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판결

“배관 교체 시 멀티조인트 제대로 접합 안 했다”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 세대 내 난방배관 교체 후 연결부위가 빠져 누수 피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1심, 2심 재판부 모두 배관 교체 공사를 실시한 설비업체 측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계속해서 관리사무소 측의 잘못을 주장하며 상고를 제기한 상태다.

대구지방법원 제3-1민사부(재판장 정석원 부장판사)는 대구 수성구 A아파트 B호의 각 1/2 지분 소유자인 C씨, D씨가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설비업체 대표 E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E씨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1심 재판부인 대구지방법원(판사 이영선)은 지난해 2월 5일 C씨, D씨의 세대 내 난방배관 중 아래쪽 연결부위가 빠져 누수 사고가 일어난 것과 관련해 “보수 이후 40일도 지나기 전에 배관이 빠져 발생한 이 사건 사고는 피고 E씨가 배관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멀티조인트를 제대로 접합하지 않아 배관이 고정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 E씨는 원고 C씨와 D씨가 입은 내부마감 공사, 가구교체 비용 등 재산 피해와 아래층 두 세대로 물이 흘러들어가 배상한 비용을 합쳐 원고들에게 각 2732만여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본지 제1290호 2020년 4월 20일자 게재>

C씨와 D씨는 2017년 7월 B호에 입주 후 난방배관에서 물이 새는 것을 발견했고, 관리소장 F씨의 권유로 설비업자 E씨를 통해 그해 10월 2일 배관을 교체하게 됐다. 그런데 E씨는 교체된 배관을 기존 배관과 연결할 때 전체 용접을 하지 않고 전면부 부분용접 후 멀티조인트 방식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배관을 보수하는 방식에는 멀티조인트 방식, 용접 방식, 나사연결식 등이 있고, 작업공간, 난이도, 보수비용 등에 따라 적절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으며 어느 방식이 전적으로 우월하거나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나사식 연결방식은 배관이 빠질 가능성이 적은 반면 멀티조인트 방식은 배관과 멀티조인트 고무패드의 압축에 의한 마찰력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완벽한 마찰 상태가 되지 않거나 조임이 느슨해지는 등 배관이 빠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분용접은 전체용접에 비해 구조적으로 취약하므로, 이 사건에서 보수된 배관의 내구성은 멀티조인트가 제대로 시공됐는지 여부에 주로 영향을 받는다”며 “피고 E씨는 이 사건 사고 이후 같은 멀티조인트 방식으로 배관을 다시 보수했고, 그 이후에는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C씨와 D씨가 주장한 정신적 손해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청구도 누수가 발생한 배관이 C씨와 D씨 세대의 방 안에 매설돼 있는 점 등에 비춰 대표회의 책임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씨는 “이 사건 사고 당일 오전 9시경 A아파트 관리직원으로부터 22층에서 난방이 되지 않으니 점검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점검을 마친 후 관리소장 F씨에게 난방수가 부족해 보일러실의 팽창탱크와 순환펌프 사이에 설치된 감압밸브에 이상이 있으므로 감압밸브를 수리하라고 권유를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F씨와 보일러실 직원이 이를 무시한 채 감압밸브를 거치지 않고 보충수(부스터펌프급수라인) 밸브를 개방해 직수를 공급하는 바람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감압밸브에 이상이 발생했음에도 보충수 밸브를 직접 개방해 난방배관계통으로 물을 보급하는 과정에서 난방수 압력이 상승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E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2심 또한 1심과 판단을 같이 했다.

2심 재판부는 먼저 “피고 E씨가 위와 같은 권유를 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보일러취급일지에는 이 사건 사고 당일에는 17시 30분경 A아파트의 분배기 멀티조인트가 파손돼 24시경 응급조치 완료한 사실만 기재돼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당심법원의 감정결과에 제1심 법원의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을 포함한 변론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는 피고가 2018년 10월 2일 보수를 하는 과정에서 멀티조인트를 제대로 접합하지 않아서 발생한 사고임을 추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C·D씨 세대의 설계 및 현장배관의 연결 상태에 비춰 보급수를 직접 연결한 난방수 압력상승이 난방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설계도면의 특기시방서상의 배관 및 부속의 한계는 10㎏/㎠인데, 부스터펌프의 급수공급압력은 도면제원상 11.4㎏/㎠이고, C·D씨 세대가 9층이므로 높이에 따른 압력손실로 인한 예상압력은 7~8㎏/㎠이 돼 배관 및 부속의 한계범위 내에 있는 점 ▲E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아파트 저층에서 배수관이 누수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야 하나 E씨가 시공한 C·D씨 세대에서 누수가 발생한 사실 ▲감정인은 실제 이 사건 사고 당시의 상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의견을 회신한 점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 E씨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씨의 상고 제기에 따라 대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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