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문제는 공동주택 관리 분야의 고질(痼疾)이다. 오랫동안 앓고 있음에도 쉽사리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 갑질 문제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 분야에 유독 심하다. 갑질과 이로 인한 불상사는 좀처럼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반복되고 있다. 도 넘은 갑질은 일부의 일탈행위라고 하기엔 너무나 잦고 파렴치하고 반복적이다. 그 행태도 후안무치하고 다양하다.

지난해 5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폭언·폭행 등 갑질에 시달리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최희석 씨는 ‘입주민에게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생을 등졌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갑질로 유발된 이런 사건이 처음 나온 것도,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도 아니지만 이 사건은 그 어느 때보다 가슴 아팠고, 우리를 먹먹하게 했다.

이 사건은 아파트 입주민 등 공동주택 관리분야는 물론 각 사회단체, 공공기관 등 모두에게 우리 사회의 현실과 지향점, 그리고 개선점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여론이 들끓자 급기야 정책당국이 칼을 빼들었고 정치권이 움직였다. 공동주택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에게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할 수 없게 하는 금지 조항을 법으로 명확히 했다. 그리고 그 후속 실행조치가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경비원 등 근로자에 대한 괴롭힘 금지 사항을 반영하도록 하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5일 공포,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에는 이동통신 구내중계설비 설치 요건 완화, 아동돌봄시설 적기 운영 등 입주자의 생활 편의를 위한 사항과 동대표의 결격사유 강화 등 입주자대표회의 관련 사항도 포함됐다. 하지만 경비원을 주민 갑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내용이 핵심이다.

개정령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경비원에 대한 갑질 방지와 피해 발생시 보호조치 등의 내용을 담은 규정 의무화 사항이 담겼다. 앞으로 공동주택 관리규약은 경비원 등 근로자에 대한 괴롭힘 금지사항을 반영해야 한다.

각 시·도지사는 4월 5일까지 공동주택 근로자에 대한 괴롭힘 금지, 신고방법, 피해자 보호조치, 신고를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관리규약 준칙을 정해야 한다.

또 개별 공동주택 단지의 입주자대표회의는 5월 6일까지 관리규약 준칙을 바탕으로 관리규약을 개정토록 했다.

경비원 갑질 등 관리규약 위반 사례가 나오면 자치단체는 시정명령을 하고 위반자가 미이행할 경우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경비원에게 갑질 할 경우 당사자는 물론이고 이를 방치한 입주자대표회의도 과태료를 물게 된다. 과태료도 과태료지만 최근 들어 사정당국도 갑질 행위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하고 있다.

바라건대, 이번 법·제도의 보완을 계기로 갑질 문화가 싹 사라졌으면 싶지만 현실이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법령의 보완을 통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을 뗐음은 분명하다. 어쨌든 변화의 물꼬가 트였다.

관리업계와 당사자인 경비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를 계기로 입주민들의 바른 양식과 이해가 바로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 사회가 부디 사회적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말 한마디 못하는 그런 비겁한 행동은 하지 말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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