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판결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옥상 우수배관의 파손으로 인한 세대 내 누수사고에 대해 아파트 관리업체가 아닌 입주자대표회의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김지영)은 보험사 A사가 아파트 위탁관리업체 B사와 보험사 C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피고 C사는 D아파트 보험자로서 원고 A사에 2636만3662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에 따르면 A사는 경북 구미시 D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보험목적물을 단지 내 건물, 시설, 가재도구 일체로 하고 특약사항을 급배수설비 누출손해 등으로 정해 주택화재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또 C사는 대표회의와 영업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7월 12일 D아파트 2개 세대의 주방바닥과 벽체에 물이 스며들어 곰팡이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고(이하 ‘이 사건 누수사고’) 누수 전문업체의 진단 결과 E동 옥상에 설치된 우수배관이 파손돼 이를 통해 유출된 우수가 해당 세대들로 유입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A사는 피보험자인 구분소유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했고, 누수사고에 대한 관리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의 책임을 주장하며 B사와 C사에 연대해 A사에 구상금으로 3295만여원을 지급할 것을 청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민법 제758조에서 말하는 아파트 우수배관의 ‘점유자’는 관리업체가 아닌 입주자대표회의라 판단해 관리업체 B사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고, 대표회의와 영업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C사에만 구상금 일부 지급을 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아파트 우수배관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 등을 관리할 권한 및 책임의 귀속주체로서 이 사건 아파트를 사실상 지배해 이를 직접 점유하고 관리하는 주체는 아파트 구분소유자들로 구성된 대표회의라 할 것이고, 피고 B사는 대표회의와 관리용역계약에 따른 점유보조자 및 관리업무에 대한 이행보조자에 불과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피고 B사가 이 사건 아파트 우수배관의 점유자임을 전제해 이 사건 아파트의 구분소유자에게 민법 제758조가 정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원고 A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업체의 역할을 살펴본 뒤 B사가 ▲대표회의의 지시나 사전 동의를 받아 아파트 공용부분을 관리할 뿐 독자적인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은 점 ▲아파트 공용부분의 점유에 기초한 독자적인 사회적·경제적 이익이나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고 단지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대표회의와의 계약에 따른 관리 수수료를 받고 있을 뿐인 점 ▲대표회의가 사전에 정한 예산 범위에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해오고 있는 점 등에 비춰 이같이 판단했다고 전했다.

누수 인한 모든 하자에 대해
관리업체 책임 지울 수 없어

재판부는 또 A사가 주장하는 공동주택관리법 제66조 제1항, 민법 제390조, 제750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 또한 B사가 지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그 근거로 ▲B사가 아파트 공용부분에 관한 관리용역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만으로 아파트에 발생한 누수로 인한 모든 하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옥상우수관은 옥상에 노출돼 있지 않아 옥상 아래에 매립돼 있어 육안으로 그 하자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내시경을 통해 확인해야 하자를 발견할 수 있는 점 ▲B사가 우수관의 하자 여부를 발견하기 위해 내시경 검사까지 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이 제시됐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 B사에 이 사건 누수사고에 대한 고의·과실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고 전했다.

이어서 재판부는 “인정사실에 의하면 대표회의가 이 사건 아파트에 설치된 우수관을 점유·관리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인데, 우수관이 파열돼 이 사건 누수사고가 발생해 해당 공작물이 통상 갖춰야 할 안정성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 관리자인 대표회의가 민법 제758조 제1항에 기한 공작물 점유자로서 누수사고로 인한 피해자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민법 제758조 제1항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 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않은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D아파트는 건축된 지 약 10년 정도 경과한 것으로 보이고, 대표회의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별다른 자료가 없으므로, 대표회의가 아파트 하수관의 유지·관리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E동에 설치된 우수관의 하자는 대표회의로서도 쉽게 발견할 수 없었던 하자라고 봄이 상당한 점 ▲대표회의가 위와 같은 문제점을 발견해 사고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는 점 ▲D아파트는 건축된 지 10년이 넘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대표회의와 보험자인 C사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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