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년 앞으로 다가온 초고령사회, 주거 대책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년 후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아파트관리신문DB]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년 후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아파트관리신문DB]

[아파트관리신문=김선형 기자]“여기 살면서 애들 대학도 보내고 시집도 보내고 했는데, 웬만하면 여기 계속 있고 싶지. 자기 집 떠나고 싶은 사람이 있겠어? 그리고 이렇게 동네 다니면서 젊은 사람들 얼굴도 보고 해야지 노인들만 모여 있는 데는 난 별로야.”

경기도 광명시 A 아파트에 거주하는 조 모(68)씨처럼 많은 노인들은 요양시설보다는 본인이 계속 살았던 집 그리고 동네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어한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에 발표한 노인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건강이 유지될 경우 희망하는 거주지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이라고 대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83.8%로 가장 많았다. 

이런 추세에 따라 세계의 노인주거복지정책도 노인들을 안전한 곳에 따로 격리한 후 통제하고 관리하는 ‘시설중심보호’에서, 노인들이 인생을 마칠 때까지 익숙한 장소인 살던 곳에 남아 생활하는 ‘자택·지역중심보호’로 전환되고 있다. 

업계에 의한 체계적 고령자 맞춤 서비스 제공되는 일본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웃나라 일본은 약 20년 전인 2006년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일본의 맨션 관리업계는 사회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했다. 

지난 2021년 종합관리수탁호수 50만호를 넘기며 일본 관리업계 1위를 달성한 ‘도큐 커뮤니티’는 고령화에 대응한 유료 회원제 서비스 ‘가족력 플러스’를 자사가 관리하는 맨션을 대상으로 2009년 1월부터 개시했다. 수도, 전기 관련 문제 등 간단한 실내 유지보수와 탁자나 소파 같은 대형폐기물 배출 대행 서비스, 조명·가전·커텐 설치 작업 등을 한화로 월 3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또 다른 맨션 관리회사 ‘다이화라이프넥스트’는 2013년부터 고령자를 위한 종합지원 서비스를 개시했다. 서비스 내용은 매주 1회 콜센터로부터의 정기 연락, 관리조합과 관리회사의 안내문서를 대면으로 전달, 수도 계량기 사용 여부를 점검해 사용량에 이상이 있을 시 보고, 연 2회까지 무상 전구 교환 등 4가지로 비용은 위탁관리비에 포함된다. 

공공부문에서는 일본 정부가 관리하는 ‘서비스 지원형 고령자 주택’이 있다. ‘서비스 지원형 고령자 주택’은 원룸 또는 오피스텔 형태의 60대 이상 노인을 위한 임대주택이다. 설계부터 노인의 편의를 위한 설계가 적용됐다.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가 상근하며 안부 확인과 생활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인 요양시설이 아니라 주거 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입주자들이 요양시설 입주자들보다 훨씬 자유롭게 외출, 외박이 가능하다. 비용은 서비스 종류에 따라 한화 50만원~400만원까지 다양하다.

일선에 선 직원의 역량에 기대고 있는 한국

그렇다면 일본과 같이 초고령화 사회로 달려가고 있는 한국의 사정은 어떨까? 모 위탁관리회사 소속 A 소장은 단지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관리대장을 작성해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관리사무소가 정기적으로 세대방문을 하거나 전화를 통해 각 세대의 난방상태, 수도설비, 전기설비, 창호설비, 현관문, 인터폰 등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연계해 단지 내 커뮤니티 센터를 통한 치매예방서비스, 건강케어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따로 비용을 받지는 않는다.

A 소장은 “시간과 노력이 따로 들어가기 때문에 힘든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입주민들과 교감을 많이 하면서 서로 이해하게 되면 민원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는 관리 업무를 수행하기 더 좋아지기 때문에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그런걸 떠나서라도 어르신들을 보고 있으면 부모님 생각이 나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가곤 한다. 우리 단지 같은 경우에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하고 있지만 이런 부분이 일정한 체계를 가지고 시스템적으로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부문에서는 보건복지부가 2017년 11월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노인들이 자택은 물론 자신이 살던 지역사회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 요양, 돌봄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사회 연계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공과 민간 자원이 연관되는 종합적 케어를 목표로 내세웠다. 

서울 금천구의 보린주택은 보건복지부가 내세운 목표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보린주택은 금천구가 서울시, SH공사와 협업해 도입한 홀몸노인 맞춤형 공공원룸주택이다. 12~16세대 정도가 한 건물에 입주한 소규모 집합건물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2015년부터 시작해 현재는 7호점까지 총 97세대가 공급되고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설계 단계에서부터 노인 친화적으로 제작됐다. 입주자격은 금천구에 거주하고 있는 65세 이상 기초생활 수급자로 반지하 건물에서 거주하는 홀몸노인 또는 한부모가족이다. 입주자격을 유지하는 경우에는 2년마다 재계약이 가능하다. 안부확인, 생활상담, 병원동행, 행정처리지원 등의 생활지원서비스와 건강체크, 보건소 주 1회 방문 등의 건강지원서비스와 공동체활동지원·지역사회연계 및 교육지원과 같은 사회활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관리비 부담완화를 위해 주차장 일부를 인근 주민에게 유료 개방하고 있다. 관내 지역자활센터에서 파견한 자활근로자가 근무하며 아파트의 관리소장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보린주택을 담당하고 있는 금천구 복지지원과 관계자는 “건물이 준공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유지보수에도 점점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부분들이 많아짐에 따라 자활센터에서 파견한 근로자에게만 맡기기에는 조금씩 무리가 오고 있다”며 “2023년에는 건물 관리와 관련해 민간관리 회사와의 협약 또는 위탁 등의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중요

일본의 공공부문 노인주거복지는 빈곤·취약 계층에 대한 보호를 넘어 노인 전체를 위한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고 있으며, 민간 차원에서도 노인들이 살아왔던 곳에서 계속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여러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공공부문 노인주거복지는 보린주택의 입주조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빈곤·취약 계층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비슷한 서비스인 국토교통부의 고령자복지주택, 보건복지부의 케어안심주택 등도 모두 저소득자·노숙인 등을 지원 대상으로 하고 있다. 민간의 경우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성되기보다는 일선에서 활약하는 개인의 역량에 기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위탁관리업계 관계자는 “전체 주택 중 공동주택의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관리업체는 국민들과 가장 밀접하게 접촉하는 업계다. 일선 관리소장들은 다양한 주거형태의 등장과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해 피부로 느끼고 있으며 이에 대해 나름의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면서도 “선의를 가진 관리소장 혼자만의 힘으로는 현재의 업계 구조적, 현실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생활연구소 김정인 박사는 “일본의 맨션위탁은 우리나라와 같이 수수료만 받는 구조가 아니라, 관리위탁업무에 대한 비용으로 계약하고, 위탁업무비용은 결산해 정산하지만 업무비용에 대한 일반관리비, 영업이익을 제대로 책정하고 있다. 이를 통한 수익을 서비스 개발 등에 투자해 공용부분의 시설관리뿐만 아니라 입주민을 위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고령화의 진전 등으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요구되고 있고, 이는 시대적 흐름이다.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기업 이윤 보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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