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판결

대표회의 일방 통보 계약 해지
미지급 수수료·급여 일부 인정
해지사유 존재 않아
해지 통보 효력 없어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주상복합건물 입주자대표회의가 공동주택 위·수탁관리계약이 끝나기 전에 일방적으로 관리업체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에 대해 관리업체 측이 해지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효력이 없다며 대표회의가 지급하지 않은 위탁수수료와 직원 급여에 대해 다퉈 일부 인정을 받았다. 재판부는 대표회의가 통보한 해지일이 아닌, 관리업체의 해지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다음날까지 관리업체가 업무를 봤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7-3민사부(재판장 방웅환 부장판사)는 공동주택 관리업 등을 하는 A사가 서울 서초구 소재의 주상복합 B건물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계약해지무효 확인의 소 항소심에서 대표회의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피고 대표회의는 원고 A사에 3368만3599원을 지급하라”며 “제1심 판결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또한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최근에 확정됐다.

앞서 A사는 B건물 대표회의에 대해 “2019년 2월 1일자 공동주택 위·수탁관리 계약해지통보는 무효임을 확인하고, 대표회의는 A사에 위탁수수료 및 직원들의 급여 상당액 5474만1633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청구액 중 4200만5449원을 인정받았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6민사부(재판장 임기환 부장판사)는 “이 사건 위탁관리계약의 계약기간은 2020년 2월 29일까지로서 변론종결일 현재 그 계약이 종료됐고, 원고가 이 사건 해지 통보가 무효임을 전제로 피고를 상대로 위탁관리수수료와 급여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고 있으므로, 원고는 이러한 이행의 소로써 자신이 주장하는 권리에 관한 분쟁을 해결할 수 있으며 이와 별도로 이 사건 해지 통보의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은 없다고 봄이 옳다”며 “이 사건 소 중 해지 통보 무효 확인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므로 각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해지 통보는 해지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효력이 없는 것은 맞다고 보고 A사가 구한 위탁관리수수료와 급여 상당액 일부에 대한 대표회의의 지급 의무를 인정했다.

대표회의는 A사에 통보한 해지일인 2019년 3월 11일 이후의 위탁관리수수료와 급여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표회의가 제기한 해지사유와 관련해 ▲A사가 입찰 당시 제공한 사업계획과 달리 45세를 초과하는 경비원을 배치했다고 해 입주민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직원들 사이에 시비가 발생하고 입주민들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그 위탁관리 기간에 대비한 횟수, 사안의 경위와 정도 등에 비춰 입주민들이 겪은 불편의 정도가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이 사건 관리계약 제13조 제4호에서 정한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을 불이행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위탁관리계약상 해지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사건 위탁관리계약에 따른 법률관계가 민법상의 위임관계에 해당하고 민법 제689조 제1항에서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민법 조항은 임의규정에 불과하며 당사자의 약정으로 그 적용을 배제하거나 내용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이 사건 위탁관리계약에서 따로 구체적으로 정한 해지사유에 의하지 않고는 이를 해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위탁관리수수료의 경우 A사는 대표회의가 계약 해지일로 통보한 2019년 3월 11일 다음날인 2019년 3월 12일부터 기존 계약기간 만료일인 2020년 2월 29일까지의 위탁관리수수료(1449만2483원)를 구했지만, 재판부는 2019년 4월 23일을 계약의 합의해지일로 보고 2019년 3월 12일부터 이날까지의 위탁관리수수료(175만6299원)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 A사는 이 사건 해지 통보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2019년 4월 22일 법원에서 기각결정이 내려지자 그 결정에 대해 항고하지 않은 채 그 다음날인 2019년 4월 23일 B건물에 남아 근무하던 직원들을 모두 철수시켰다”며 “원고가 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이후에 피고에게 위 사건의 결정이 내려지면 그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고, 이에 따라 B건물의 위탁관리업무를 종료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사건 위탁관리계약은 원고가 B건물에서 철수한 2019년 4월 23일 쌍방의 의사가 일치됨으로써 묵시적으로 해지됐다고 봄이 옳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A사가 구한 2019년 3월 12일부터 2019년 4월 23일까지의 직원들의 급여 합계 4024만9150원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대표회의에 이 금액과 위 위탁수수료 인정 부분을 합한 금액을 A사에 지급할 것을 명했다.

직원 위로금 지급 의무는 없어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직원 급여 부분에 대해 1심과 다소 다른 판단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A사가 직원 10명에게 3, 4월 급여 등 명목으로 지급한 4024만9150원 중 3413만7730원에 대해서만 대표회의의 지급 의무를 인정했다.

제외된 금액 중 상당부분은 A사가 직원들과 협의해 지급한 위로금으로, 재판부는 “이 부분까지 피고에게 지급 의무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관련 가처분 사건 인지대 및 송달료도 급여가 아니므로 대표회의의 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고, 관리소장의 업무추진비의 경우 엄밀하게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통상적으로 급여에 포함돼 고정적으로 지급돼 왔으므로 대표회의의 지급의무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서 재판부는 대표회의의 상계항변과 관련해 A사의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고, 가처분 사건의 소송비용액확정결정에 따른 221만430원의 소송비용액채권에 대해서만 인정했다.

대표회의는 “A사가 2019년 3월 12일부터 2019년 4월 23일까지 위법하게 대표회의의 아파트 관리권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 대표회의에 4200만5449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위탁관리계약의 계약기간은 2020년 2월 29일까지였는데 피고가 2019년 2월 1일 원고에 위 계약을 2019년 3월 11일자로 해지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이에 대해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위 계약 해지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위 계약의 존속을 주장하면서 관리업무를 계속했으며, 이 사건 위탁관리계약이 2019년 4월 23일 묵시적으로 해지됐으므로, 원고는 2019년 3월 12일부터 2019년 4월 23일까지 B건물 관리업무를 계속할 권한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따라서 원고가 위 기간 동안 B건물 관리업무를 수행하면서 피고와 새로운 공동주택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한 회사에 관리업무를 인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이러한 행위가 위탁관리계약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대표회의 주장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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