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다른 결과 발생할 가능성 없었다”

 

아파트 입주민이 동대표 선거와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가 3차 선출 공고 당시 동대표 중임자에게도 후보자 자격이 있다는 것을 명시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선거 무효 주장을 하고 나섰지만 법원은 문제되는 부분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천지방법원 제16민사부(재판장 김정숙 부장판사)는 최근 인천 연수구 A아파트 입주민 B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2020년 5월경 동대표 선출 결의 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했다.

A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총 10개 선거구에서 각 1명씩 총 10명의 동대표를 선출하게 돼 있다.

이 아파트 선관위는 2020년 4월 28일 동대표 선출 공고(1차 공고)를 했으나 6개 선거구에서 후보등록을 한 사람이 없어 그해 5월 6일 2차 동대표 선출 공고를 했다. 그러나 3개 선거구에서 여전히 후보등록을 한 사람이 없어 이를 이유로 5월 12일 3차 동대표 선출 공고를 했고, 위 3개 선거구 중 2개 선거구에 각 1명씩 후보등록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이뤄진 총 9개 선거구에서 각 동대표가 선출됐다. 

B씨는 위 선거에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관리규정 제13조를 위반해 선거인명부를 1통만 작성했고, 입주자 등이 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었다.

또 B씨는 “선관위가 선거관리규정 제33조 제1항을 위반해 투·개표참관인을 선정하지 않았고, 이에 투·개표참관인의 참관 없이 투·개표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투표소로 사용된 각 동 경비실에는 경비원만이 있었고 경비원이 투표절차를 진행했는데, 이와 관련해 “정당한 선거권자 내지 그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에게 투표용지가 교부됐는지, 투표함이 개표 시까지 밀봉돼 관리됐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등 투표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 원칙이 침해됐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B씨는 “1, 2차 각 공고에도 불구하고 1, 3, 10선거구에는 후보등록을 한 사람이 없었는데, 이 경우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3조 제3항에 따라 이미 동대표를 중임했던 사람에게도 후보자 자격이 있다”면서 “그런데도 선관위는 3차 공고에서 이러한 점을 명시하지 않아 기존에 동대표를 중임했던 사람의 후보등록 기회를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각 선거 절차에 존재하는 하자가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이로 인해 그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경우, 즉 후보자의 당락에 관해 현실로 있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B씨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선관위는 2020년 4월 29일 ‘선거인명부는 입주자명부를 기초로 작성됐고, 변경사항이 있는 경우 관리사무소에 수정요청을 하라’는 내용의 ‘선거인명부 열람 공고’를 하면서 원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2020년 4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관리사무소에서 선거인명부를 열람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조치를 통해 선거 당시 정당한 선거권자에 의한 투표를 보장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고, 달리 선관위가 선거인명부를 2통이 아닌 1통만 작성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각 선거의 결과에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B씨 주장에 반대되는 판단을 했다.

또 재판부는 각 선거의 투·개표 당시 선관위원과 경비원이 일부 참관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고, 선거인들은 투표소에 비치된 투표인명부에 성명, 세대주, 세대주와의 관계를 자필로 기재 및 서명을 한 다음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를 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거론하며 “설령 투·개표참관인이 지정되지 않았다거나 참관인들의 참관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선거권 있는 자가 투표를 하지 못했다거나 선거권 없는 자가 투표를 했다는 등 구체적으로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투표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거나 투표함이 개표 시까지 밀봉돼 관리되지 않았다는 B씨의 주장 또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관위가 3차 공고 당시 동대표 중임자에게도 후보자 자격이 있다는 점을 명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해서 후보자의 당락에 관해 현실로 있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볼 사정은 찾을 수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한 B씨 주장 근거를 배척했다.

B씨는 “선관위의 위와 같은 공고 불이행으로 인해 과거 동대표를 중임했던 C씨가 3선거구 동대표 후보로 지원하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하면서 C씨가 작성한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C씨가 2021년 4월 28일 ‘B씨의 부탁에 따라 아무 생각 없이 위 사실확인서에 서명했고, 동대표에는 관심이 없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작성한 점에 비춰, “위 사실확인서의 내용을 선뜻 믿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행정지도는 강제성 없어”

한편 인천 연수구청장은 B씨의 민원제기에 따라 선관위에 ‘향후 선거 진행 시 선거인의 본인 여부를 확인한 후 선거인명부에 서명날인 또는 무인 절차를 거쳐 투표용지 배부 등을 할 것’, ‘동대표 선출 시 선출공고문에 명시한 대로 선거업무를 진행하고, 향후 선거관리규정에 따라 투개표 사무를 철저히 하며, 중임자 출마 자격조건을 명시할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행정지도를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행정지도는 강제성을 띠지 않는 비권력적 작용일 뿐만 아니라(행정절차법 제48조 참조) 위 행정지도의 내용 또한 이 사건 각 선거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선거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서 주의할 점을 안내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위와 같은 행정지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 각 선거 절차에 존재하는 하자가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한다거나 이로 인해 각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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