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시정명령과 함께 총 17억8200만원 과징금 부과...3개사 대표 등 검찰에 고발

낙찰예정자·들러리 정해
투찰가격 등 평가요소 합의

미래비엠이 아파트에 투찰한 입찰서(왼쪽)와 아텍에너지가 투찰한 입찰서(오른쪽). 아텍에너지의 투찰가격이 한글과 숫자가 서로 상이하게 적혀 있다. 낙찰예정자인 와이피이앤에스가 각각 산정해 전달해 준 투찰가격을 들러리 2개 사인 미래비엠과 아텍에너지가 그대로 투찰한 사실을 보여준다.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서울 성북구의 한 대규모 아파트 배관교체 등 공사 입찰에서 3개사가 담합 행위를 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돈암동 한신한진아파트에서 실시한 노후배관 교체 등 보수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3개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7억8200만원을 부과하고, 이들 3개사 모두와 업체 대표이사 등 개인 3인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한신한진아파트는 4515세대의 대단지로, 현재 1만5000여명의 입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번에 담합행위가 적발된 와이피이앤에스, 미래비엠, 아텍에너지 등 3개사는 2017년 2월 17일 한신한진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실시한 ▲노후배관·난방설비 교체 등 보수공사 ▲에너지 관련 설비 설치 뒤 투자비를 회수하는 에너지절약사업을 함께 수행하는 업체 선정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들러리를 정하고, 이에 맞춰 투찰가격 등 적격심사 평가요소를 합의하고 이를 실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입찰은 입찰참여자들의 기업신뢰도(30점), 업무수행능력(30점), 입찰가격(30점), 사업제안서(10점) 등 4개 지표를 심사·평가하고, 입찰참여자들 중 평가점수 총점이 가장 높은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의 적격심사제가 적용됐다.

입찰 전 담합을 주도한 와이피이앤에스는 2016년 11월경 해당 아파트에서 보수공사 등 입찰을 준비한다는 것을 알고,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 등에게 접근해 공사내용 등에 대해 자문해 주면서 본 입찰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되도록 유도했다.

그 당시 와이피이앤에스의 에너지절약사업 수행실적은 133억원이었는데, 본 사건 입찰참여 자격요건이 최근 3년간 ▲130억원 이상 에너지절약사업을 수행한 업체 또는 ▲3000세대 이상 아파트 난방배관 교체 공사를 수행한 업체로 제한돼 와이피이앤에스와 경쟁할 수 있는 업체수가 현격하게 줄었다.

와이피이앤에스는 아파트 입찰 관련 규정(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제5조)에 따라 3개 이상의 업체가 참여해야만 본 사건 입찰이 성립된다는 점을 고려해 입찰 공고일인 2017년 2월 17일 전후로 미래비엠과 아텍에너지 등 2개사를 들러리로 끌어들였다.

낙찰예정자인 와이피이앤에스는 적격심사 기간 중인 2017년 2월24일부터 3월2일 사이에 들러리 2사의 투찰가격이 적힌 입찰서, 원가계산서 등 적격심사 평가서류 등을 각각 작성해 미래비엠·아텍에너지에 전달했고, 이들 들러리 2사는 전달받은 평가서류 등을 그대로 투찰했다.

당시 와이피이앤에스는 자신들은 ‘187억6000만원’으로, 들러리 2사 중 아텍에너지는 ‘199억 4000만원’, 미래비엠은 ‘221억원’으로 투찰해 입찰가격 지표에서 자신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해 안전하게 낙찰받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와이피이앤에스 직원이 아텍에너지의 입찰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한글 투찰가격을 ‘금일백구십구억사천만원정’이 아닌 ‘금이백이십일억원정’으로 잘못 작성을 했고, 이 금액이 미래비엠에게 전달했던 투찰가격과 동일했음에도 이를 몰랐던 아텍에너지는 그 입찰서를 그대로 투찰해 담합의 흔적·증거가 남게 됐다.

그 결과 이들 3개사가 합의한 대로 적격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와이피이앤에스가 2017년 3월3일 낙찰자로 선정돼 ‘187억6000만원’이라는 금액으로 한신한진아파트 보수공사 및 에너지절약사업을 수행하게 됐다.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들러리를 정하고, 이에 맞춰 투찰가격 등 적격심사 평가요소를 합의해 이를 실행한 이들 3개사의 행위는 입찰담합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이들 3개사의 담합으로 인해 경쟁 입찰을 통해 계약금액 등을 정하고자 했던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의 의도가 무력화돼, 약 25년간 모아둔 장기수선충당금 187억6000만원이 보수공사·에너지절약사업 비용으로 쓰이게 되는 등 입주민 피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담합행위에 대한 과징금으로 와이피이앤에스에 9억3800만원, 미래비엠에 3억7500만원, 아텍에너지에 4억6900만원 등 총 17억8200만원을 부과했다.

또 이 사건 입찰과 관련해 검찰은 2019년10월24일 이들 3개사 전·현직 대표와 전직 아파트관리소장 등을 입찰방해죄 혐의로 기소해 현재 관련 공판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보수공사 입찰에서 발주자 측인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은 공사와 입찰 절차 등을 잘 모르고 있어, 입찰 전 관련 공사를 수행하는 업체들로부터 공사내용, 소요예산 등에 관해 자문을 받고, 이를 참고해 관련 입찰을 실시하고 있다.

그간 공정위가 적발한 아파트 관련 입찰담합 건을 보면, 입찰 전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자문한 업체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입찰이 설계되도록 유도한 뒤, 입찰에 참여하면서 다른 업체들과 낙찰예정자 등을 합의하는 행태의 담합 관행이 형성돼 있었다.

입찰 전 공사내용 등을 자문해 준 업체가 뒤로 담합을 해왔으므로, 입찰을 준비하려는 아파트 입주민들은 이 같은 담합 관행을 참고해 도움을 주겠다며 접근하는 업체를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1만5000여명의 입주민이 약 25년간 모은 장기수선충당금을 노린 담합을 엄중 제재함으로써 서민생활 밀접분야에서 담합이 적발될 시에는 무관용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려 서민 생활의 피해를 억제하고자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향후 아파트 보수공사 입찰에서 입주민들이 장기간 동안 모은 장기수선충당금을 노린 담합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공정위는 지난해 9월 16일 담합을 유발하는 아파트 입찰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등 서민생활 밀접분야에서 담합을 억지해 왔는데, 앞으로도 이 같은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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