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표시상 결함에 따른 손해 배상하라

의정부지법 

[아파트관리신문=온영란 기자] 의정부지방법원(판사 박재민)은 최근 분양 당시 세대에 설치된 정수기로 인해 누수 사고가 발생해 손해를 입은 인천 중구 소재 모 아파트 입주민이 이를 제조·설치한 제조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제조사는 제조물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2년경 이 아파트를 분양받아 거주해 왔다. 이 아파트에는 분양 당시 빌트인 방식으로 B사가 제조한 언더씽크형 정수기가 설치됐다. 2018년경 이 아파트 다른 세대에서 B사가 제조·설치한 정수기 필터의 노후로 균열이 발생해 필터에 연결된 상수관에서 필터의 틈을 통해 수돗물이 계속해 흘러나오는 누수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같은해 11월경 B사가 설치한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필터에 연결된 밸브를 잠그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엘리베이터 벽면에 부착해 뒀다.

2021년 7월 말 A씨가 거주하는 세대에서 2018년에 발생했던 누수 사고와 같은 형태의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아랫집 역시 손해를 입게 됐다. 아랫집 세대는 윗집인 A씨를 상대로 각종 수리 및 이사비용 등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 법원으로부터 약 36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돼 그 무렵 확정됐다.

이후 A씨는 B사를 상대로 아랫집에 배상한 손해배상금과 자신의 공사, 이사 및 숙박비용 등 약 52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제조업자 등이 합리적인 설명, 지시, 경고 기타의 표시를 했더라면 당해 제조물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나 위험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때에는 이와 같은 표시상의 결함에 대해서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B사가 제조·설치한 정수기에는 정수기를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밸브를 잠가야 한다는 표시돼 있지 않다”면서 “B사는 입주 당시 A씨에게 안내문을 교부하면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안내문을 교부했다고 주장하나 이에 관한 아무런 구체적 주장, 입증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추후 별도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안내문은 누수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작성된 것으로 의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B사는 입주 당시 A씨에게 정수기를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밸브를 잠가야 한다는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정수기 필터에 연결된 밸브가 열린 상태에서 누수가 발생할 경우 상당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게 되는 점에 비춰 이는 A씨 등 이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중대한 의미를 갖는 사항이고, B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A씨가 입주 당시 빌트인 방식으로 설치된 정수기에 관한 유지관리계약의 체결을 거절한 이상 B사로서는 A씨가 필터를 교체하지 않을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또 B사가 제작·설치한 정수기의 경우 덮개가 존재해 외부에서 필터의 재질을 쉽게 확인 할 수도 없는 이상 A씨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누수가 발생하는 것을 쉽게 예결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나아가 B사는 A씨가 유지관리계약 체결을 거절하면서도 밸브를 열어달라고 요구해 이에 응했다고 주장하는데 A씨에게 당시 정수기를 장기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밸브를 잠그지 않는다면 누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했었다면 A씨가 밸브를 열어달라고 요구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결국 B사가 A씨에게 주의사항에 관한 취지의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은 제조물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으로 판단되므로 제조업자인 B사는 이 법에 따라 A씨가 입은 재산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B사가 아닌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2018년경 이 같은 안내문을 엘리베이터 내 벽면에 부착해 둔 것만으로 B사의 표시상의 결함과 A씨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보기 어렵고, B사가 이를 부착했더라도 이 같은 사정만으로 B사가 손해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한 것으로 보기도 어려우므로 B사는 A씨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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