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의호 (사)한국부식방지기술협회 회장

부식방지 기술개발·인력 양성 역할 맡아
미국·일본 대비 부식 관련 정책 미흡 지적

배관 부식 시 스프링클러 미작동으로 피해 확산
관리소장·입주민의 부식방지 인식 중요해

이의호 한국부식방지기술협회 회장 <김포=고경희 기자>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9월까지 건물 내 화재 스프링클러 미작동 건수 3632건 중 11건은 헤드손상, 부식 등 관리소홀로 인해 발생했다. 아파트 스프링클러 자재로 두께가 얇은 동관(M형)을 사용하고 배관 내에 공기를 제거하는 등 배관 부식을 대비한 조치를 하지 않아 하자가 발생하자 시공사에 법적 책임을 묻는 사례도 있었다. 스프링클러 배관 부식으로 오작동이 일어나면 관리자가 자동운전모드 대신 수동모드로 전환해 화재 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하는 요인이 된다.

부식방지 기술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설립된 (사)한국부식방지기술협회의 이의호 회장(80세)은 “스프링클러 배관 등의 부식을 방치할 경우 하자소송, 잦은 배관 교체 등 불필요한 비용을 소모하고 초기대응 실패로 화재 피해를 확산시킨다”며 부식방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에 이의호 회장을 만나 아파트 배관 부식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부식방지기술협회는 어떤 곳인지.

한국부식방지기술협회는 부식방지 전문기술연구소로서 국내 최초로 설립됐던 (재)한국건설방식기술연구소(1993~2010)를 전신으로 하고 있으며, 70년 역사의 미국 NACE, 일본의 방청기술협회를 모델로 2015년 1월 행정안전부 허가 공익법인으로 설립됐다.

미국의 10종, 일본의 4종 방식전문기술자가 분업화해 수행하는 부식방지 기술업무(설계, 시공, 감리, 관리, 진단 등)를 한 사람이 수행할 수 있는 종합방식기술자(산업통상자원부허가 005454, 부식방지엔지니어)를 양성 및 관리하며, 방식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 또는 기관에 첨단방식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스프링클러 부식방지를 위해 부식억제공법을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잠실 제2롯데월드 타워 수질개선, 한국토지주택공사 스프링클러 부식문제 원인분석 및 해법 등의 용역을 진행했으며 아파트 등 시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협회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해군에서 30년간 복무하면서 부식방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인지하고 있었다. 부식을 방치하면 안전사고, 잦은 보수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 방식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이 인연이 돼 1993년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의 허가를 얻어 방식분야 전문기술연구소인 (재)한국건설방식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이후 항만, 교량, 도로, 신도시, 고속철도 등 공사 시 기술자료를 제공하고 기술자문위원으로 서 부식문제를 여과 없이 지적해 왔다. 미국, 일본의 부식방지 기술서를 번역해 해설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부식방지분야는 기술개발 정책, 사회의 인식,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이에 연구소를 부식방지기술협회로 확장·설립해 부식으로 인한 각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막고자 했다.

▶아파트에서 부식으로 인한 위험요소는 무엇인지.

강모래 부족으로 바닷모래를 사용해 건설한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1기 신도시 아파트의 안전문제가 크다. 염분으로 철근이 녹슬면 부착력이 약해져 전체 강도에 영향을 미치고 부피가 증가해 콘크리트에 균열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파트 배관의 부식으로 인한 녹물, 누수, 냉·난방 방해 문제도 지적할 수 있다.

▶최근 스프링클러 배관 부식으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화재의 90% 이상을 스프링클러가 조기에 탐지 및 진화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모든 기능이 정상수준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각종 언론에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피해 확산 원인으로 스프링클러 미작동이나 자동운전시스템 수동 전환을 지적한다.

스프링클러는 배관과 분사 노즐로 구성돼 있다. 오래된 배관에서는 부식이 쉽게 관찰되고 부식으로 인해 내부에 적체되는 녹들에 의해 소화수 공급부족 문제와 분사노즐을 막아 기능을 차단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전지(Galvanic cell) 형성부에서 양극반응 전지부식으로 구멍이 뚫리게 되면 누수와 오작동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국내에선 미국화재보험협회기준(NFPA)을 근거로 한 국가화재안전기준(NFSC)에 따라 고층 아파트들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화재의 조기탐지 및 진화 설비인 스프링클러 설비 설치를 의무화해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처음부터 염가의 강관(Steel pipe)을 적용시켜 부식문제를 경제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NFPA 25와 NFPA 13을 운영하고 있다. NFPA 25는 주기적으로 배관의 부식 상태를 평가토록 하는 규정이고 NFPA 13은 방식 처리에 대한 규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방식전문기술자 부재를 이유로 부식과 관련된 규정은 제외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리자들에게 자동운전 시스템을 수동으로 전환하게 만드는 빌미까지 제공하고 있다.

▶스프링클러의 부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우선 정부 기관에서 부식 방지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스프링클러 배관 부식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NFSC 규정 보완이 필요하다. 또 스프링클러 설비 점검 인력들에게도 기본적인 방식기술을 교육해야 한다.

아파트 자체적으로는 예산에 ‘부식방지비용’을 추가하는 것이다. 예전에 입주자대표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관리 예산과 장기수선계획을 살펴보니 시설물 부식 방지를 위한 계획과 비용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안전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부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식방지 인식개선을 위해서는 먼저 관리소장들이 배관 부식 교육을 받아 전문지식을 길러야 한다. 소장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협회는 언제든 교육을 진행할 의사가 있다. 교육을 받은 소장은 입주자대표회의에 부식방지의 중요성을 알리고 정기점검 예산을 책정, 장기수선계획에 부식방지 내용을 포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스프링클러 부식문제를 지금처럼 방치한다면 내부에 쌓이는 녹 덩어리들이 소화수 분사에 나쁜 영향을 주고 화재 피해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2017년 제1회 첨단부식방지 기술세미나에서 이 회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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