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등록제도 회피 위해 분할 계약한 업자 ‘벌금형’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방수공사 계약을 동마다 분할 수주했더라도 공사계약 당사자와 공사 목적물 등이 동일한 공사에 해당한다면 공사 대금을 합해 건설업 등록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고 아파트 방수공사를 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방수공사 등 건설업을 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등록해야 하는데 1500만원 미만의 공사는 ‘경미한 건설공사’로서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구 법령은 동일한 공사를 2 이상 계약으로 분할해 발주하는 경우 각각의 공사예정금액을 합산한 금액을 공사예정금액으로 하도록 정했다.

A씨는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2015년 4월 B아파트 자치회장으로부터 공사금액 2895만원의 방수공사를 도급받아 1차 공사를 실시하고 그해 5월 5040만원의 2차 공사를 도급받아 시공한 혐의를 받았다.

반면 A씨는 아파트의 개별 동마다 방수공사를 진행한 것이고, 동별로 공사금액을 따져보면 1500만원에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B아파트 자치관리회와 A씨는 아파트 옥상·외벽 균열보수 및 방수공사를 위해 1차 공사에 관해 공사금액이 각 965만원인 3개 계약으로 나눠 계약서를 작성했고 2차 공사 계약 체결 시 공사금액이 350만~660만원인 10개 계약으로 나눴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동별 공사의 범위 및 내용에 차이가 없고 A씨는 경미한 건설공사에 해당하는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계약서를 분리해 작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이 이를 뒤집어 “동별로 공사계약이 이뤄졌으므로 금액을 합산해선 안 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A씨가 진행한 공사가 서로 떨어진 개별 동에서 진행됐으며 어느 하나의 건축물을 완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동일한 공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2심은 공사금액의 합계 7935만원을 10개 동으로 나누면 평균 금액이 793만5000원으로 1500만원 미만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B아파트에서 동일한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고 공사 금액을 합산해 건설업 등록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분할 발주된 수개의 공사가 ‘동일한 공사’로서 공사예정금액 합산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각 공사계약의 당사자, 공사 목적물, 공사기간, 공사 내용 및 방법, 수개의 계약으로 분할해 체결한 경위 등 제반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으로 각 공사계약이 하나의 계약으로 인정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수개의 공사에 대해 하나의 공사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하나의 공사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동일한 공사’로 평가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B아파트 1차 공사 및 2차 공사는 모두 아파트 전체에 대한 옥상·외벽 균열보수 및 방수공사로서 공사 대상이나 시공방법 등에서 차이가 없었고 ▲공사대금도 분할 발주된 각 개별 계약을 구분하지 않은 채 전체 공사의 진행도에 따라 수시로 지급됐으며 ▲A씨가 2차 공사 완료 무렵 각 개별 계약을 구분하지 않은 채 전체 보수공사에 대해 4회의 하자보수공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한 점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나아가 대법원은 A씨가 건설업 등록제도를 회피하거나 면탈할 의도로 동일한 공사를 다수 계약으로 분할해 수주한 것으로 보고, 원심이 공사예정금액이 1500만원을 초과하는 전문 건설공사를 경미한 공사로 해석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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