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우리관리(주) 노무담당 임원

법학박사과정 수료, 행정고시합격, 주택관리사(보)                                고용노동부 안전정책과장, 노동보험국장·근로기준국장        부산·대구·중부지방고용노동청 청장 역임
법학박사과정 수료, 행정고시합격, 주택관리사(보)                                고용노동부 안전정책과장, 노동보험국장·근로기준국장        부산·대구·중부지방고용노동청 청장 역임

우리나라 산업재해자 수는 1998년 IMF 당시 5만1514명으로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한 이후 매년 10만명이 훨씬 넘게 발생하고 하인리히 방식에 의한 경제적 손실액은 2020년 기준 30조원에 달한다. 2021년에는 12만2713명이 산재를 당했는데 사망자가 2080명이며 그중 질병 사망자가 1252명, 사고성 사망자가 828명이다. 올해도 9월까지 510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크고 작은 산재는 개인의 생명을 앗아가거나 신체 손상을 초래하고, 사회적 갈등과 손실을 초래하는 등 여러 경제 주체에게 직·간접적 손실을 발생시킨다. 그간 우리나라는 높은 경제성장을 이뤘으나 산업재해 분야에서는 국제비교가 용이한 사망만인률로 보면 0.43‱로 OECD 38개국 중 최하위 수준인 34위이며 영국의 1970년대와 일본 독일의 199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대단히 낙후된 상황에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산업안전규제를 크게 강화해 시행(2020.1)한데 이어, 산업안전보건법이 본사, 공장, 지점 등 ‘사업장’ 단위로 따로 적용되는 한계점으로 사업주 등의 관심이 저하되는 문제를 시정하고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법)을 제정·시행(2022.1)해 기업 조직 전체로 적용하면서 그간 산업안전보건법 사각지대에 있던 경영책임자에게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면서 처벌수위도 강화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중대재해 감소 효과는 보이지 않고 사고성 사망 재해는 중대법이 시행되기 전과 비교해 오히려 더 증가하고, 특히 사망사고 10건 중 4건이 중대법 적용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는 산재 예방을 위한 가장 효과적 수단인 기업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작동되지 않은데 그 원인이 있지 않을까 한다. 최근에 정부는 또다시 이 같은 중대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중대 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그 핵심은 기업 스스로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본고에서는 사업장 단위의 산업안전보건법과 기업 단위 중대법상 안전관리 각 주체의 법적의무중심의 법치안전 핵심과 자율안전 강화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우선 중대법은, 기업의 전체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경영책임자에게 그가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사업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크게 4가지 임무를 부여한다. 즉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이행과 산업재해의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이행, 행정기관의 개선·시정명령의 이행과 안전·보건 관계 법령상의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등을 안전·보건 확보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4대 의무는 시행령 제4조에 구체화한 9가지를 합해 1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한편 개별 사업장단위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규율하고 있는데, 유해 위험도나 규모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주요한 핵심사항은 다음과 같다. 먼저 기업 전체단위로 부여하는 임무로 개정법에 추가된 것으로서 회사의 대표이사에게 매년 안전· 보건계획의 수립 및 이사회 보고·승인·이행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법 제14조). 다음은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총괄·관리하는 사람을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해 산재 예방계획의 수립 등 안전·보건 관련 업무를 총괄·관리하도록 하고 있으며, 관리감독자에게 기계·기구·설비의 점검 및 이상 유무 확인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및 관리감독자에게 보좌·지도·조언하는 안전·보건관리자를 두게 한다. 그리고 노사동수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해 안전·보건관련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하며, 안전·보건 관리조직별 직무 사항 등이 포함된 안전보건관리규정을 작성하게 하고 있다. 그 외에도 각종 기계·설비 및 작업종류에 적합한 안전·보건조치와 안전 보건교육 실시는 물론, 도급 사업장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지정 및 필요 조치 이행 의무를 부과하고, 근로자에게도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사항 준수 의무를 명시적으로 부여(법제40조)하는 등 수없이 많다.

중대 산재 근절을 위한 효과적인 최고의 방안은 이 같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법정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면서(정부의 안전규제 합리화·명확화·최소화 추진도 필수적 전제조건임), 경영방침에 안전·보건정책을 최대한 반영하고 주기적으로 자체평가·개선토록 하는 자기규율적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구축해 내실 있게 운영함이 기본일 것이다. 동시에 기업의 모든 업무와 마찬가지로 안전관리도 일부 특정인만 책임진다는 잘못된 인식을 빨리 불식하고, 경영자, 관리자, 노동자 등 모든 안전·보건주체가 원팀으로서 각자의 역량 강화에 힘쓰면서 시너지효과를 도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경영책임자는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적 시각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미국의 US 철강회사 회장이 사업장에서 산재가 다발하자 안전을 최우선시해 생산 제일이 아닌 안전제일로 경영방침을 변경하면서 산재가 감소함은 물론 품질과 생산성도 오히려 더 증가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안전제일의 가치관이 조직구성원 모두에 충만돼 기업의 모든 활동이 안전우선으로 체질화된 안전문화를 정립하는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한편 산업안전은 유해·위험요인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현장 노동자가 안전보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구성원 모두가 똘똘 뭉쳐 하나가 돼야만 효율적으로 예방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사업장 내 위험요인 발굴·개선 등 위험성평가의 전 과정과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 기업의 제반 안전·보건시스템에 근로자의 실질적 참여를 견인하고, 위험요인 및 화학물질 등의 유해·위험정보를 충분히 공유해 스스로 자신을 방어할 수 있게 하는 등 자율적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확립할 때 안전한 일터 건강한 일터가 조성될 수 있다고, 최저수준의 산업재해 현황을 기록한 시기에 고용노동부에서 안전정책과장으로, 그 후 유사분야 국장직과 경·인, 부·울·경, TK지역의 청장으로서 정부의 안전·보건정책 수립과 중대 재해 원인조사 및 예방 지도업무를 수행하며 터득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감히 제언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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