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지연손해금 부분만 달리 판단...“미지급 임금 7억여원 지급”

압구정현대아파트 전경 <아파트관리신문DB>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휴게시간에도 경비초소에서 입주민들의 주차관리 등 민원을 받으며 일했다며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8억원의 임금 청구소송을 제기해 2심에서 휴게시간 근로 대부분을 인정받았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현대아파트 전 경비원들에 대해 대법원의 판단도 바뀌지 않았다. 대법원은 다만 지연손해금에 대해서만 다른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달 21일 압구정현대아파트 전 경비원 A씨 등 30여명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의 지연손해금에 관한 부분 중 원심판결 별지 3 원고별 ‘항소심 인용금액 및 인용금액표’ 가운데 ‘항소심 인용금액 합계’란 기재 각 해당 금원에 대해 2018년 3월 10일부터 2021년 3월 26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초과해 지급을 명한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항소를 각 기각한다”며 대표회의의 나머지 상고는 각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계쟁기간(2015년 1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중 2015년 1월부터 2017년 9월 26일까지는 A씨 등의 휴게시간(근무일별로 각 6시간)과 산업안전보건교육에 소요된 매월 2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휴게시간 동안 근로했음을 전제로 대표회의는 경비원들의 미지급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퇴직금 차액 등 7억3700여만원을 A씨 등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의 구분, 교육시간의 근로시간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대표회의의 이 부분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관련 법리로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수면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며 “이는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의 내용과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 업무 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원심에서 추가 인용된 금원은 제1심에서 원고들의 청구가 배척된 부분이었고, 제1심 및 원심을 합해 봐도 원고들의 청구금액 중 일부만 인용된 이상, 피고로서는 원고들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날 이후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2018년 3월 10일부터 원심판결 선고일인 2021년 3월 26일까지는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존부를 다투는 것이 적절했다고 봄이 타당하고, 결국 기간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지연이율을 적용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위 기간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지연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근로기준법상 지연손해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를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시했다.

A씨 등은 6시간으로 정해진 휴게시간 동안에도 경비실에서 무전지시 등을 받으며 주차 관리, 택배 보관, 재활용품 분리수거 등을 했지만 이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지난 2018년 2월 대표회의에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A씨 등의 주장을 일부만 받아들여 대표회의에 2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일부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점과 산업안전보건 교육시간 중 일부만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것.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휴게시간과 근무시간 구분 없이 근무내역이 기록된 경비일지 등을 바탕으로 경비원들이 휴게시간 동안 실질적인 휴식과 자유로운 시간 이용을 보장받지 못한 채 대표회의의 지휘와 감독을 받았다고 봤다.

이와 관련, 2심 재판부는 “근무시간대와 휴게시간대의 구분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표회의와 입주민들은 경비원이 경비초소 내에 자리하고 있는 24시간 전부를 근무시간인 것처럼 간주했다”며 “그 시간 내 지시사항이 준수될 것으로 기대해 지휘·감독을 하거나 업무처리를 요구했을 것이고, 경비원은 이를 거절할 뚜렷한 근거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본지 제1335호 게재>

소송이 제기될 당시 압구정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최저임금 인상과 경비업무 관리 운영상의 어려움 등 근로기준법 제24조의 ‘경영상 이유’를 근거로 경비운영방식을 자치방식에서 용역방식으로 전환키로 했다며 소속 경비원 전원에게 해고 통보를 했다. 새로운 경비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은 약속했지만 경비원들은 고용지속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며 용역전환을 반대했다.

당시 본지에 경비원들은 “(이 사건 소송에 앞서)2017년 3월 휴게시간 업무 이행에 따른 체불임금을 청구하는 진정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이후 대표회의가 이에 대한 보복으로 ‘괘씸죄’를 적용해 경비원 해고 및 간접고용을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비원들은 “아파트 주차공간이 협소해 입주민들이 차량 키를 경비실에 맡기고 대리 주차와 출차를 요청하면 휴게시간에도 이에 응할 수밖에 없어 이러한 업무들을 했지만 이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해 진정서를 제출한 것인데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공동주택 경비원들에 경비업무 외 시킬 수 있는 업무범위를 정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달 9일 입법예고 되고 10월 중 공포·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이번 개정안에서 경비원들로 하여금 경비업무 외 ▲청소 등 환경관리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배출 정리·단속 및 위험·도난 발생 방지 목적을 전제로 한 ▲주차관리와 ▲택배물품 보관 등도 지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압구정현대아파트와 같은 대리 주차와 택배물품 세대 배달 등은 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앞으로 단지들의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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