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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칼럼] 공법(公法)과 사법(私法), 그 구분의 모호성
승인 2021.09.13 10:11|(1356호)
한국집합건물진흥원 김영두 이사장(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법이란 국민과 국가의 관계를 규율하거나, 국가 기관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다. 반면에 사법은 개인들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다. 공법과 사법을 이렇게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공법과 사법의 구분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독점규제에 관한 법은 개인들의 법률관계에 국가가 개입하기 때문에 공법적인 측면도 있지만, 사법적인 측면도 있다. 그래서 이러한 법을 공법이나 사법이 아닌 사회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사법에 공법적인 규정이 포함된 경우도 많고, 사법적 법률관계에 영향을 주는 규정이 공법에 포함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공동주택이나 집합건물의 관리에 있어서 근거법이 되는 공동주택관리법과 집합건물법은 공법일까 아니면 사법일까? 많은 사람들은 공동주택관리법은 공법이며, 집합건물법은 사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분류는 단순히 법의 성격에 대한 분류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적인 의미를 갖는다. 공동주택관리법은 관리에 관해 세부적인 규정들을 많이 두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규정들을 집합건물법에 반영하려고 하면 제일 먼저 등장하는 반대논거가 공동주택관리법은 공법이고 집합건물법은 사법이라는 점이다. 공법인 공동주택관리법상의 규정들을 사법인 집합건물법에 반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공동주택관리법은 관리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단체법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공동주택관리법은 입주민 총회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아파트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입주민들이 정하게 되고, 입주민들이 관리를 위한 단체를 구성한다면 당연히 관리에 관한 사항을 정하기 위해서 입주민단체의 개념과 총회에 관한 규정이 존재해야 한다. 실제로 공동주택관리법은 아파트의 관리에 관한 중요한 사항은 입주민들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주택관리법은 입주민총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 점을 비판하면 공동주택관리법은 공법이라는 논리가 등장하게 된다. 

과연 공동주택관리법은 공법이고, 집합건물법은 사법일까? 먼저 집합건물법은 사법이 맞다. 집합건물법은 구분소유자인 개인들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법이라고 해서 공법적인 성격을 갖는 규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누구나 사법이라고 생각하는 상법은 회사와 관련해 20여개의 형벌이나 과태료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마찬가지로 집합건물법도 사법이지만 과태료와 형벌에 관한 규정들이나, 관리인으로 선출되면 신고하도록 하는 공법적인 규정도 두고 있다.

집합건물법과 달리 공동주택관리법은 공법으로 분류되는데, 공동주택관리법은 공법이 아니다. 물론 공동주택관리법은 그 출발이 주택건설촉진법과 공동주택관리령이라는 공법에 근거를 두고 있고, 공법적인 규정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입주민들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고 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사법에 해당한다. 따라서 동대표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결의에 하자가 있다면 당연히 그 결의의 효력을 다투기 위해서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입주자대표회의와 위탁관리회사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이러한 분쟁도 민사소송에 의해서 해결돼야 한다. 입주민이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비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비법인사단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동주택관리법에 규정이 없다면 민법의 법리가 적용된다.

결국 집합건물법이나 공동주택관리법은 사법에 해당한다. 다만 두 법 모두 공법적인 규정들을 포함하고 있고 사법적인 규정과 공법적인 규정의 비율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집합건물법이 공동주택관리법상의 제도를 받아들이거나, 공동주택관리법이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서 규정들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단순히 공법과 사법의 구분만을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 구분 기준도 모호한 공법과 사법이라는 틀에 갇혀 법제도의 발전을 위한 생산적인 논의를 가로막을 필요는 없다. 집합건물법에 행정청의 개입에 관한 규정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면 그 필요성과 방법에 논의의 초점이 모아져야 하며, 집합건물법은 사법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주장할 필요는 없다.

공동주택관리법에 소규모 공동주택의 관리에 관한 사항도 포함시키자는 주장에 대해서 소규모 공동주택을 의무관리대상과 같이 규제하게 되면 입주민들의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규제의 관점에서 공동주택관리법을 바라보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이 제기된다.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을 의무화하지 않고 입주자대표회의를 규제하지 않더라도, 소규모 공동주택에서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된 경우에 이를 합법적인 기관으로 인정하고 입주자대표회의의 법리가 적용되도록 공동주택법이 정할 수 있다. 그러한 방향의 타당성과 구체적 방법에 논의의 초점이 맞추어져야지, 공법과 사법이라는 틀 속에서 가능한지 여부를 논의할 필요는 없다.

공동주택과 집합건물의 법제도 발전을 위한 생산적인 논의가 공법과 사법이라는 불분명한 분류에 의해서 불필요한 논의로 흐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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