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형 한국집합건물법학회장 인터뷰

한양대에는 있는 연구실에서 이준형 한국집합건물법학회장을 만났다. [김선형 기자]
한양대에는 있는 연구실에서 이준형 한국집합건물법학회장을 만났다. [김선형 기자]

법조문만 보고도 행위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 가능한 법 돼야
판례 통해 쌓여온 법해석에 일관성 부여하는 입법론적 대안 제시할 것
노후 집합건물과 구분소유자의 고령화 등에 대해서도 제도적 대비 필요
집합건물관리사제도 도입은 기존 제도와의 관계 고려해 면밀히 준비해야

[아파트관리신문=김선형 기자] 최근 한국집합건물법학회장에 선출된 이준형 교수를 만나기 위해 한양대를 찾았다. 약속 시간에 맞춰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방의 벽을 가득 메운 책이 먼저 반긴다. ‘이런 게 학자의 방인가?’라고 감탄하고 있는데 책더미 속에서 이준형 교수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마땅히 앉을 자리가 없다며 쑥쓰러워하는 모습에 ‘조용하고 온화한 사람이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기자의 생각은 인터뷰가 시작되자 달라졌다. 이준형 한국집합건물법학회장은 약 1시간 동안 학회의 역할과 집합건물법의 발전 방향에 대해 열정적이고 날카로운 의견들을 쉴새없이 쏟아냈다.

▶학회장 취임 소감을 부탁한다
집합건물법은 국민의 일상적인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많다. 학회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주로 민법 교수들이 이론적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다. 그러나 학회가 만들어지고 나서는 관리업계 종사자, 주택관리사, 변호사 등 실무에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2010년도 중반부터 집합건물법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도 많아지고 집합건물분쟁조정제도 등이 만들어져 법원이 아닌 지자체를 통한 조정 사건들이 늘어나자 일반 시민들 중에서도 집합건물법을 관심있게 들여다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집합건물법에 대한 관심이 넓어지고 그만큼 법이 담당해야 할 역할이 많아진 상황에서 학회장을 맡게 돼 기쁨보다는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 

▶재임 기간 중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중점사업이라기보다는 학회가 해 왔고 학회가 할 일을 잘 하고 싶다. 법조문 개선을 위한 이론적 연구와 그동안 각 사안에 따라 판례를 통해 해결됐던 문제들에 일관성을 부여하는 입법론적인 대안 제시다.

현행법의 부족한 부분이 뭔지 찾아내서 법을 어떻게 바꾸면 국민들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고 또 어떤 법이 지금 꼭 필요한지에 대한 이론적 연구를 꾸준히 제공할 것이다.  

또한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법률인데 아직 이론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도 많다. 예를 들어 공유부분과 전유부분의 경계라든지 관리행위와 보존행위의 차이 등이 그렇다. 지금까지는 법원이 개별 사건마다 법률에 대해 해석하고 판단을 내려왔다. 하지만 국민들이 법조문을 읽으면 자신의 행위에 따라 어떤 법적 효과가 발생할지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판례를 검색해보고, 소송에 들어가야 법적 결론을 알 수 있다면 사회적 비용의 낭비가 너무 심하다. 따라서 이런 부분을 입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이론적 기반들을 학회에서 제공하고 싶다. 

▶그렇다면 연구가 진행되야 할 현행 집합건물법의 과제를 소개한다면?
집합건물에 있어 많은 문제들은 분양부터 발생한다. 주상복합건물의 경우 주택 부분의 권리의무와 상가 부분의 권리의무가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 하지만 분양사는 빨리 분양을 해서 이익을 챙기고 싶어 하고 권리관계 명확화에는 큰 관심이 없다. 이렇게 권리관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분양사가 빠지고 나면 결국 남은 혼란은 분양받은 사람들의 몫이 된다. 따라서 분양 단계에서 명확한 권리의무 관계를 확정 짓기 위한 절차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또 집합건물의 노후화도 문제다. 지금까지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지방 소도시 같은 경우 아파트를 갖고 있는 것이 오히려 세금만 많이 나와서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에 구분소유권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일본에서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유령 아파트 단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건물이 노후화 돼서 안전 문제 등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려고 해도 재건축 등을 통한 재산 증식보다는 자신이 오랫동안 거주했던 장소에 계속 거주하기 바라는 고령층 등이 있을 경우 재건축을 거부할 수 있다. 이 경우 국가와 지자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건물의 관리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등이 문제가 된다.

집합건물뿐만 아니라 단독주택의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의 농촌은 이촌 현상과 고령화 등으로 마을에 있는 단독주택들이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있는 곳도 많다. 이런 경우 타운하우스처럼 마을 차원에서 관리사무소 같은 것을 만들어 관리인이 여러 단독주택을 관리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 동의 건물 안에 여러 구분소유자가 존재하는 경우를 규율하는 집합건물관리법이 여러 단독주택이 모여서 통합된 관리를 하고자 하는 소위 단독주택 단지에 준용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많기에 연구할 가치가 많다.

▶올 9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집합건물법에 대해 현장에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집합건물법을 오래 연구해온 학자의 입장에서 평가하자면?
이번 개정안에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들어간 것은 아니다. 그동안 꾸준히 논의됐고 필요하다고 학회 차원에서 제안했던 내용들이 반영된 것이기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법만 만들어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적극적인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서울 같은 경우에는 충분한 예산과 조직을 보유한 반면 지방 소도시는 예산과 조직이 없어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제대로 안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입법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법의 실시 기한을 지역마다 차별을 둔다든지 중앙정부에서 파격적인 예산 지원을 한다는지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집합건물법과 공동주택관리법 모두 국민들의 주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데 두 법의 주무부처가 각각 법무부와 국토교통부로 나뉘어 있는 것을 의아하게 보는 사람들도 많다.
두 법의 성격이 다르다. 집합건물법은 집합건물의 소유권을 바탕으로 사적 자치에 바탕을 둔 권리관계 형성을 다루는 사법적 성격이 강하다면 공동주택관리법은 공동주택의 효율적인 관리를 통한 국민 주거수준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공법적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공동주택관리법이 너무 공법적인 부분을 강조하면서 개인의 소유권 부분을 소홀히 하고 행적적인 관리 중심으로 사안에 접근하게 되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주무부처인 법무부와 국토교통부의 밀접한 협력이 중요하다. 예전처럼 부처 사이에 영역싸움을 하면서 서로 견제하는 분위기는 이제 아니지만 그렇다고 법령을 정비하면서 각 부처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유능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의 경우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지만 한국의 법무부에 해당하는 조직과 국토교통부에 해당하는 조직이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각자의 전문분야와 역할에 따라 나눠져 있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집합건물관리사제도 도입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제도화 되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될 부분들이 많지만 필요한 제도다. 집합건물의 제대로 된 관리를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관리인이 필요하고 관리인이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정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즉, 공인된 관리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급하게 도입할 경우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주택관리사제도가 있는데 여기에 집합건물관리사제도가 생긴다면 공동주택관리법과 집합건물관리법에 각 관리사의 존재 근거를 따로 두느냐 아니면 기존에 있는 주택관리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느냐 등부터 시작해 다양한 쟁점이 생긴다. 따라서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아파트관리신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건물에서 생기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는 한 건물만이 아니라 다른 건물에서도 똑같이 발생한다. 그래서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끼리 대응할 수 있으며 공동으로 대응해야 원활한 해결이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는 이렇게 이해당사자들이 모여서 조직을 만들고 법을 개정하기 위해 청원을 한다든지 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 그 네트워크를 통해서 다른 건물에 자신들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당사자들이 나서서 네트워크을 만들고 국가가 이를 지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조직이 만들어 진다면 굳이 국가가 나서지 않더라도 훨씬 적은 사회적 비용을 들여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는 이런 조직들이 많이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이준형 교수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민사법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앙대학교 문화·미디어·엔터테인먼트 법센터장, 사법시험 출제 및 채점위원,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장, 한국비교사법학회 총무이사, 한국경찰법학회 부회장, 한국집합건물법학회 수석부회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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