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소명기회 없는 후보자등록무효 결정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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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동대표 후보자가 동별 경비원 인원수 차이에 따라 일부 동에 대해 경비비 반환을 약속한 것은 매표행위가 아니라 선거공약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판사 곽동우)은 최근 경기 수원시 A아파트 입주민 B씨가 입주자대표회의와 선거관리위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 입대의는 원고에게 400만원을 지급하고 원고의 피고 입대의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선관위원들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양측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그대로 확정됐다.

입주민 B씨는 지난해 1월 C동 동대표에 입후보등록을 한 후 ‘불공평하게 더 낸 경비비 반환 청구서’라는 제목의 서면을 제작해 C동 입주민들의 우편함에 투입했다.

서면에는 ‘D동은 경비원이 매일 근무합니다. C동은 이틀에 한 번씩 경비원이 근무합니다. 매일 경비원이 근무하는 D동과 이틀에 한 번 경비원이 근무하는 C동이 경비비는 똑같은 금액을 내고 있습니다. 불공평하게 더 낸 경비비를 반환받아야 합니다. 호수와 성명을 적어서 수집함에 넣어 주시면 더 낸 경비비 반환받아 드리겠습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실제로는 경비원이 격일로 배치되는 동의 경우에는 경비원이 매일 배치되는 옆 동의 경비원이 보안감시, 제설작업, 청소, 분리수거, 주차관리 등 경비업무를 같이 처리하고 있었다. 매월 관리비를 부과할 때 경비원이 매일 근무하는 동과 격일 근무하는 동의 구별 없이 관리규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아파트 평수에 비례해 경비비를 동일하게 부과해 왔다.

선관위는 이 사건 서면이 선거관리규정에 위반된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회의를 열어 제한·금지행위인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할 목적으로 선거인에게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의 약속을 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후보자등록무효 결정을 의결했다.

선관위는 의결내용을 B씨에게 통지하고 입주민들에게 공고해 B씨는 후보자 자격을 잃었고 선거 결과 다른 사람이 당선됐다.

이에 B씨는 “서면의 내용은 소위 매표행위가 아니므로 선거관리규정 위반이 아니고 설령 위반이라고 하더라도 가장 무거운 처분인 후보자등록무효 결정을 할 사안이 아니며 소명기회를 부여하지도 않았다”면서 정신적 손해배상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서면의 전체적인 내용이 부당히 납부한 경비비를 반환받아 주겠다는 것이고 맨 아래에 ‘기호 2번 B’라고 기재돼 있으며 서면이 배포된 시기가 동대표 선거운동 기간이었다”며 “서면 취지가 동호수와 이름을 적어낸 사람들에게만 특정 금품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경비비가 똑같이 부과되는 것은 부당하니 그러한 점이 시정되도록 해보겠다는 취지의 선거홍보물로 인식될 가능성이 좀 더 크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선관위가 서면의 의미와 성격, 의도 등을 가리기 위해 B씨에게 소명 기회를 주고 선거관리규정 위반으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면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먼저 한 후 응하지 않을 경우 최후 수단으로 후보자등록무효 결정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선관위가 서면 배포에 관해 소명기회 부여, 시정명령 등의 선조치 없이 바로 후보자등록무효 결정을 하고 입주민들에게 공고한 것은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해 위법, 부당하게 원고의 후보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재판부는 선관위가 입대의의 산하기관에 불과할 뿐이라며 선관위의 위법한 처분에 관해 입대의가 대외적으로 책임을 지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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