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제14민사부, 동대표 절차 따른 회장 해임은 무효

[아파트관리신문=온영란 기자]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행한 직무를 해임사유로 동대표 해임절차에 따라 입대의 회장을 해임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회장으로 해임하고자 할 때에는 회장에 대한 해임절차를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인천지방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김지후 판사)는 최근 인천 연수구 소재 모 아파트 동대표이자 입대의 회장으로 선출된 A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동대표 해임 무효 확인 소송에서 ‘A씨에 대한 해임처분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12월 중순 이 아파트 B동 동대표로, 2021년 1월 말 입대의 회장으로 선출됐다. 

2021년 8월초 일부 입주민들은 A씨가 전기료 연체료를 직원 퇴직적립금으로 불법 전용해 사용하고, 관리직원에 대한 부당한 사적 업무를 지시했다는 등 11가지 사유를 이유로 A씨에 대한 회장 해임안을 제출했다.

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2021년 8월 중순 A씨에 소명서 제출을 요구했고 같은해 9월 1일부터 B동 총 72세대를 대상으로 A씨에 대한 해임투표를 실시해 A씨가 회장에서 해임됐음을 공고했다.

A씨는 “자신을 입대의 회장에서 해임하려면 입대의 해임결의를 거치거나 아파트 입주자 전부를 대상으로 해임절차를 진행했어야 함에도 선관위 위원장 독단으로 B동 입주자들만을 대상으로 동대표 해임절차를 진행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에게는 해임사유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해임절차를 진행한 것은 위법하고, 입대의가 소명자료의 열람 안내 또는 각 세대 배포 등을 고의적으로 불이행해 입주민들이 소명자료에 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입대의는 “선관위는 A씨에 대해 입대의 회장에 대한 해임절차가 아니라 동대표자 대한 해임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하면서 “관리규약에서는 입대의 회장에 대한 해임사유와 동대표자에 대한 해임사유를 별개로 정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A씨는 동대표 및 입대의 회장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할 의무가 있었고, 회장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생긴 해임사유는 동대표에 대한 해임사유가 될 수 있다”면서 “선관위는 관리규약에 따라 형식적 요건을 갖춘 해임안이 제출됐다면 동대표 해임투표절차를 실시할 의무가 있고 A씨는 B동 입주자 과반수가 참여한 투표에서 해임됐으므로 이 해임투표에는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동대표에 관한 해임사유는 동대표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생긴 해임사유를, 입대의 회장에 관한 해임사유는 회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생긴 해임사유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 재판부는 “공동주택관리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동대표의 경우 해당 선거구 전체 입주자 등의 과반수가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해임하고 입대의 임원은 원칙적으로 전체 입주자 등의 10분의 1이상이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해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는 동대표의 해임보다 입대의 임원에 대한 해임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정한 것으로서 관리규약에서 정한 해임의 요건도 이와 같은 내용인 점을 들었다.

또한 재판부는 “관리규약에 따르면 동대표가 해당 선거구 입주자 등의 투표에 따라 해임되는 경우 임원의 지위도 상실하는 반면, 입대의 임원이 전체 입주자 등의 투표에 따라 해임되는 경우 임원의 직은 상실하나 동대표의 자격은 유지되는 것처럼 동대표에 대한 해임과 입대의 임원에 대한 해임은 그 효과도 다르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이나 관리규약에서 해임절차의 요건 및 효과를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것은 동대표의 경우 해당 동 입주자들의 대표하는 지위에 있을 뿐이나 입대의 회장의 경우 전체 입주자 전부를 대표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그 해임절차에 전체 입주자들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동대표이자 입대의 회장의 지위를 겸직하고 있는 사람을 입대의 회장에 대한 해임사유로 해임하고자 할 경우에는 입대의 회장에 대한 해임절차를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어 “만일 이런 해임절차별로 구분해서 적용하지 않는다면 동대표와 입대의 회장의 지위를 겸하는 사람을 입대의 회장으로 수행했던 업무를 사유로 해임하기 위해 입대의 회장에 대한 해임절차보다 요건을 갖추기 용이한 동대표 해임절차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이런 해석은 입대의 회장에 대한 해임절차의 요건을 동대표 해임절차의 요건보다 엄격하게 규정한 공동주택관리법령 및 관리규약의 취지를 몰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A씨의 해임사유는 모두 A씨가 동대표가 아닌 입대의 회장으로서 행한 직무에 관한 것으로서 입대의 회장에 대한 해임절차에 따라 이뤄졌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동대표에 대한 해임절차에 따라 한 동 입주자만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해 A씨를 해임했으므로 이 해임투표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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