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주 부당지시로 경비업무 외 업무 수행

서울고법 “경비업자의 적극적 관여 없었다”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시설주의 부당지시로 경비원이 경비업무 외 업무를 한 사실을 경비업체가 알지 못했다면 경비업허가취소 처분은 지나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경비업체 A사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경비업허가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가 원고에 대해 한 경비업 허가 취소처분을 취소한다”는 1심 판결을 인정, 서울지방경찰청장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판결은 피고 측이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지난 11일 확정됐다.

경비업체 A사는 2014년 1월 대기업 B사 계열사인 C사와 1년 주기로 도급계약을 맺고 B그룹 D회장의 사택 경비 업무를 맡았고 이후 2018년 7월 도급계약을 해지하기 전까지 매년 도급계약을 갱신했다.

그런데 2018년 5월 ‘D회장 사택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들이 D회장과 그의 부인(이하 시설주)으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아 사택에서 애견관리, 청소, 빨래, 조경관리 등의 일을 하고 있다’는 언론기사가 보도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관련조사 및 청문절차를 거쳐 “A사가 D회장 사택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을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종사하게 해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경비업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A사에 대해 경비업 허가 전체(시설경비업무, 특수경비업무, 신변보호업무)를 취소하는 처분을 했다.

이에 A사는 “사택에 근무하는 경비원들은 시설주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고 사택을 경비하면서 부수적으로 애견관리 등의 업무를 했던 것이고 A사가 경비원들에게 이러한 업무에 종사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처분 근거가 된 경비업법 규정은 ‘경비업자가 적극적으로 소속 경비원을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종사하게 함으로써 경비업무 수행에 본질적인 저해를 가져온 때’에 필요적으로 경비업 허가 전체를 취소하도록 한 규정”이라면서 경비업 허가 전체를 취소하는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1심 재판부는 경비업법 규정의 의미를 “경비업자가 적극적으로 관여해 소속 경비원으로 하여금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게 한 때에 한해 ‘경비업자가 경비업법을 위반해 소속 경비원으로 하여금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며 “단순히 경비업자가 일반적인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로 경비원이 경비업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게 된 결과를 초래한 때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경비원들은 사택 관리소장(A사 경비원)에게 시설주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말했으나 관리소장은 경비원들에게 시설주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소장은 A사에 사택에서 시설주의 지시에 따라 시설경비업무 외의 업무가 수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하거나 시정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하지 않았다. 경비원들은 월 2회 사택을 방문해 부식을 전달하는 경비지도사에게 경비업무 외의 업무 수행 사실을 전달했으나 경비지도사는 이를 A사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가 사택 경비원들을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종사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가 경비업무 외 업무 종사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만한 뚜렷한 사정도 없다”고 지적했다. A사가 시설주의 부당지시로 경비업무 외의 업무가 이뤄진 사실을 언론보도로 알게 된 점도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또 “원고가 경비원들이 종사하고 있는 업무를 파악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은 인정되나 이 같은 과실만으로 경비업 허가 전체를 취소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판결했다.

이 같은 1심 판결에 서울지방경찰청은 항소를 제기했으나 2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