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기준 없는 지자체 과태료 남발 문제

전문성·신뢰성 떨어지는 감사
행정청 중심 잡을 필요 있어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일부 입주민의 악성 민원과 지자체의 무분별한 과태료 처분으로 몸살을 앓는 아파트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현 관리주체나 입주자대표회의 등에 불만을 품은 입주민이 사소한 문제를 꼬투리 잡으며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한 것에 대해 지자체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민원인에 휘둘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남양주시의 평내금호어울림아파트는 최근 남양주시로부터 지난해 10월 12일부터 18일까지 해당 아파트 업무전반에 대해 실시한 감사와 관련해 관리주체가 제출한 소명내용에 대한 검토결과 및 감사결과를 통보받았다.

이 아파트 한경희 관리소장에 따르면 해당 감사는 일부 입주민의 지속적인 민원 제기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감사범위는 ‘2020년 1월 1일부터 2022년 10월 18일까지 관리전반 및 단지 검토요청 사항’이었다. 남양주시는 A아파트에 감사결과 과태료 2건, 시정명령 3건, 행정지도 16건 등 총 21건이 처분대상으로 확정됐다고 통보했다.

이 중 과태료는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공사를 장기수선충당금이 아닌 다른 계정(수선유지비)으로 집행한 13건과 공사·용역 등 계약 시 동별 게시판에 계약서를 미공개한 7건을 문제 삼았다. 이에 따라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장기수선충당금 사용 부적정에 따른 과태료 1000만원과 계약서 미공개에 따른 과태료 200만원 중 중한 과태료인 1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와 관련해 한 소장은 “관리비 등을 시설물 보수 목적에 따라 사용했으므로 ‘목적 외 사용’에 해당하지 않으며, 관리비등 집행 계정과목을 착오해 장충금이 아닌 수선유지비를 사용한 것”이라며 “특히 남양주시의 감사결과 41건의 장충금 사용 부적정 지적사항에 대해 본인이 감사오류를 입증해 결국 28건을 제외한 13건만 인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남양주시는 28건의 지적사항에 대해 한 소장의 소명의견을 검토한 결과 “수선유지비로 집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돼 의견을 수용한다”고 감사결과에서 밝혔다.

남양주시가 평내금호어울림아파트의 소명의견을 검토한 결과 수용한다는 내용. [사진제공=한경희 소장]
남양주시가 평내금호어울림아파트의 소명의견을 검토한 결과 수용한다는 내용. [사진제공=한경희 소장]

“입대의·관리업체는 행위 당사자 아냐”

한 소장은 “나머지 13건 중에도 사무실 CCTV 모니터 구입건 등 감사오류가 존재한다”며 “감사기관도 제대로 구분하기 힘든 계정과목을 비전문가인 입주자대표회의에 책임 묻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대의는 자치의결기구에 불과하고, 장충금 사용 집행은 관리사무소장의 업무인데 입대의에 이행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과태료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질서행위규제법에 따르면 과태료 처분이 되는 질서위반행위는 법률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고, 질서위반행위 당사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인데 남양주시는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또 한 소장은 “설령 당사자 착오가 아니라 하더라도 처분관청은 질서행위규제법 제7조에 따라 고의 또는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남양주시는 객관적인 입증 없이 법규를 위반해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남양주시는 공동주택관리법령 등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는 민원 제기에 따라 감사를 실시한 것이 아니라 2005년 11월 2일 사용승인 이후 공용부분 시설물 유지보수 이력을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한 건도 등록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2조 위반)돼 지난해 1월 18일 감사 단지로 선정한 것이고 감사민원은 감사 단지 선정 이후인 지난해 2월 12일 제기된 사항”이라며 “감사결과 확정 전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에 소명기회를 제공한 결과 소명의견 일부를 수용해 당초 지적사항 41건 중 28건을 제외하고, 13건은 위법사실이 인정돼 감사결과를 확정하고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라고 밝혔다.

부실한 감사에 따른 과태료 남발,
아파트에 혼란만 야기

한편 한 소장은 같은 이유로 남양주시의 관리업체에 대한 과태료 부과 처분 또한 위법하다고 봤다.

한 소장은 “과태료 부과 기준이 법령과 아파트 자체 장기수선계획을 오가는 등 객관적인 기준 없이 움직이는 시의 감사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지자체가 악성 민원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부실한 감사로 과태료를 남발한다면 아파트에 혼란만 야기하고 감사의 순기능이 아닌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도 최근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도장공사에 균열보수 공사를 포함했다는 이유로 화성시동탄출장소 공동주택관리팀으로부터 과태료 1000만원 부과 통지를 받아 이에 대한 의견제출을 준비 중이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에 따르면 입주민 중 한 명이 지속적으로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해 1년간 담당 주무관이 수차례 교체됐으며 여러 민원 제기사항 중 하나가 이번에 과태료 부과 건으로 지적됐다. 그마저도 당연히 재도장 공사에 포함되는 균열보수 공사가 문제가 된 것으로,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지자체 공동주택 관련 부서가 전문성을 갖고 현장을 이해하거나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은 채 오로지 민원인의 말만 듣고 행정처분을 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관리업계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는 현 입대의나 관리주체에 흠집을 내려는 민원인의 의도를 알고 수 건의 민원제기 사항을 한 건으로 조정하거나 경미한 지적사항은 시정명령을 한 뒤 후에 같은 일이 반복되면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한다”며 “지자체가 행정청으로서 중심을 잡고 악성민원인의 억지 지적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판단에 따른 설명과 설득을 하려는 노력도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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