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관리소장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 판정으로 합의금을 지급하게 되자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자대표회장, 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이 대표회의 임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노동위원회 판정만으로 의결 적법성이 최종적으로 판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구지방법원 제3-1민사부(재판장 정석원 부장판사)는 최근 대구 달서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전임 대표회장 B씨와 전임 감사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1심 판결을 인정, 대표회의의 항소를 기각했다.

D씨는 2017년 11월 A아파트에 입사해 2019년 12월까지 3차례 연봉계약을 체결하고 관리소장으로 근무했다.

2019년 11월 개최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D씨에 대해 ▲업무태만 ▲인사권 남용(동대표와 상의 없이 경비실 조장 교체) ▲회의록 조작(경비실 직원에게만 지급하는 전지작업 수고비를 사무실 직원에게도 지급)을 이유로 근로계약을 종료하기로 결의했다.

대표회장 B씨는 D씨에게 2019년 11월 30일 해고예고통지를 한 후 2020년 2월 24일 ‘해고예고통지서 취소 및 계약만료에 따른 계약해지 정정통보’를 했는데 계약해지 정정통보는 ‘근로계약 종료 의결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하는 의결이고 해고예고통지는 근로계약 만료임’을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D씨는 2020년 2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경북지노위는 ‘D씨가 대표회의의 기간제근로자이기는 하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대표회의가 D씨의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당해고임을 인정, 대표회의에 D씨에 대한 원직복직과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대표회의가 새로운 대표자를 선출한 상태에서 이 판정에 불복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대표회의는 경북지노위로부터 부당해고 등 구제명령을 2020년 6월 6일까지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이행강제금 부과 예고를 받자 그해 7월 10일 D씨를 원직복직하게 하고 부당해고기간 동안의 손해배상으로 합의금 2850만원을 지급했다.

이에 대표회의는 “대표회장 B씨와 감사 C씨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에 위반해 소장 D씨를 부당해고하고 이에 2850만원을 지급함으로써 대표회의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해고경위, 해고사유, 해고절차 등에 비춰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들이 D씨와의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결의에 참여한 행위가 원고의 임원으로서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해 자신들의 임무를 게을리 한 것이라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대표회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소장 D씨와의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종료하기로 결정한 주체는 대표회의고 피고들은 이를 집행한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피고들이 대표회의의 임원이라는 사정만으로 회의에 동등하게 참여한 다른 구성원들을 제외하고 피고들에게만 책임을 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결에 참석한 피고들을 포함한 대표회의 구성원 전원은 D씨에게 업무태만, 인사권 남용 등의 사유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해 의결한 것으로 보이고 의결 당시에는 지노위에서 인정한 D씨의 갱신기대권에 대해서는 법리를 몰랐거나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근로계약 갱신기대 가능성을 인식하지 않은 것에 과실이 있는지에 대해 “D씨는 1956년생(고령자)으로 원고와 연봉계약을 체결할 당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년을 초과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하는 경우’의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며 “기간제법 예외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일정한 경우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는 법리는 법률에는 규정이 없는 법률이론으로 법률전문가들이 아닌 피고들과 다른 임원들에게 이를 몰랐음에 어떠한 잘못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원고가 경북지노위 판정을 송달받았음에도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지 않아 판정이 확정됐는데, 당시 피고들은 원고의 임원으로 재직 중인 상태가 아니었다”며 “이 사건 판정의 내용만으로는 의결의 적법성이 최종적으로 판단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원고가 자신의 부담으로 판정을 수용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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