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전체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 없이 CCTV 전면 교체에 대한 장기수선계획을 임의로 변경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하도록 하고 공사를 진행토록 해 6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주택관리사가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자격정지 사유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공동주택을 잘못 관리’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전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신동헌 부장판사)는 대전 동구 A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한 B씨가 대전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자격정지처분취소 항소심에서 B씨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인정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공동주택의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장기수선계획을 3년마다 검토 및 조정해야 한다.

1심 재판부인 대전지방법원에 따르면 A아파트는 2017년 11월 장기수선계획의 검토 및 조정을 완료해 차기 검토 및 조정 예정 시기는 2020년 11월이다.

대표회의는 2015년 5월 CCTV 22대를 추가로 설치하는 공사를 시행했고 2018년 9월 수의계약 절차를 통해 다른 업체인 C사와 210만원에 CCTV 보수공사계약을 체결했고 이 업체와 그 달 수의계약을 통해 174만원에 CCTV 보수공사를 체결했다.

그해 12월 대표회의는 정기회의를 열어 관리소장인 B씨와 대표회의의 제안으로 CCTV 전면 교체 안건을 심의, 고액의 비용과 지료 부실을 이유로 한 달 뒤 다시 심의하기로 의결했다. 한 달여 후인 2019년 1월 열린 정기회의에서는 다시 CCTV 전면교체 안건을 심의하고 한 달 전과는 달리 장기수선계획에 의한 장기수선충당금으로 CCTV를 교체하는 것으로 의결한 뒤 다음날 이를 공시했다.

A아파트 대표회의가 2017년 의결한 장기수선계획에는 CCTV 시설의 전면교체 수선 주기가 10년으로 기재돼 있다. 그런데 B씨는 정기회의에 CCTV 전면교체 안건을 제안하면서 장기수선 예정 연도를 2019년으로 기재했고 수선 주기를 5년, 수선 시기를 2019년으로 장기수선계획서의 기재 내용을 임의로 고쳐 첨부했다.

대표회의는 의결을 거쳐 2019년 2월 응찰금액 2억2900만원으로 C사를 CCTV 시스템 교체 공사 낙찰자로 선정했고 이에 따라 교체 공사가 진행됐다.

대전시청은 2020년 6월 소장 B씨에게 ‘근거 없는 체육시설운영비 지출, 하자종결준공 공무원 감독수당 지급, CCTV 시스템 전면교체공사 시 위·변조된 장기수선계획서에 의한 필요 없는 공사를 하는 등 구 공동주택관리법(2020년 6월 9일 개정 전)을 위반해 자격정지 6개월의 처분을 할 예정’이라는 처분 사전 통지를 했다.

이후 대전시청은 위반행위를 ‘고의로 공동주택을 잘못 관리해 소유자 및 사용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입힌 경우’로, 처분근거를 ‘공동주택관리법 제69조 제 1항 제5호, 같은 법 시행령 제81조 제1항 별표8 2. 마. 1)항’으로 적시해 B씨에 대해 주택관리사 자격정지 6개월의 처분을 했다.

이에 대해 B씨는 ▲CCTV 교체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입주자대표회의에 있고 소장은 이를 집행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장기수선계획에 CCTV 교체 주기로 기재돼 있는 10년보다 2년 먼저 교체했다고 하더라도 CCTV의 사용연한이 10년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소유자 및 사용자에게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은 CCTV 전면 교체 주기를 5년으로 정하고 있는 점에 비춰 그보다 늦게 교체한 이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할 수 없다면서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1심, 2심 재판부는 “원고는 2020년 4월 ‘민원내용 위반사항 사실 확인서’라는 제목으로 처분사유 세 가지를 모두 인정한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해 피고에게 제출했고 그 증거가치를 쉽게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전체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가 필요한데, 원고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임의로 CCTV 전면교체 예정시기를 2019년으로 장기수선계획서의 기재 내용을 변경했고 임의 변경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로 구성된 대표회의 정기회의에 이를 제출하기까지 했다”며 “이는 그 자체로 주택관리사에 대한 자격정지 사유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공동주택을 잘못 관리한 것’이라고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표회의가 CCTV 교체 결의를 하게끔 장기수선계획서의 기재 내용을 임의로 변경한 주체가 원고이므로 CCTV 교체를 결정할 권한이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원고는 장기수선계획서를 임의로 변경한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공동주택을 잘못 관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2019년 당시 시행 중이던 구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과 현행 시행규칙 모두 장기수선계획 수립기준 중 CCTV 전면 교체 주기를 5년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에 대해 “이 아파트는 나름대로의 판단 하에 전면 교체 주기를 10년으로 정한 뒤 그에 따라 장기수선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아파트를 관리해 왔으므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 주기보다 일찍 전면 교체했다면 이는 그 자체로 재산상 손해가 있다고 평가할 여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2015년 대규모 CCTV 증설 공사를 시행하고 시행규칙에 따른 교체 주기인 5년이 경과하기도 전에 이를 전부 교체해 아파트 소유자 및 사용자에게 불필요한 공사 비용을 조기에 부담하게 된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대전시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는 B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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