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우리관리(주) 노무담당 임원

법학박사과정 수료, 행정고시합격, 주택관리사(보)                                전 고용노동부 근로기준국장        부산·대구·중부지방고용노동청 청장 등
법학박사과정 수료, 행정고시합격, 주택관리사(보)                                전 고용노동부 근로기준국장        부산·대구·중부지방고용노동청 청장 등

기업은 근로자를 채용할 때 근로자의 능력과 직장 적응성 등에 대해 전인적 판단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채용 전에 서류전형이나 면접을 거친 것만으로는 근로자의 적격성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기업은 근로자를 채용하면서 근로자를 정식으로 고용하기 전에 그 업무수행능력 및 적성을 파악·평가하기 위해 일정 기간 시용 또는 수습기간을 정해 두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사용자는 시용 또는 수습임을 이유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해 근로계약을 해지 또는 본채용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실정인 바, 이는 시용 기간 중 근로계약의 해지 또는 시용기간 만료 시 본 채용의 거절 사유는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나 이 또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정당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대법 2003다5995 판결 등 다수).

여기에서 시용과 수습의 개념을 엄격히 구분하면, 시용은 정식채용을 전제로 해 직업능력과 기업에의 적응성을 판단하는 기간으로 정식채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고, 수습은 정식 채용 후에 근로자의 직업능력의 양성 및 직무오리엔테이션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정식채용이 이뤄진 상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나 실무에서는 혼용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고에서는 시용의 개념으로 사용한다.

대법원은 “시용계약은 그 자체로서 근로계약이고, 다만 정규종업원으로서의 적격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본채용을 거절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사용자에게 근로계약에 대한 해약권이 유보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대법원 99두10889, 2001.2.23. 대법원 2002다62432, 2006.2.24 등).

또한 시용 기간은 이미 채용된 근로자를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하는 것이므로 법원이나 고용노동부는 근로계약서에 명시하거나 취업규칙에 필수적 사항으로 규정된 경우에만 인정한다. 시용기간에 대해 취업규칙에서 “회사는 필요한 경우 3개월 이내의 시용기간을 둘 수 있다”라고 선택적으로 규정하고 있거나, 근로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경우에는 본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간주된다.

일반적으로 시용기간 이후 본채용 거부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은 취업규칙 등에 시용제도 설정, 근로계약 체결 시 시용기간 명시, 시용 근로자 평가를 위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 마련 및 객관적 평가 등의 요건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러면 시용근로자에 대한 본채용 거절의 정당성의 요건은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시용(試用)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 시 본계약(本契約)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당해 근로자의 업무능력, 인품, 성실성 등 업무 적격성을 관찰·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춰 볼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해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돼야 한다(대법원 2002다62432, 2006.2.24.).

그리고 “업무적격성 평가는 시용직원에 대한 평가를 다른 일반 직원들과의 비교를 통해 상대적으로 평가하거나 평가표의 기재가 구체적이지 못해 업무수행능력이 어느 정도, 어떻게 부족했는지와 그로 인해 업무수행에 어떠한 차질이 있었는지를 알 수 없다면 본채용을 거부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 하고 있다.(대법원 2002다62432, 2006.2.24.). 노동위원회나 법원은 과거에는 인사권을 사용자의 고유권한으로 보고 평가 결과를 그대로 인정해 주는 분위기였으나 최근에는 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했는지를 따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편 근로자의 부적응이나 부적합의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당초 정해진 시용기간이 만료되기 이전이라도 시용기간을 단축해 해당 근로자에 대한 본채용을 조기에 거부하는 것은 어떠할까. 이때에도 수습기간 종료 시의 본채용 거부와 마찬가지로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해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돼야 해고의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한다.(중노위 2006부해1009, 2007.3.2.).

그리고 다소 논란이 존재하기는 하나 “시용기간 중의 근로자라 해도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구비와 함께 취업규칙 등에 징계절차가 정해져 있는 경우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사례가 있다.(서울지노위 2006부해429, 2006.06.21, 중노위98부해523, 1999.2.1.). 한편 고용노동부도 수습 기간 중 근무태만 등을 사유로 징계해고를 하는 경우라면 당해 사업장의 취업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징계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질의회신하고 있다(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과4200, 2012.8.20.).

또한 근로기준법상 제27조에 규정된 해고 사유 등의 서면통지 의무와 관련해, 시용근로관계에서 사용자가 본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해당 근로자에게 그 구체적·실질적 거부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하므로 단순히 “시용기간의 만료로 해고한다”는 취지의 통보는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한 부당해고로 판단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대법원 2015두48136, 2015.11.27.)

결론적으로 시용근로자에 대한 본채용 거부가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①근로계약 체결 시점에 시용근로자임을 반드시 주시시키고 ②수습 기간 만료 이전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한 결과 본채용 기준에 미달할 것이며 ③ 계약 해지 시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할 것 등의 요건을 갖춰야 안전한 노무관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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