요시로 교수는 여러 주거단지에서의 공동체 형성 경험을 참석자들과 공유하며 “공동체 형성을 위한 각각의 움직임은 작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런 것들을 계속 축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령 전 서울시유니버설디자인센터장은 일본 세타카야구 지역돌봄체계에 대해 소개하면서 “고령자 등을 위한 돌봄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민관협력이 중요하다”며 “정부와 민간이 서로의 장점을 활용함으로써 공공서비스의 질적 향상뿐만 아니라 비용절감과 민간부문에 있어 고용창출 등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표 이후 토론자로 나선 김덕원 에스엘피플랫폼 상무는 “일본에는 다이와리빙이나 레오팔레스 같은 서비스 회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국내의 대기업들과 합작사를 만든 지도 시간이 꽤 지났는데 관련 서비스가 국내에 활성화 돼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법제화 때문”이라며 “공동주택관리법의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르면 업체 선정 시 가격이 30점을 차지한다. 따라서 입찰을 하면서 위탁수수료를 10원을 쓰는 회사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서비스의 품질도 안 나오고 다양성도 생각할 수 없고 단순히 인건비 정도만을 가져가는 형태의 서비스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권에 따라 공모 등에서 서비스에 대한 배점이 지침에서 줄어들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학자분들의 연구와 정책 반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히바리가오카 공동체 활성화 활동 중 하나로 모든 주민들이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자료제공=마치니와 히바리가오카]
히바리가오카 공동체 활성화 활동 중 하나로 모든 주민들이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자료제공=마치니와 히바리가오카]

한·일 문화 차이가 서로에게 영감이 되도록
한국의 신도시가 일본의 신도시를 참조 모델로 삼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전개 방향도 일본의 신도시와 똑같은 길을 따를 것이라고 단언키는 어렵다. 

한국은 주로 공동주택을 선호하고 일본은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등 주거문화의 차이가 있다. 

또한 도시재생을 논함에 있어서도 한국은 주택의 공급을 비롯한 하드웨어적인 접근을 주로 취하는 반면에 일본은 주민들 간의 화합과 소통 및 참여를 통한 공동체의 활성화라는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에 더 비중을 뒀다. 

양국의 토론자들은 각 국가의 문화적 특성에 따른 도시 재생에 대한 접근 방식 차이에 많은 흥미를 나타냈으며 특히 일본 연구자들은 공동주택 단지의 공동체 형성이 각 단지에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는 관리사무소에 의해 이뤄지는 한국의 공동주택 관리시스템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윤영호 한국주거학회 주거연구원장은 “한국과 일본이 노후 주거지에 대해서 다같이 어떻게 가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장이 돼 매우 성공적인 토론회였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같은 목적에 대한 다양한 해결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 볼 수 있었던 것이 큰 성과였다고 본다”고 소감을 전했다. 

주서령 한국주거학회장은 “그동안 한국주거학회의 세미나가 국내 중심의 세미나였는데 이번에 이렇게 국제 세미나로까지 발전하게 돼서 더욱 뜻깊다”며 “한국에서 2~4기 신도시를 구상하면서 앞서 뉴타운을 설계한 일본의 사례를 많이 참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에는 신도시가 아니라 낡은 신도시를 어떻게 재탄생시키느냐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됐다”며 “오늘은 소규모 전문가 그룹의 세미나지만 이것을 계기로 다른 국내외 기관과 학생들까지도 참여할 수 있는 세미나가 되도록 더욱 확대 진행하려고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이날 열린 토론회 1,2,3부의 모든 내용은 유튜브에서 ‘주거서비스 상생포럼’으로 검색하면 동영상으로 다시 시청할 수 있다. 

제9회 주거서비스 상생포럼에 참석한 도쿄도립대학 마츠모토 마스미 조교수, 도쿄공예대학 모리타 요시로 교수, 센리뉴타운 정보관 소타니 히로유키 씨, 카나가와켄 임대사업부 차야미치 쿄스케 씨 등 일본 관계자들이 4일 주생활연구소 김정인 부소장의 안내에 따라 우리관리 사업장인 서울 서초구 소재 반포자이아파트를 견학했다. [사진제공=우리관리]
제9회 주거서비스 상생포럼에 참석한 도쿄도립대학 마츠모토 마스미 조교수, 도쿄공예대학 모리타 요시로 교수, 센리뉴타운 정보관 소타니 히로유키 씨, 카나가와켄 임대사업부 차야미치 쿄스케 씨 등 일본 관계자들이 4일 주생활연구소 김정인 부소장의 안내에 따라 우리관리 사업장인 서울 서초구 소재 반포자이아파트를 견학했다. [사진제공=우리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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